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보다
메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보다. 무대 앞이라 사진이 근사해.
어제저녁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보러 링컨 센터 메트에 갔다. 오후 2시가 지나 운 좋게 오페라 러시 티켓을 구입해 기분이 아주 좋았어. 메트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을 찾아야 하니 좀 일찍 도착해야 하는데 타임 스퀘어 역에서 오래오래 기다려 좀 짜증이 나려고 했다. 잠시 후 로컬 1호선에 탑승했다. 승객이 많아 비좁은 공간에 서 있는데 내 옆에 서 있는 아가씨는 모델처럼 키도 크고 예쁜 얼굴. 나도 그녀처럼 젊고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난 뉴욕에 너무 늦게 온 거야. 뉴욕 지각생이 세상의 한 복판 뉴욕에서 생존하기 너무너무 힘들다. 세상의 부자들과 천재들이 모두 몰려오는 뉴욕. 멋진 외모의 뉴요커들도 정말 많아 놀라는 뉴욕.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려 메트 박스 오피스에 가서 라스트 네임을 말하고 오페라 티켓을 찾았다. 집에서 러시 티켓 번호도 미처 확인하지 않았는데 티켓 받고 그제야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래전 오페라 러시 티켓도 모르고 저렴한 티켓 구입해서 봤고, 우연히 러시 티켓에 대해 듣고 그 후로 러시 티켓을 구입해서 보곤 하고, 러시 티켓이 없으면 패밀리 서클 석을 구입하곤 했지만 주로 오케스트라 석 맨 뒤쪽에 앉아서 봤다. 멋진 정장 의상을 입고 온 노년 커플도 보고 신사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얼마나 특별한 대우를 하던지 놀랐어.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너무 앞 좌석이라 불편하지만 감사함으로 오페라를 봤다. 앞 좌석에서 뒤 객석을 바라보니 마치 영화 같았다. 주로 뒤쪽에서 무대 사진을 담으나 어제는 앞쪽에서 뒤를 돌아보고 미안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푸치니 '라보엠' 오페라는 1930년대 파리 라틴지구에서 사는 가난한 보헤미안들의 삶을 담은 오페라. 왜 주인공 미미는 죽고 막이 내리는지. 메트 오페라 무대 장식과 조명이 무척 아름답고 내가 가장 기대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아리아. 미미 역을 맡은 소프라노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미미와 사랑에 빠진 루돌프 시인 역을 맡은 테너 목소리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객석에서 '브라보 브라보' 하니 테너 기분은 좋았겠어.
뉴욕에서 정말 많은 공연을 보니 나도 모르게 최고의 수준을 원하게 되는 거 같아. 1830년대 파리 배경이라 사랑하는 쇼팽도 떠올랐다. 조루주 상드와 연인 관계로 지낸 쇼팽은 들라크루아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고. 약 200년 전 파리 시절에 대해 상상을 해 보았어.
라보엠 오페라는 4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1막과 2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 3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 총 두 번의 휴식 시간이 있고 그 사이 무대 설치가 변경되고 청중들은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거나 화장실에 가는 데 어제 우연히 메트에서 콜롬비아 대학원생을 만났다.
메트 오페라 휴식 시간
타이완에서 유학 온 학생은 카네기 홀과 메트에서 자주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제는 파이널 기간인데 오페라 보러 와서 놀라 바쁘지 않은가 묻자 아직 2주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하면서 취직이 되어서 곧 뉴욕을 떠나게 된다고 해서 축하한다고 말했다. 타이완에 계신 부모님도 기뻐하냐고 묻자 그런지 안 그런지 잘 모른다고. 아들이 부모 곁을 떠나 멀리 지내니 부모님 마음속은 어떤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의 형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지낸다고.
타이완 등 아시아에서 유학 온 학생들은 한결같이 뉴욕 문화가 특별하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 타이완 역시 소수 상류층 클래스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한 문화라고. 서울도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음악을 무척 사랑한 그 학생은 공부하니 무척 바쁜데 자주 오페라 보러 와서 놀랐고 아들에게도 그 학생에 대해 말했고 아들도 그 학생을 메트에서 봤다.
그가 새로 직장 구한 곳은 서부 지역이고 1월 중순 뉴욕 렌트 기한이 되니 그 무렵 서부로 옮겨야 할 거 같다고. 실리콘 밸리가 있는 서부 지역 렌트비는 동부 뉴욕과 보스턴 보다 더 비싸고 집 구하기도 너무너무 어렵다고 해. 서부로 가면 자주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 보러 가기 힘들 거 같다고 하며 우린 다시 오페라 보러 홀 안에 들어갔다.
두 번째 휴식 시간 다시 그를 만나 웃었다. 우린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만났다. 그도 메트 갤러리 벽에 전시된 흑백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나도 가끔 보러 가는 데 벽에 걸린 흑백 사진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은 메트 매니저, 알란 길버트, 플라시도 도밍고, 르네 플레밍 등 소수인데 그 학생이 구스타보 두마멜 사진을 봤다고 하면서 이곳 갤러리 사진이 자주 변경되냐고 물었다. 두마멜 은 이번 시즌 12월에 오셀로 오페라로 데뷔하는데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고. 시즌 메트 오페라 지휘자도 전부 파악할 정도로 오페라를 사랑하는 타이완 유학생. 전날도 푸치니 오페라 보러 왔지만 마지막 오페라 보지 못하고 메트를 떠났다고 하니 그렇게 좋은 오페라 보지 못하다니 하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맨해튼에서 살고 맨해튼과 플러싱의 차이가 너무너무 커. 최소 3차례 환승하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나의 입장. 그런다고 택시 타고 집에 갈 수도 없고 택시 요금이 너무 비싸니 뉴욕에서 택시는 거의 안 타는 편이다. 어제 오페라는 저녁 8시 시작해서 밤 11시 10분경 막이 내렸다. 너무 늦은 시각에 막이 내리니 서둘러 메트를 떠났다. 만약 맨해튼에 산다면 더 오래 머물다 사진도 많이 담을 텐데 밤늦은 시각 집에 돌아갈 거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 마치 신데렐라 같아. 자정이 지나면 마법이 풀려버린. 메트 오페라 보면 마법의 세상에 들어간 듯하지만 승객 많은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돌아오면 현실로 돌아온다. 늦은 밤 시내버스는 자주 없고 그런다고 밤에 홀로 걷기도 힘들고.
어제 만난 콜롬비아 대학원생이 1년 유학 비용으로 1억 정도 든다고 말했다.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하고 미국에서 좋은 직장 구하면 그 비용이 비싸지 않는다고 말했던 학생.
요즘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 하늘처럼 어렵다. 영주권이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너무 힘들고. 스폰서 비용도 많이 들고 이민국에서 비자 거절할지 모르니 더더욱 스폰서 하려는 직장이 드물다. 하지만 어제 그 학생처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석사 학위 받고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학생들은 쉽게 직장을 구한 듯. 그 기준이 안 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지금 미국의 현실. 항상 소수 예외는 있다. 운이 아주 좋거나 능력이 아주 많은 경우.
미국에 조기 유학 와서 어마어마한 유학 비용이 들었지만 미국에 남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1년 조기 유학 비용도 가지가지. 개인차가 아주 크지만 명문 사립학교에 다닐 경우 1년에 1억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수 십 년 전 1년 5천만 원 든다고 했지만 해마다 유학 비용도 올라가는 추세. 또 예비학교에 가면 추가 비용이 들고 악기 레슨비 등 더 많은 비용이 들고.
10년 전인가. 대학 동창이 아들 미국에 조기 유학 보내고 싶어 해서 내게 의견을 물어 조기 유학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동창은 기어코 미국에 아들을 조기유학 보냈고 뉴욕이 아닌 미네소타 주에 보냈지만 1년 후인가 친구 아들은 한국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환율이라 고민 고민하고 유학 비용은 너무 많이 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간 듯 짐작을 한다. 내가 반대한 이유는 조기 유학 비용이 아주 많이 들고 어릴 적 부모랑 떨어져 지내는 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란 생각에. 사춘기 시절 부모와 함께 살아도 힘들다. 조기 유학 오면 빨리 적응한 경우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타이완에서 유학 온 학생처럼 석사 과정만 미국에서 마치고 취직하는 경우는 너무나 좋아. 그런 경우 대환영이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아이비리그 대학 석사 과정 입학과 졸업이 쉽지 않다는 점. 언어 장애를 하루아침에 극복하기 어려우니 조기 유학 보내지만 조기 유학 후 미국에서 직장 구해 남는 경우는 소수에 속한다. 지인 아들도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 졸업 후 미국에 유학 보내려고 하다 요즘 미국에서 졸업 후 취직이 너무 어렵다고 하니 미국에 유학 보내지 않았다.
금요일 아침 기온은 2도. 오늘은 영하 4도로 내려간다고. 너무너무 춥다. 겨울이야.
12. 7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