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센트럴 역, 브라이언트 파크, 타임스퀘어, 아스토리아 방문
크리스마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부터 화이트 크리스마스 되길 간절히 바랐으나 기대와 달리 하얀 눈이 펑펑 내리지 않았어.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와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생각나고 크리스마스 날 들어도 좋아.
토론토에 사는 S는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영하 17도 되는 스키장에 갔다고 연락이 왔다. 크리스마스 스키장에 갔으니 얼마나 좋을까. 뉴요커들도 겨울에 스키장에 많이 가곤 하던데 우리 집은 스키장에 갈 형편과 거리가 멀어서 그림의 떡이야.
모두 모두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냈을까.
크리스마스 무얼 할지 고민 고민을 했어. 메트 뮤지엄도 사랑하는 북 카페도 갤러리도 모두 문을 닫아 어디로 가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쉽게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아침 식사를 하고 두 자녀와 함께 맨해튼에 갔다. 아파트 문을 잠그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파란 하늘도 안녕, 참새들도 안녕, 차가운 겨울바람도 안녕, 모두 안녕하며 아침 인사를 했어.
그랜드 센트럴 역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에 탑승하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내렸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승객들도 바라보고, 예쁜 천정도 보고 지하로 내려갔는데 거의 대부분 레스토랑은 문을 닫아 쉴 곳은 없어서 역을 빠져나와 근처 스타벅스 카페에 가서 핫 커피와 초콜릿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이언트 파크
잠시 후 카페에서 나와 걷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서 하얀 빙상에서 아이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브라이언트 파크 할러데이 마켓도 구경하고 타임스퀘어로 걸어갔다. 새해 소망을 적는 NYE Wishing Wall에 새해 소망을 적으려 했는데 크리스마스 소망을 적는 곳은 안 보여 섭섭했다.
타임스퀘어
타임 스퀘어에 인기 많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광고가 그려진 버스가 지나가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붉은 소방차 보고 차가운 겨울바람맞으며 지난 새해 이브날도 생각이 났어. 작년 새해 이브 아들과 함께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를 보려 했지만 너무너무 춥고, 사람들이 많고, 한밤중까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고 말았지만 몇 주 동안 아들은 감기에 걸려 죽을 고생을 했던 가슴 아픈 추억도 떠올랐어. 뉴욕에 와서 살면서 아직 한 번도 구경하지 않은 타임 스퀘어 새해 이브 특별 이벤트 언제 내가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어.
크리스마스 브라이언트 파크도 타임스퀘어도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너무 피곤하기만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 두 자녀와 나.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서 수많은 이벤트와 공연을 보곤 하는데 연말 무얼 할지 고민을 하는 나. 나도 모르게 여행객이 되어버린 느낌.
우리 가족이 즐겁게 할 만한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보내기 아쉬워 맨해튼에 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피곤해 그냥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다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딸이 "우리 아스토리아에 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애스토리아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곳은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 맨해튼과 가까운 지역이고 요즘은 그리스 이민자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도 많이 살고 특히 젊은 층 인구가 많이 사는 아스토리아. 일본 작가 노구치 뮤지엄과 조각 공원 보러 가끔 방문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려야 할지 잊어버렸고 요즘 내 휴대폰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아들은 엄마 핸드폰을 공룡 폰이라 불러.
딸이 휴대폰으로 서치 해 레스토랑 많은 30th Ave. 지하철역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다 수년 전 봤던 아트 갤러리가 눈에 보였다. 동유럽에서 이민 온 나이 많은 사람이 갤러리 주인이고 이탈리아와 뉴욕에서 화가 활동을 한 아티스트도 만나 잠깐 얘기했던 추억도 떠올랐다. 갤러리 주인 말에 의하면 미국 빈부차가 1929년 대공황 무렵보다 더 심각하다고. 처음 뉴욕에 올 적 이민자 삶이 뭔지도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니 차츰 가난한 이민자들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트 갤러리 맞은편에 한인 음식점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떡볶이와 만두를 주문했다. 추운 겨울날 맨해튼 걷다 두 자녀는 어릴 적 먹은 어묵이 먹고 싶다고 해서 플러싱 '김가네'에 가서 어묵을 먹을까 하다 애스토리아 한인 음식점에 가니 어묵은 안 보여 할 수 없이 메뉴에서 골랐다. 그곳은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하고 음식도 나쁘지 않았다. 'Enjoy'라 적힌 내 물컵도 예뻤어.
식당에서 나와 다시 걷다 T-Swirl Crepe에 가서 커피와 크레이프 주문했는데 손님도 없어 조용하고 맛도 좋아 다시 가고 싶어. 맨해튼은 여행객 많아 너무 복잡한데 크리스마스 아스토리아 너무 조용하고 좋았어.
딸은 처음으로 애스토리아 방문하고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지역 난 오래전 가끔 방문한 곳이지만 우리 가족 모두 아스토리아 너무 좋아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했어. 딸이 뉴욕에 와서 오랜만에 조기 매운탕도 끓이고, 엘에이 갈비도 굽고, 평소보다 더 푸짐한 반찬을 만들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명성 높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해도 좋을 텐데 아직 많이 복잡하니 집에서 식사를 했어.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돌아가야 하는 딸은 뉴욕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하는데 직장에 돌아가서 일해야 하니 보스턴으로 돌아가야 해.
이제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곧 새해가 다가온다. 매년 맞는 연말과 새해. 올해 정말 빨리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1년 동안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지 돌아봐야 하는 순간이 왔어. 거의 매일 지하철과 시내버스 타고 맨해튼에 가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일정. 숨 가쁜 한 해도 서서히 막이 내리고 있어. 꽤 복잡한 해를 무사히 보냄에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 거 같아. 올해 두 차례 버스를 타고 딸이 사는 보스턴에 여행을 가서 추억을 쌓고 돌아왔다. 이제 다시 새해 계획도 세워야 하는 시점. 구름은 걷히고 눈부신 태양처럼 빛나는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12. 25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