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카네기 홀, 크리스티 경매장, 북 카페

by 김지수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페루 출신 1973년 생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공연을 본 것은 행운이었다.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공연이 열려 어디에 갈지 약간 망설이다 카네기 홀로 결정을 했다. 미국에서 명성 높은 커티스 음악원에서 공부한 테너.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마다 포스터를 아이폰으로 담곤 하는데 하필 오늘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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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한 발코니 석에서 테너가 부른 아리아 감상하다 휴식 시간 1층으로 내려와 직원에게 말하고 카네기 홀 밖으로 나가 포스터를 봤는데 이미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공연 포스터는 사라지고 대신 내일 공연 포스터가 보였다. 카네기 홀 직원에게 혹시 어디에 포스터가 있는지 물으니 쓰레기통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발코니 석에 올라가 아리아를 감상했다. 아들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게 너무나 후회가 밀려왔다. 아들아 어디에 있니?라고 백만 번이라도 외치고 싶었다.





막이 내리자 청중이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여기저기서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라고 외쳤다. 앙코르 곡은 대학 시절 자주 들은 곡 베사메 무초를 기타를 치면서 부르기 시작했고, 잘 모른 곡도, 어디선가 들은 곡이나 제목을 잊어버린 곡도 불렀다. 청중이 준 꽃다발에서 장미꽃을 빼내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다 객석에게 던지기도 하고 그야말로 최고 공연임을 느꼈다. 카네기 홀에서 명성 높은 음악가 공연을 보지만 명성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공연도 꽤 많다. 하지만 오늘 테너 공연은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다. 그가 아리아를 부를 때마다 장미꽃이 피는 듯했다. 피아니스트 반주도 정말 좋았고 두 사람 호흡이 잘 맞았다.

앙코르곡까지 듣고 다시 1층에 내려가 직원에게 포스터 어디에 있는지 묻자 여자 직원이 매니저가 포스터를 모은다고. 내가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직원에게 포스터 갖고 싶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직원은 가끔 포스터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번 시즌 메트에서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에 출연하다고 하니 꼭 보러 가야겠다.

유튜브에 테너가 부른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아리아가 있어 올려보나 오늘 카네기 홀 공연이 백배 더 좋았다.






그가 2002년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다고. 어쩌면 나랑 인연이 있는 테너인지 모르겠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성악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여전히 한국어가 아닌 성악가 이름은 어렵기만 하다. 페루 출신 테너라 하니 프랑스 작가 로망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읽어보고 싶다. 언제 서점에 가서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남미에 여행 간 적이 없어서 페루는 내겐 낯선 도시. 소설에 등장하는 페루 바닷가를 보고 싶구나.

아들이 함께 테너 공연을 보지 않으니 옆자리에 앉은 낯선 여자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 엄마가 폴란드에서 이민 온 유대인이라고. 오래전 하프를 연주했고 롱아일랜드 사요셋에 살았다고 하니 우리 가족이 살던 제리코랑 아주 가까운 이웃 지역이다. 우리 가족도 롱아일랜드에 살았다고 하니 우리의 대화는 점점 깊어만 갔다. 사요셋 고등학교에도 간 적이 있다고 하니 그분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변했다. 매년 5월이면 뉴욕 학생들이 참가하는 니즈마 음악 대회가 있고 두 자녀가 사요셋 고등학교에서 니즈마 실기를 치렀다고 하니 그분이 더 놀랐다. 니즈마 축제에 참가하려고 사요셋 고등학교 미리 답사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우리 가족은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뉴요커 운전이 아주 거칠고 속도가 빨라 뉴욕 운전이 힘들다. 초보 운전자가 내 뒤에서 내 차를 박아버려 하늘로 날아간 느낌을 받았으나 죽지 않고 살았으나 엄청 큰 쇼크를 당했다. 그분 가족들이 악기를 연주한다고 하고 우연히 크리스티 경매장 최근 경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목걸이도 아주 비싼 값에 팔렸다고.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도 현존 작가로서 최고값을 받았다는 등. 친척이 암에 걸려 죽을 줄 알았는데 하버드 대학 메디컬 센터에 전화를 하니 아주 친절하게 상담을 해줬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낯선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1970년대 롱아일랜드에 살 때 한국에서 이민 온 가족도 만났다고 하니 많이 놀랐다. 음악 공부를 하는 자녀가 있었다고 하니 누굴까 궁금도 하다. 당시 한국에서 유학은 보편화되지 않아서 더 호기심이 든다.

내 앞에서는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중국인 시니어 부부가 있어서 이야기를 했다. 그분과 나의 음악 감상 견해는 서로 엇갈리기도 하는데 오늘 테너 공연은 최고의 찬사를 아낌없이 할 정도로 훌륭했다고 모두 동의를 했다. 뉴저지에 사는 그분 친구는 오케스트라 석에 앉아서 공연을 봤고 휴식 시간 난 포스터 사진 담으러 1층에 내려오고 그분은 친구분 만나러 1층에 내려왔다. 그분 친구가 테너 공연 보라고 추천해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중국인 시니어는 지난번 세계적인 테너 카우프만 공연 때 메트 매니저 피터 겔브를 봤다고. 카우프만이 자주 오페라 공연을 취소해서 아마 매니저가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카우프만 컨디션이 어떤지 궁금해서 온 거 같다고. 지난번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특별 이벤트에 조슈아 벨 바이올리니스트 보러 갔는데 그날 벨 컨디션이 안 좋아 참석 안 했고 대신 메트 매니저 얼굴을 처음으로 봤다. 오페라 러시 티켓도 그분이 처음으로 제안해서 시행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 오페라 러시 티켓이나 패밀리 서클 티켓 아니라면 자주 오페라 보기도 힘들지.

내 뒤에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 공부한 나타샤 할머니가 앉으셨다. 메트에 가서 그가 출연했던 오페라 자주 보셨다고
크리스티 경매장과 맨해튼에서 축제가 열리면 가끔 만나곤 하는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도 봤다. 백발 할아버지도 오페라를 아주 사랑하나 봐.

테너 공연 보고 카네기 홀 밖으로 나왔는데 우연히 70대 할아버지 벤저민과 수잔 할머니도 만났다. 벤저민은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신 분이고 수잔 할머니는 메트 오페라 매니저랑 친분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고 아들이 음악가다. 두 분은 친구처럼 지내고 수잔 할머니 생일이라고 벤저민이 오케스트라 티켓 구입해 함께 공연 봤다고 하셔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왜 아들 안 데리고 왔냐고 말씀하시는 벤저민. 오늘 같은 공연은 꼭 봤어야 한다고. 음악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체임버 공연 보려다 테너 공연이 너무 좋아 더 이상 공연 안 봐도 될 거 같아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에 갔다. 오후 5시가 될 무렵이라 해가 져서 어둑어둑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가로수들도 보고 크리스티 경매장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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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근처를 지나니 크리스티에 들어가 잠깐 전시회를 보았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방문객에게 더 이상 무료 커피를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미술과 라틴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5시에 문을 닫으니 아주 잠깐 갤러리에서 그림 구경하고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핫 커피 마시는데 파리에서 온 남자가 내게 1불 할인이라 적힌 영수증을 주면서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하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노래 "Think of me'가 생각났다.





카네기 홀 공연이 저녁이 아니라 평소보다 일찍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공연 다시 보고 싶구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11. 18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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