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가져온 선물

카네기 홀에서 뉴욕 팝스 공연 보고 할러데이 마켓 구경하고 기도하고

by 김지수


길고 긴 토요일 하루를 보내고 조금 전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카네기 홀에서 뉴욕 팝스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왔으나 한밤중 시내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하니 종일 맨해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두 자녀가 너무 피곤한 거 같아 한인 택시를 불렀다. 메이시스 백화점 맥도널드 앞에서 기다린 택시 문을 열고 기사랑 이야기를 했는데 뉴욕에 온 지 20년이 지났고 한국보다 뉴욕이 더 좋다고 말하는 기사님은 서울대 음대 졸업했다고 하니 약간 놀랐다. 플러싱에서 만난 한인 택시 기사분 가운데 서울대 졸업했다고 말한 분은 처음이라서. 두 자녀분이 대학원을 졸업했고 혼자 힘으로 뉴욕에서 생활하니 너무 힘들지만 한국과 달리 주위에서 성가시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 뉴욕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는 기사님. 서울대에서 공부할 적 술 마시자고 연락 오면 힘든 일이었다고 말하며 20년 동안 뉴욕에 와서 "숨만 쉬고 살았다"라고 표현하시는 기사님. 생활이 너무 힘드니 숨만 쉬고 살았다고 표현한 듯 짐작이 되었다. 서울대 음대 졸업이라고 하셔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돌아오는 중이라 하니 "문화생활도 하시네요", 하면서 웃으셨다. 부인은 일 안 하니 혼자 벌어서 가족 생계를 책임지니 많이 힘들고 20년 전 같이 뉴욕에 온 친구는 집도 사고 형편이 훨씬 더 좋다고. 그 친구는 부모님이 수 십만 불 도움을 줬다고 말씀하셨다.


뉴욕에서 지낸 동안 만난 사람들 가운데 이민 생활이 쉽다고 말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정착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린다. 또한 이민 적응 능력 등 개인차가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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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뉴욕 팝스 공연






뉴욕 팝스 공연은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캐럴 송을 주로 불렀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곡들을 불렀다. 오케스트라와 합창 공연도 좋고 '사운드 오브 뮤직' '오클라호마'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 Ashley Brown가 노래를 잘 불러 공연이 한층 즐거웠다. 산타 할아버지도 카네기 홀 무대에 올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짙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아파트 앞에 커다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지난주 줄리아드 학교 근처에 있는 Bed Bath & Beyond에서 주문한 이불 세트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래전 아파트 지하 세탁기에 이불을 넣고 돌렸는데 찢어져 바느질해 사용하고, 다시 세탁하면 다시 찢어져 다시 바느질하고, 언젠가 아들이 엄마 바느질 한 시간이 더 아깝지 않아요, 했는데 이제 더 이상 바느질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 찢어져 버려 지난주 이불세트를 사러 갔다. 매장에서 쉽게 이불 세트를 살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지만 커다란 매장에 내가 원하는 세일 품목 이불은 없어서 사진을 보여주고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직원은 내가 사고 싶은 이불 세트는 매장에 없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집에 배달해 준다고 해서 그럼 배달료 지불해야 하냐 물으니 내가 추가 요금 지불하지 않고 세일 가격으로 준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매장에서 컴퓨터로 주문했는데 5분 정도면 일이 끝날 줄 알았지만 40분 이상 걸렸다. 이유는 매장 컴퓨터가 너무너무 오래되어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서. 흑인 아가씨는 이 매장에 있는 물건은 수 천년이 지났어요,라고 하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컴퓨터가 실용화된 게 수 천년 전은 아니지만 직원이 일하는데 너무 불편할 정도로 고물이나 새로운 것으로 교환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했을 거라 짐작을 했다. 그날 겨울비가 내렸고 줄리아드 학교에 재즈 공연 보러 가기 전 잠깐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 보려 했지만 너무 일이 늦게 처리되는 바람에 간신히 재즈 공연을 보러 간 날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착할 거라 했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다 찢어진 이불 덮고 자는 내게 선물을 가져왔어. 딸이 뉴욕에 오기 전 이불이 도착하길 바랬지만 하루 늦게 도착해 딸이 찢어진 이불 보고 깜짝 놀랐다.




토요일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카네기 홀에서 저녁 공연 티켓 3장을 구입하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콜럼버스 서클 홀 푸드 지하로 가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5번가로 가는 길 미드타운 갤러리에 들려 전시회 보고, 5번가 성 패트릭 드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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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성 패트릭스 성당






할러데이 시즌이라 성당에 방문객이 더 많아 복잡했다. 성당 근처에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에 들려 속옷도 구입하고, 5번가 북 카페에 가서 잠시 휴식을 했다. 북 카페에 찾아온 켄터키 주에서 온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제 버스로 뉴욕에 와서 자유의 여신상과 9.11 뮤지엄 구경하고 쇼핑하고 뉴욕에서 무얼 할지 모르겠다, 오늘 밤 11시에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딸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뉴욕에 왔지만 카네기 홀 공연 외에 특별히 무얼 할지 고민스러웠다. 만약 돈에 제한받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예산안에서 좋은 스케줄 만들기는 뉴욕에서 쉽지 않구나,를 다시 느꼈다. 뮤지컬과 영화를 보려고 해도 3명이면 꽤 많은 예산이 들고 레스토랑과 바에 가려고 해도 뉴욕은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니 작은 예산으로 맨해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아. 특히 겨울이라서 더 그렇다. 여름이라면 공원과 바닷가에 가서 놀 수도 있는데 겨울이라 바람도 불고 추운 날이라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그리우나 편한 소파 하나 찾기 힘든 맨해튼.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등 모두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무료 공연이 열리지 않고 연말이라 여행객이 더 많아 피곤한 뉴욕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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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첼시 갤러리에 가려고 하다 너무 피곤하니 북 카페에서 휴식을 하다 미드 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서 할러데이 마켓 구경하고, 윈터 빌리지와 크리스마스트리 구경하고, 맨해튼 K 타운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메이시스 백화점 구경하고, 지하철 타고 카네기 홀 근처 스타벅스에서 휴식을 하다 공연을 보러 갔다. 5번가와 북 카페와 할러데이 마켓과 스타벅스 매장과 성당 모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몹시 피곤한 토요일.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메모를 마치니 자정이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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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









12. 23 일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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