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가 보내고 보스턴으로 돌아간 딸

크리스마스 휴가 뭐 할지 고민 많이 했어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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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fim Bronfman,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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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oo Cho, Violin

Pamela Frank, Violin

Bella Hristova, Violin

Kyoko Takezawa, Violi





크리스마스 다음날 수요일 아침 일찍 딸은 보스턴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 앞에서 시내버스에 승차하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역에서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데 시내버스와 지하철에는 승객이 가득해 놀랐다. 조금 전 딸이 보스턴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스턴도 뉴욕처럼 몹시 춥다고. 오늘 아침 상당히 추운 날이라 하얀 눈이 펑펑 내릴 거 같았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하얀 눈이 오면 어떡해. 물론 아직 하얀 눈이 내리지 않았어. 하지만 곧 눈이 내릴 거처럼 추워. 지난 금요일 딸은 오전 11시 보스턴에서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출발했지만 크리스마스 휴가 주말이라 도로가 정체되어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려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서 보스턴 돌아가는 것은 도로가 정체되지 않아 5시간 정도 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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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스테이션 와사비



지난 금요일 오후 맨해튼으로 딸을 마중하러 가는 중 도착이 늦어질 거란 연락을 받고 7호선 Court Square에 내려 뜻하지 않게 컨템퍼러리 아트로 명성 높은 Moma PS1에 방문해 잠깐 전시회를 보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펜 스테이션에 가서 기다리다 뉴욕 도착이 더 늦어질 거라 하니 펜 스테이션 역 '와사비'에서 도시락 한 개 사들고 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딸을 기다렸다. 보스턴에서 직장 생활하니 늘 바쁘기만 하고 뉴욕에 오면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쉬고 가면 좋을 텐데 한국에서 지내던 시절과 극과 극인 환경이라 두 자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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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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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613.jpg?type=w966 센틀러파크



IMG_8594.jpg?type=w966 카네기 홀 뉴욕 팝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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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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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574.jpg?type=w966 브라이언트 파크



IMG_8662.jpg?type=w966 그랜드 센트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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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667.jpg?type=w966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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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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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패트릭스 성당 5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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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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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PS 1






하지만 딸이 뉴욕에 머문 동안 메트 뮤지엄에도 가고, 센트럴파크에 가서 산책도 하고, 5번가 거닐다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에 가서 필요한 딸 속옷을 구입하고, 성 패트릭스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타임 스퀘어와 그랜드 센트럴 역과 브라이언트 파크도 구경하고, 카네기 홀에 가서 두 차례 공연을 보고, 집에서 두 차례 영화를 보고 한 번은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영국 작가에 대한 영화, 그리고 예상에 전혀 없던 퀸즈 아스토리아에 방문해 마음에 드는 휴식 공안 찾아 기뻤다. 언제 다시 아스토리아에 가면 커피 마시러 가볼 생각이다. 커피값도 1.5불. 맨해튼에 비해 얼마나 저렴하고 좋던지. 여행객 많아 복잡한 맨해튼과 달리 조용한 공간이라 카페에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도 예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하고 가족들이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도 하고 선물 꾸러미도 교환하면 좋을 텐데 맨해튼에서 천 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봤고 뉴욕에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와서 지낸 지 꽤 많은 세월이 흘러가지만 아직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할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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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166.jpg?type=w966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그래도 괜찮다. 맨해튼에 가서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를 비롯 너무너무 많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봤으니 뭐가 불만족이란 말인가.




하지만 두 자녀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뉴욕에 올 때 뉴욕 생활이 이리 힘들 줄 미처 몰랐어. 부부 함께 이민 와도 힘든데 나 혼자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와서 교육했으니 말할 것도 없이 고통의 바다에서 수영을 했어. 캄캄한 동굴 속을 오래오래 지나서 서서히 맨해튼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니 점점 더 큰 세상을 보고 있다. 물론 가만히 있지 않았어. 매일매일 보물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죽을 만큼 여기저기 찾고 다니니 대학 시절 꿈꾸던 세상을 나 혼자 발견한 거지.




딸은 동생과 엄마에게 선물을 주고 떠났다. 단 한 푼도 딸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비상시 대비해 늘 아끼고 필요 없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크리스마스 선물 안 받아도 된다고 했으나 기어코 선물을 가져왔다. 딸은 마치 산타 할아버지 같아. 고장 난 아이폰 케이스도 새로 교환해주고, 공룡 폰이 되어버린 휴대폰 계약도 변경하고 맨해튼에 가면 기록하라고 작은 노트도 내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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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카네기 홀에서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두 자녀랑 함께 카네기 홀에 공연 보러 갔다.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시즌 메트 오페라 몇 개나 봤니?라고 물으니 "모두 봤다'라고 하시는 할머니. 메트에서 발런티어도 하고 지난번 안나 네트렙코 소프라노 공연 시 만났는데 할아버지 친구가 할머니 생신이라고 오케스트라 좌석 공연 표 사줘서 공연 봤다고 했는데 지난 월요일 할아버지 친구는 몸이 아파서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오지 않으셨다. 요즘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 사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신 수잔 할머니. 내가 오페라 봤다고 하니 무슨 티켓 사서 봤냐고 물어서 스탠딩 티켓과 러시 티켓 사서 봤다고 했어.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공연은 운이 좋아 러시 티켓을 구입했나 봐. 가끔 말없이 운이 찾아오지. 기회는 항상 오지 않으므로 올 때 잡아야 해. 그래서 그 무렵 이틀 연속 오페라를 봤다. 뉴욕에서 이거 저거 해보니 오페라가 좋더라. 매일 오페라 봐도 좋을 거 같아. 언제 그런 날이 올까. 혹시 알아. 어느 날 내가 꿈꾸는 모든 게 다 이뤄질지. 아무도 몰라.




크리스마스 카네기 홀에서 저녁 7시 New York String Orchestra 공연 봤는데 그날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강의하시는 할머니도 만났다. 그날 처음으로 우리 가족을 만났는데 할머니 어릴 적 무척 가난했다고 말씀하셔 놀랐고, 브루클린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맨해튼에 산다고, 할머니 배우자분은 연극 감독인데 수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셔 슬프다고 말씀하셨다. 수수한 의상을 입고 화장기 없고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라 그냥 은퇴하고 집에서 지낸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이비리그 대학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정치학 강의를 한다고 하니 많이 놀랐다.




크리스마스 카네기 홀에 가려고 지하철 탔는데 평소와 달리 텅텅 비어 깜짝 놀랐어. 모두 어디로 간 거야. 뉴욕에서 지하철 많이 타지만 그런 날도 처음이었어.





IMG_8647.jpg?type=w966 크리스마스 이브 뉴욕 지하철 텅텅 비다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 프로그램에 멘델스존과 비발디와 베토벤 곡을 연주했는데 딸과 아들과 내 취향이 모두 달라 재미있었다. 아들은 멘델스존 곡을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서 좋다고 하고, 딸은 듣기 좋은 바로크 음악 비발디 곡이 좋다고 하고, 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뭐든 취향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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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카이저 크리스마스 케이크 딸이 주문





크리스마스를 위해 딸은 뉴요커가 사랑하는 메종 카이저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미리 주문해 정오 무렵 찾으러 가서 맛있게 먹었고 또 특별한 날이니 프랑스산 와인도 구입해 저녁 카네기 홀 공연 보고 집에 돌아와 와인 마시며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처음으로 먹은 메종 카이저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이 좀 비싸 놀랐는데 케이크가 전부 초콜릿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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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맞은편 와인 전문 매장





세상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로마로, 런던으로, 파리로, 프라하로 여행 가는 가족들도 있고 스키 여행 가는 가족들도 있고 반면에 집에서 조용히 가족끼리 보낸 경우도 있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거리는 맨해튼에서 고독을 느끼는 뉴요커들도 무척 많고 특히 어렵게 지낸 홈리스들 고생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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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7호선 종점 허드슨 야드 지하철역






아침 딸을 배웅하기 위해 새벽 6시 기상, 덕분에 하늘에 붉게 물든 여명의 빛도 봤어. 딸과 함께 맨해튼에 가서 보스턴 가는 버스에 탑승하는 것 보고 돌아와 가슴 떨리는 손으로 다음 달 렌트비 고지서를 파란색 우체통에 넣어 보냈다. 심장이 떨리는 렌트비. 공포야 공포. 하마터면 렌트비 보낸 것도 깜박 잊을 뻔했어. 내가 뉴욕에 간다고 말할 때 주위 지인들과 친구들이 모두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를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어. 무슨 배짱으로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왔을까. 새해는 모든 일이 잘 풀려 렌트비 낼 때 손이 안 떨리면 좋겠어.






12. 26 수요일 늦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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