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소동 - 줄리아드 학교 테너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by 김지수


토요일 아침 파란색 비닐에 담긴 뉴욕 타임지가 나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기다리고 아들이 사랑하는 수제 햄버거 만드는 중 아들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변기통 손잡이가 부서져 아들이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소동. 변기통 손잡이는 오래전부터 말썽을 부렸다. 지구를 들 힘으로 꼭 눌러야 하는 손잡이 너무너무 불편하나 꾹 참고 살았는데 결국 부서졌다. 아들은 엄마 언제 슈퍼에게 연락할 거예요?라고 물었다. 당장 수선해야 하지만 아파트 슈퍼에게 전화를 한다고 내 의사대로 되는 게 아니니 먼저 전화를 해서 변기통 손잡이가 부서졌다고 말했다. 슈퍼 부인이 전화를 받고 아마 저녁 6시가 지나야 수선이 가능할 거 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잠시 후 아파트 슈퍼 부인에게 전화가 왔다. 15분 정도 후 슈퍼가 집에 올 수 있다고. 슈퍼를 기다렸다. 30분 후 슈퍼가 왔다. 슈퍼의 손은 마술을 부리는 손이었다. 15분 정도 후 새로운 손잡이로 교체되어 화장실 변기통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거는 몰라도 정말 화장실에 문제가 생기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여름엔가 아파트 지하에 내려갔는데 슈퍼 부인이 날 보며 헌 가구 버렸지요? 하면서 이웃들이 우리 집 가구 버린 것을 봤다고 하며 경찰에게 100불 벌금을 냈다고 하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할 수 없이 100불을 가져다 드렸다. 오래전 롱아일랜드 힉스빌 아키아에서 구입한 헌 가구는 50불 정도 들었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라 무척 속이 상했다. 만약 미리 벌금을 낼 것을 알았다면 아파트 근처에 버리지 않았을 텐데 가끔 주택가를 산책하면 집 앞에 버려진 가구와 책을 보곤 해서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100불이면 오페라 러시 티켓이 4장. 아들은 만약 그때 우리가 100불을 주지 않았다면 슈퍼는 빨리 수선하지 않았을 거라 말한다. 대개 슈퍼에게 전화를 해서 바로 수선된 경우는 극히 드물어서. 아침의 평화가 흔들흔들했지만 부서진 손잡이를 수선해 다행이었다.

아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고 나도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 지하철 타러 갔는데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로컬 7호선이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역에서 윌레츠 포인트 지하철역까지 운행을 안 하고 대신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한다고. 그런 경우 대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하철 운행은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셔틀버스 타고 한 정거장 가서 7호선에 탑승해 맨해튼에 갔다.







IMG_8320.jpg?type=w966 그랜드 센트럴역




화장실 변기통 문제로 토요일 산타콘 축제가 열린 것을 깜박 잊고 있었는데 지하철 안에서 산타 모자를 쓴 젊은이들이 많이 보여 그제야 생각났다. 잠시 후 홈리스가 깡통을 흔들흔들하는데 너무 소란하니 모두 짜증 난 얼굴로 홈리스를 바라봤다. 그래도 홈리스 깡통 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아, 한숨이 나올 뻔. 맨해튼으로 향하는 로컬 7호선에 정거장마다 점점 더 많은 승객들이 들어왔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내리면 혹시 많은 산타 할아버지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산타 모자를 쓴 젊은이들 몇 명 보았다.

나의 목적지는 5번가 북 카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나와 여행객 많은 5번가를 향해서 걷고 목적지 반스 앤 노블 앞에는 가짜 명품 백을 파는 상인들이 보였다. 여행객 많은 연말이라 상인들도 더 많다. 북 카페에 갔는데 손님이 너무너무 많아 빈자리는 없고 빈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빈 테이블을 발견하고 가방을 두고 핫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책을 읽고 싶은데 앞자리 두 명의 아가씨는 낯선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데 목소리가 너무 커서 집중이 안 되고, 두 명의 아가씨가 떠나자 모녀가 앉아서 예쁜 컵케이크를 먹는데 너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 그 후로 계속 다른 손님들이 와서 대화를 나누고, 옆자리 아가씨는 랩톱으로 영화를 보고 북 카페 풍경도 다양하고 토요일 손님이 너무 많아 소란스러웠다.

얼마 후 화장실에 가려는데 직원이 루이 14세 왕관을 쓰고 파워를 행사. 지금 화장실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목소리에 파워와 권위가 있어서 놀랐다. 손님이 많아서 좀 기다려 주세요,라고 정중히 말했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다른 것도 아니고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직원의 파워가 태양처럼 강했다. 다시 시간이 흐른 후 화장실에 갔는데 역시 같은 직원이 지키며 이용할 수 없다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네 번.. 그래서 서점 지하로 가서 화장실 이용하려는데 직원이 장애인 전용이라 사용할 수 없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도 소식이 없고 할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왔다. 다시 화장실에 가려는데 다른 직원이 지키고 있어.

추운 날 서점을 나가면 다시 빈자리 잡기 어렵고 맨해튼에 공중 화장실이 드물어 불편하다. 결국 서점을 나왔다. 춥지 않다면 첼시 갤러리에 갈 수도 있는데 너무 추워 첼시에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연말이라 뮤지엄에 방문객이 넘칠 거 같으니 메트 뮤지엄에 가기 싫고 그러니 북 카페에 가장 좋은 장소인데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으니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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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스퀘어 새해 소망 프로젝트




서점을 나와 복잡한 맨해튼 미드타운을 거닐었다. 빌딩마다 예쁜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였고 잠시 후 타임 스퀘어에 도착했다. 타임스퀘어에서 새해 소망 적는 이벤트가 열리고 누가 뭐라 적었는지 보니 사람들 소망은 비슷비슷한 거 같아. 행복, 건강, 사랑, 돈 등에 대해 적혀 있었다.






타임 스퀘어에서 산타 할아버지도 보고 1호선을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토요일 저녁 8시 반 줄리아드 학교에서 테너 공연. 종일 테너 공연을 기다렸어. 슈베르트의 물방앗간 아가씨 노래를 불렀다. 테너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현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지하철이 정상 운행 안 하니 집에 돌아갈 거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마지막까지 공연을 봤다.


줄리아드 학교 나오며 토론토에 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학교에서 음악 교사 직장 구했다는 소식을 전해줘 축하한다고 소식 전했다. 결혼 후 두 자녀 양육하느라 한동안 음악 활동 안 하다 다시 연주가 활동하는 중인데 어린 두 자녀 돌보며 집안일하며 동시 커리어 활동하니 힘든 생활. 요즘 직장 구하기 너무 힘든 세상에 좋은 직장 구해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집에 조금 전 돌아왔다. 이제 내일을 위해 휴식할 시간.

12. 8 밤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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