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테너, 재즈와 연극
겨울 하늘은 흐리고 겨울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겨울비 대신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어. 10년이 지난 차 파니 마음 편하게 눈이 그리워. 하얀 눈 펑펑 쏟아지면 눈 치우느라 죽을 고생을 하는 뉴욕. 차도 없는데 어제는 스팸 전화가 왔어. 낯선 곳에서 걸려온 전화 99.99%는 광고 전화. 내 자동차 워런티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어. 차도 없는데 무슨 워런티. 지난번에는 애플 ID 문제가 있다고 연락이 오고, 국세청(IRS)이라고 연락이 오고, 가끔은 여행사에서 저렴한 항공권에 당첨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전부 스팸 전화야. 갈수록 이상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져간다.
어제도 늦은 오후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지하철에서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홈리스가 구걸을 하고 참 슬픈 세상이야. 맨해튼에 가면 꼭 홈리스를 만난다. 지하철 안에도 맨해튼 거리거리에도 홈리스들이 너무 많아져 가. 점점 젊은 여자 홈리스도 많아져 가고. 하늘로 올라가는 렌트비 서민들은 죽을 맛이야. 매년 올라가면 어찌 살라고. 어제는 홈리스가 지하철 안에서 웃는 것도 보았다. 낯선 승객과 이야기를 하더니 웃더라. 젊은 백인 여자였어.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늘 손님이 많아.
맨해튼 음대와 메네스 음대 공연 가운데 어느 것을 볼지 고민 고민하다 테너 공연 보기로 결정하고 유니언 스퀘어 역에서 내렸다. 오후 5시 공연 시작. 약간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선물 포장하는 코너도 있어서 비좁은 북 카페. 연말 손님도 더 많고 빈자리는 없고. 날 위해 음악 흐르는 전망 좋은 자리가 빈다면 얼마나 좋겠어. 여행객 많은 맨해튼 북 카페도 항상 복잡하고 스타벅스도 마찬가지.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파케 로잔느 캐시 저녁 7시 이벤트
분위기 좋은 카페 추천해 달라고 가끔 부탁받으면 곤란하지. 뉴욕은 뉴욕. 뉴욕 모든 게 다 좋은 게 아니야. 빈자리가 없으니 혹시나 하고 4층에 올라갔는데 저녁 7시 로잔 캐시 이벤트 할 예정이라 직원이 지키고 있어서 거기도 내가 쉴 공간이 아니고. 한국에서 잘 모르던 로잔 캐시 가수. 수년 전 뉴욕대 이벤트 보러 가서 만났는데 노래를 정말 잘 불러서 그 후 카네기 홀에서 그녀 공연을 한 번 보았다.
유니언 스퀘어 할러데이 마켓
어제 수요일 유니언 스퀘어에서 그린 마켓이 열리고 동시 연말이라 할러데이 마켓이 열리고 사람들은 선물 사느라 바쁜 듯. 난 테너 공연 보러 메네스 음대에 찾아갔다. 가끔씩 찾아가는 Arnold Hall. 수위가 무슨 공연 보러 왔냐고 물어서 테너 공연 보러 왔다고 말하니 통과시켜주었다. 같은 시각 재즈 공연도 열린다고 말하는 수위.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버튼을 눌렀어. 석사 학위 중국인 테너가 그리그와 라흐마니노프 곡을 불렀다.
메네스 음대 테너 공연
어제 맨해튼 음대에서 교수님들 공연도 열렸지만 난 보컬 공연이 더 좋아 메네스 음대에 갔다. 아름다운 노래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휴식 시간 중국어와 한국어가 많이 들려왔다. 서울 시향 지휘를 했던 정명훈과 현재 메트에서 활동하는 이용훈 테너도 메네스 음대 출신. 이용훈 테너는 장학금 받고 공부했지만 너무너무 가난해 렌트비를 못 낼 형편이라 무척 힘들게 지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욕을 포함해 런던, 밀라노, 빈, 뮌헨, 베를린 등에서 오페라 활동을 하는 세계 정상급 이용훈 테너. 지금이야 이용훈 테너에게 가난한 시절은 추억으로 남았겠다.
메네스 음대 재즈 공연
휴식 시간이 길어져 5층에서 열리는 재즈 공연이 궁금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재즈 공연을 봤다. 클래식과 재즈의 차이도 커. 재즈 음악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색소폰과 트럼펫 소리가 인간 목소리 다음으로 따뜻해 좋아. 프로그램도 없어서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의자에 앉아 재즈 음악 들었다.
어제저녁 7시 셰익스피어 연극 <리처드 2세> 보러 갔다. 메네스 음대에서 나와 지하철과 시내버스 타지 않고 걸어갔다. 약 25분 정도. 밤이라 약간 춥기도 했지만 걷기를 좋아해. 메네스 음대에서 나와 유니언 스퀘어 파크를 지나 매디슨 스퀘어 파크 크리스마스트리도 보고 파란색 옷을 입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보고 연극을 보러 가서 입구에서 내 이름을 확인했다. 미리 예약했던 연극 이벤트. 학교에서 연락받고 언제 봐야 할지 고민하다 어렵게 스케줄 만들었다. 왜냐면 다른 스케줄과 겹치지 않아야 하니 스케줄 만들기 너무 어려워.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와 카네기 홀 공연을 우선으로 하고 그 후 남은 시간에 연극 스케줄 만들기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었다.
셰익스피어 연극 <리처드 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절대 권력을 믿으며 폭정을 일삼던 리처드 2세가 사촌 볼링브루크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권력의 무상함과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줄거리.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리처드 2세 연극 보면 좋겠어.
연극 보고 있을 즈음 딸에게 연락이 와서 휴식 시간 나와 딸과 통화를 했다. 함께 앙상블 연주하는 팀들이 별똥별 보러 놀러 가서 소원 빌고 엄마에게 연락해서 인도 출신 프로그래머 소식을 들려주었다. 아마존에서 일하다 구글로 트랜스퍼하려는데 이민국에서 비자 거절하니 미국을 떠나게 되었다고. 정말 요즘 미국 이민국 파워가 루이 14세 왕 보다 더 세다. 어찌 이런 일이 있는지 믿을 수 없어.
과거도 취업 비자와 영주권 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트럼프 시절 일단 직장 구하기 너무 어렵고 아마존과 구글 같은 대기업 취직 정말 어려운데 그런 대기업에서 스폰서 했는데 이민국에서 거절하면 어떡해.
이런 비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 뉴욕에 사는 이민자들은 그 말이 뭔지 바로 느낀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이민에 대해 부정적인지 궁금해한다. 언어와 신분 문제가 태어난 나라에서 저절로 주어지지만 이민을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속담이 있지만 이민에 대해서는 천만번 들어도 1번 경험한 것보다 못하다. 직접 경험해야 이민이 뭔지 느끼게 된다. 언어 능력도 개인차가 아주 크고 짧은 시간 빨리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미국 영주권도 마찬가지. 운이 좋거나 능력 많은 경우 빨리 영주권 받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속하고 요즘 영주권 받기 너무 어려워졌다.
언어와 신분 문제 해결하고 영주권 있고 좋은 직장 구하면 이민은 극한 상황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직장 구하기 너무 어렵고 과거와 달리 트럼프 시절 더 어려운 점은 비자 프로세스 할 때 이민국에서 거절하면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한다. 전에는 다시 서류 보내서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왜냐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직장에서 흔쾌히 허락하지 않고 시간도 많이 드니 이민자 고용을 반가워할 직장은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민국에서 한 번 거절하면 그 후 프로세스 할 수 없고 바로 미국을 떠나야 한다.
딸도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OPT 신분으로 지낼 무렵 700통 이상 이력서와 커버레터 보내고 보스턴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소에서 직장 구해 이민국에 서류 보냈지만 거절하고 다시 수속하고 이민국 결정이 어쩔지 모른 상황에 1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1년 후 미국에 돌아왔다. 비자 문제 공포다.
과거 학사 학위가 있고 풀타임 직업을 구하면 영주권 진행이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최소 석사 학위를 요구하고 프로그래머 등 미국에서 필요한 직업을 구해야 영주권 진행이 가능하다. 이민국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져 영주권과 취업 비자받기 점점 어려운 미국.
신의 직장이라 불린 구글에서 직장 구했는데 이민국에서 비자 거절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요즘 미국의 현실이 이렇다.
목요일 하늘은 흐린데 오랜만에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메모를 쓰는 동안 겨울비 대신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2. 13 목요일 아침 하얀 눈이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