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욕 특별해
목요일 오후 브런치를 먹고 빨래를 해서 기분이 룰루랄라 룰루랄라. 지난번 세탁할 때 대소동을 피워서 피곤했는데 오늘도 작은 소동이 일어났지. 낡고 오래된 헌 가방은 손세탁하고 아파트 지하에 물세탁 마친 거 건조기에 넣으려고 갔는데 지하 세탁실 테이블 위에 베개 커버가 놓여 있어서 할 수 없이 손세탁을 했고 지난번에도 은행에서 교환한 동전 가운데 25센트 대신 10센트 동전이 있어서 놀랐는데 오늘은 캐나다 동전이 들어있어. 돈 많은 부자 은행은 가난한 사람 돈을 눈도 안 감고 가져가네. 그래도 무사히 세탁을 마쳐서 기분이 좋아.
메트에 푸치니 오페라 보러 갔다.
어제저녁 메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봤는데 너무너무 좋아 방금 메트 오페라 혹시 러시 티켓 남았나 확인했는데 정오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운 좋게 러시 티켓을 구입해서 오늘 밤도 오페라 보러 링컨 센터에 간다. 어제 스탠딩 티켓은 20불 + 2.25불 수수료. 러시 티켓은 수수료도 받지 않고 25불만 내면 오케스트라 좌석에 앉아서 보니 정말 좋아.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은 뉴욕에서 베스트에 속한다.
뉴욕은 대개 공연 티켓이 비싼 편. 뮤지컬 한 편도 150불 정도. 뮤지컬 러시 티켓은 40불 정도. 그러니 오페라 러시 티켓(25불)은 너무너무 좋고 오페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뉴욕. 러시 티켓 구하기 모두 어렵다고 하고 그래서 스탠딩 티켓 사서 오페라 보러 가는 사람도 있어서 놀랍다. 최소 3-4시간 서서 오페라 보는 게 오페라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스탠딩 티켓도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오케스트라와 패밀리 서클 좌석. 오케스트라 스탠딩은 28불이니 러시 티켓보다 더 비싸다.
어제 구입한 스탠딩 티켓은 오케스트라 석이 비싸니 패밀리 서클 석을 구입했어. 어제오늘 오페라를 보다니 하늘로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 오늘은 파리의 가난한 보헤미안의 사랑을 노래하는 푸치니 라보엠. 해마다 몇 차례 보곤 했는데 올해는 처음이다. 지난 10월 토스카 오페라 보고 어제 두 번째로 오페라 보러 가고 오늘 이 세 번째.
한국에서 오페라 볼 기회가 드물어 오페라에 대해 잘 몰랐는데 뉴욕에 와서 자주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학생들이 부른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 오페라와 사랑에 빠졌다. 복잡한 형편에 매일 오페라 보러 가고 싶으나 마음뿐이지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오페라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아들이 오페라 감독되라고 꿈꾸었을지 몰라. 수 십 년 전 나 혼자 딸은 작가가 되고 아들은 영화감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두 자녀 아빠가 깜짝 놀라며 세상에 누구 굶어 죽는 거 보려고 그런 생각을 하니? 라 해서 웃었다. 지금이라면 아들이 영화감독이 아니라 오페라 감독되면 더 멋질 거 같아. 하지만 나 혼자의 생각이고 두 자녀 인생을 엄마가 선택할 수는 없고 두 자녀 생각을 존중해야지.
오페라와 사랑에 빠져 오페라 매일 보러 가고 싶지만 복잡한 현실에서 그냥 그냥 살다 시간이 흘러가는데 어제 갑자기 오페라 보러 가는데 이유가 있었다. 어제 오후 1시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줄리아드 학교 Vocal Arts 공연이 열렸는데 약간 늦은 시각 도착해 첫 무대를 볼 수 없고 로비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베이스 바리톤 노래를 들었지만 라이브 공연과 스크린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스크린으로 공연이 어떤지 감을 잡기 너무 어려웠다. 두 번째 무대 공연부터 봤는데 무대에 피아니스트가 지팡이를 들고 걷자 난 충격에 빠졌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봤던 학생 Chris Reynolds.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서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올라선 것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메조소프라노, 테너와 소프라노 노래를 들었고 어제 공연 가운데 중국인 테너가 더 많은 트레이닝과 연습을 한다면 메트 오페라에 출연할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이 보였다. 보컬 공연을 보고 로비로 나왔는데 다시 크리스를 보았다. 체중도 많이 줄게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물론 크리스는 날 모른다.
랑랑 피아니스트는 요즘 공연을 안 하고 쉬고 있다. 어릴 적 혹독한 연습을 한 게 무리가 된 거는 아닐까 혼자 생각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랑랑 소식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어제 크리스가 내게 주는 충격은 친정아버지 다음으로 컸다. 크리스는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봤던 학생이고 아직 젊은 청년이라 더 충격이 컸다. 어제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올라선 크리스는 할아버지 모습 같았고 마치 믿을 수 없는 슬픈 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
수년 전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아들과 함께 책을 읽다 아버지 죽음을 듣고 충격에 빠져 근처에 있는 오헨리가 단골이던 피츠 태번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레스토랑에 가서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 아끼고 또 아끼고 생활하는 뉴욕에서 명성 높은 셰프 요리를 먹을 생각조차 못 했는데 아버지 죽음 소식을 듣자 내 마음이 변했다. 어렵고 복잡하더라고 가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오페라도 봐야겠다고. 그 후로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 시 아들과 함께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하곤 했다.
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 내가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살 것이라고 꿈도 꾸지 않았다. 어릴 적 뉴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으니 당연한 일. 파리와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문화에 열광을 했고 운명의 초대장을 받고 줄리아드 학교가 떠올라 뉴욕에 오게 되었고 지금 줄리아드 학교는 내 친구로 변했어. 너무너무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는 줄리아드 학교. 뉴욕이 사랑스러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줄리아드 학교가 있다는 점.
어제 크리스를 보고 갑자기 오페라가 보고 싶어 졌다. 만약 내가 오늘 또는 내일 죽는다면 무얼 할까. 내가 무얼 하겠어. 평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만약 '숨결이 바람이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 주인공처럼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면 매일 오페라를 보러 가겠어. 그래서 어제 오페라를 보러 갔고 오늘도 운 좋게 러시 티켓을 구입하니 오페라를 보러 간다.
어제 오후 1시 공연을 보고 2시경 링컨 센터를 떠나 지하철을 타고 브로드웨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유니언 스퀘어와 5번가 북 카페보다 더 가까워 좋지만 어제 2시가 지난 시각 도착하니 빈자리가 없어서 당황했는데 마침 손님이 북 카페를 떠나자 얼른 자리에 앉아 핫 커피를 주문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비해 북 카페 규모가 무척 작고 근처에 사는 노인들이 찾아와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낸 서점. 베레모를 쓴 할아버지가 떠나가 악취 나는 홈리스가 들어와 내 옆에 앉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서점을 나왔다.
지하철역에 갔는데 승객이 너무 많아 탑승도 불가능.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그러니 답답하지. 서민들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 정말 심각해. 다음 지하철은 문도 안 열어주고 그냥 지나가고 그다음에 오는 지하철에 가까스로 탑승해 두정거장 가서 링컨 센터 역에 내렸다. 줄리아드 학교 피아니스트 덕분에 갑자기 오페라 티켓 사러 갔고 이미 러시 티켓은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가장 저렴한 패밀리 서클 스탠딩 티켓 1장을 구입했다. 오페라는 저녁 7시 반에 시작.
어제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이 열렸고 미리 티켓 받은 공연. 첼로, 비올라와 피아노 선율을 감상했다. 놀랍게 지난주 토요일 폴 리사이틀 홀에서 봤던 첼리스트는 어제는 피아노 반주를 했다. 그럼 첼로와 피아노 두 악기 모두 수준급 연주를 하는 학생. 뉴욕에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 마지막 번스타인 곡을 듣지 못하고 오페라 보러 갔다. 오페라는 4시간 정도 하니 미리 휴식도 해야 할 거 같아서. 더구나 스탠딩 티켓 구입해 걱정도 되었다. 오래전 푸치니 '나비 부인' 오페라를 스탠딩 티켓 사서 보고 지난 시즌도 한 번 스탠딩 티켓 구입해서 봤다. 인기 많은 오페라 티켓은 러시 티켓 구하기 너무 어렵고 저렴한 티켓 역시 미리 구입하지 않으면 오페라 볼 수 없다. 뉴욕에 오페라 팬이 너무 많아서.
어제 공연은 아주 늦게 막이 내려 3번째 오페라보다 중간 나오는데 실수로 비상시만 이용하는 문을 열고 나갔는데 거긴 평소 출입 금지. 잠시 후 나의 실수란 것을 발견. 다시 돌아오려는데 문이 닫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는데 메트 직원이 친절하게 문을 열어줬다. 객석에 앉은 청중들이 오페라 보는데 난 미리 떠나려니 미안해서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다 어젯밤 소동을 피웠다. 아쉽지만 메트를 떠나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새벽에 집에 도착. 맨해튼에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아. 그럼 오페라 다 보고 나올 텐데 너무 아쉽다. 플러싱에 사니 늦은 밤 오페라 막이 내리면 솔직히 상당히 힘들다. 어제도 세 개의 공연을 봤으니 뉴욕 뉴욕이 특별하다.
어제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4차례 환승해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부촌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에 갔다. 환승할 때마다 얼마나 오래 걷고 걷는지. 지하철은 얼마나 복잡하고 빈자리는 없고 그 힘든 지하철 4번 환승하고 갔다. 오랜만에 만난 흑인 여자와 인사를 했다. 평범한 아시아인 중년 여자가 지극히 평범한 의상을 입고 방문하는데 작년에 그녀가 먼저 날 기억한다고 해서 깜짝 놀라 이야기를 했다. 소더비 경매장은 부유층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꽤 많은 사람들은 비싼 작품 구매하는 눈치. 나야 그림 좋아하니 궁금해서 보러 간다.
소더비 경매장
어제는 '뉴욕 뉴욕' 노래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 삶을 돌아보는 특별 전 'Lady Blue Eyes: Property of Barbara and Frank Sinatra'. 대학 시절 그가 부른 노래 'My Way'를 좋아하고 자주 들었지만 사실 그의 노래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차일드 하삼과 로먼 록웰 등 몇몇 작가의 그림이라고 벽에 걸려 있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린 작품도 보이고 그가 입은 의상도 있고 잠시 그의 전성기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을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도 보고 보컬 아트 보려고 빨리 떠났지만 링컨 센터에 지각을 했다.
극과 극의 두 가지 색채를 보여주는 뉴욕. 거리에 홈리스 가득하니 슬프고 지하철 타면 구걸하는 홈리스 너무 많아 가슴 아프지만 문화 예술 면은 천국이다. 난 한국에서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메트에 가서 세계적인 오페라 보고 소더비 경매장에 가서 부자 사람들 삶도 엿보고, 줄리아드 학생들 공연도 보고 북 카페에 가서 책도 읽을 수 있는 뉴욕.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것도 실직자로 변해 낡은 가방 하나 들고 지옥철 타고 매일 맨해튼에 가서 놀다 보니 천국을 발견했다.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가 파리와 런던과 베를린이 아니라 뉴욕이야.
크리스티 경매장 아인슈타인 레터 경매 중
세상 구경하는 크리스티 경매장
그제도 무척 바빴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늘 바쁘지. 그날은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아인슈타인 레터 경매를 봤다. 그가 죽기 1년 전에 쓴 레터가 30억 정도에 팔렸다니 놀랍지. 세상에 가난한 사람도 많지만 부자도 정말 많은가 봐. 레터 한 장에 30억에 팔려 전 세상에 뉴스가 떴다. 그날도 카메라맨들이 많이도 찾아왔다. 그 레터가 75만 불(약 8억 가깝고)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올라가더니 30억까지 올랐다. 아인슈타인 레터 한 장이면 평생 먹고살겠어.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으니 세상 구경 공짜로 했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블루 다이아몬드도 보고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 가격은 1300백만불-1800백만불. 비싼 와인도 보고 티파니 스탠드도 봤는데 놀라지 마라. 가격이 180불- 250만불. 갈수록 티파니 스탠드 가격도 하늘로 올라가네. 난 웃고 말지 오래전 소더비 경매장에서 처음으로 티파니 보고 나중 돈 많이 벌면 집 스탠드는 전부 티파니로 꾸며야지 하면서 가격표 봤는데 역시 난 상상을 잘해. 가격이 너무 비싸 웃었다. 그래도 그때는 10만 불-20만 불이었어.
삭스 핍스 백화점 쇼윈도 정말 멋져
맨해튼 5번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하누카 기념하기 위해 멋진 옷을 입었어
크리스티에서 어빙 펜의 사진도 보고 경매장을 나와 근처 5번가 북 카페에서 잠시 놀다 여행객 많은 5번가를 걸었다. 철도 없어라. 그리 여행객 많은 5번가를 다시 걸었어. 삭스 핍스 백화점 쇼윈도도 보았다. 뉴욕에 예술가들이 많아 행복해. 공짜로 멋진 작품 보니 얼마나 좋아. 잠시 후 도착한 곳은 교회 St. Barts.
맨해튼 미드타운 크리스마스 캐럴 불러
가끔씩 찾아가 공연 보는 교회. 고음악 공연이 정말 좋아. 그제는 할러데이 시즌 크리스마스 캐럴 부른다고 하니 찾아갔다. 룰루랄라 하면서. 그런데 무척 추워서 혼이 났어. 미리 도착해 교회 안에서 잠시 기다리다 다시 교회 밖으로 나와 나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함께 노래 부르고 모두 신이 났다. 한국인 아가씨 3명도 그냥 지나다 캐럴 부르니 함께 불렀다. 너무너무 행복해하면서.
그제 저녁 7시 반 연극을 보러 지하철을 탔다. 역시 지옥철. 승객이 너무 많아 혼이 났어. 맨해튼에 살지도 않은 난 매일 맨해튼에 가서 여기저기 이벤트 사냥하는 중. 정열이 없다면 불가능한 뉴욕 생활.
입센 '유령' 보러 감
그날 찾아간 곳은 미국 영화배우들의 꿈을 키우는 American Academy of Dramatic Arts(1884). 앤 해서웨이, 로버트 레드포드 등 명성 높은 배우들이 연기 수업을 받은 학교에 미리 예약하고 연극 보러 갔다. '인형의 집'으로 명성 높은 노르웨이 작가 입센의 작품 '유령'. 인형의 집으로 비평을 받자 입센이 후속 작품 유령을 집필했다.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오디션 작품이라고. 막장 드라마 스토리가 전개된다. 메트 오페라보다 연극 보러 가니 내게 만족도가 너무 낮아 1부만 보고 떠났다. 유령에 출연하는 슬픈 주인공 소피아 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라 지금은 뉴욕에서 연기 수업 중. 연기와 오페라 등 언어 문제로 힘들다는 학생들이 많지만 호주권에서 자라 언어 장애로 어려움 받지 않을 거 같다. 그날도 늦은 밤 집에 돌아왔다.
목요일 오후 2시 프랭크 시나트라 소장품 경매가 열렸는데 누가 샀을까.
오후 4시가 지나가 이미 해는 지고 말았어. 지금 기온 4도. 겨울 날씨야.
12. 6 목요일 늦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