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JAPAN Goodwill Concert 2018 무료 공연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가에 비춰서 행복한 목요일 아침.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거 같아. 겨울나무도 찬란한 햇살을 좋아할까. 파란 하늘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파란 하늘 타고 저 멀리 여행 떠나고 싶어. 어디쯤에 머물면 좋을까. 야경이 아름다운 프라하에 갈까. 로마의 분수를 보러 로마에 갈까. 나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마치 샤갈 그림처럼 자유롭게 날아.
20년 전인가 런던에서 떼제베 기차 타고 파리에 한밤중 도착 가이드는 호텔 찾느라 소동을 피우고 파리 중심가가 아닌 교외에 자리 잡은 어느 호텔 찾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한밤중 도착했지. 다음날인가 파리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도 걷고 루브르 뮤지엄에 가서 명성 높은 모나리자 그림도 보고 감자튀김 듬뿍 담은 스테이크도 먹고 그날 밤인가 파리 센 강 유람선 타러 갔는데 그만 너무 피곤해 잠이 들고 말았어. 그 아름다운 파리 유경을 놓쳐버린 거야. 분명 다음에 파리 여행 가면 볼 수 있어서 그랬나. 그런데 그 후로 아직 파리에 여행 갈 기회가 없었어. 세월에 날개가 달렸어. 얼마나 빨리 흘러간 거야. 20년 세월이 금방 날아가고.
올해도 금세 흘러가버려 새해 이브가 며칠 안 남았어. 연말 여기저기서 기부금 달라고 연락이 오고 매달 보내는 렌트비도 숨이 헉헉 막히는데 기부금 낼 형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링컨 센터와 카네기 홀에 가면 100억 이상 기부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하늘에서 준 복이 많은 건가. 같은 하늘 보고 같은 지구 안에 사는데 빈부 차이가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뉴욕 뉴욕.
새해 이브 볼 드롭 행사가 타임 스퀘어에서 열리고 그걸 보기 위해 뉴욕에 온 여행객들도 많다고 하고 전망 좋은 호텔방은 가난한 내게는 너무너무 비싸지만 돈 많은 귀족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라커 펠러 센터 Rainbow Room 새해 이브 저녁 식사 비가 1인 750불이 넘던가. 언제 가 보나. 한국에서 보지 못한 뉴욕 귀족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뉴욕 참 특별한 도시야. 한국에는 영화를 통해 뉴욕이 알려져 가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은 듯 짐작해.
어제 아침 딸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 무척 추운 날 맨해튼에 가서 몸이 적응이 안 되었는지 어제 몹시 피곤했어. 감기라도 오면 큰일인데 저녁에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미국 일본 친선 음악회 보러 갔다. 오래전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서 무료 공연 티켓 받아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70대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2장 주니 너무 행복해했는데 어제 카네기 홀에서 할머니 만났다. 뉴욕에 이민 온 지 60년 이상이 되어가니 미국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맞고 클라리넷 연주하고 합창 단원으로 활동했던 할머니는 맨해튼 할렘에 살다 브롱스로 이사 갔는데 남편과 작별하고 혼자 살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할머니 생각이 났다. 자녀도 없어서 더 고독할 거 같아. 거대한 상업 물결 출렁 거리는 크리스마스는 낭만 가득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고 성대하니 가난하고 고독한 사람에게는 끝없는 고독이 밀려오는 시기 아닐까. 요즘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등 모두 겨울 방학이라 무료 공연이 열리지 않아 할머니는 내가 준 공연 티켓 2장 받고 아주 기뻐하셨다. 어제 내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지만 항상 공연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게 아니라서 지하철 타고 카네기 홀에 가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료 공연은 자주 열리는 것은 아니고 아주 가끔 열리고 어제는 지정석도 없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리에 앉을 수도 있지만 너무 피곤하니 오케스트라로 석에 앉아서 봤다. 일본 친선 공연이니 일본어가 많이 들려오고 어린아이 동반한 가족들도 많았어.
카네기 홀에 3개의 홀이 있는데 어제 공연은 가장 규모가 큰 아이작 스턴 홀에서 저녁 8시 공연이 시작되고 친선 음악회 같은 분위기 물씬했다. 내가 잘 모르는 일본 악기로 뉴욕에 관한 노래 들려줘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봤어. 친선 공연이니 기대치 높이면 실망하게 되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뉴욕 뉴욕'도 들려주고, 듀크 알링턴 'Take the A train'과 뉴욕 탄생 음악가 빌리 조엘 'NY State of Mind 노래도 들었다. 정말이지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점점 큰 세상에 눈을 뜨면서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 들으면 뉴욕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그 노래 듣고 별로 감명 깊지 않았는데 뉴욕에 와서 살다 보니 감흥이 변해간다. 첼로 앙상블 연주도 들었는데 아스토르 피아졸라, 어빙 벌린 '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래도 들려주었어.
첼로 앙상블 연주 들으며 2003년 거실에서 부서진 나의 사랑하는 첼로도 떠올랐어. 대학 시절 사랑하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연습하며 행복했는데 나의 첼로가 바삭바삭 부서질 거라 미처 생각도 못 했어. 아, 나의 첼로가 내 운명의 전주곡이었나. 로스트로포비치와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 연주도 함께 린 하렐 첼로 연주도 가끔 듣곤 했는데 50주년 맞은 첼시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오래전 린 하렐이 첼로 연주한 프로그램이 보여서 놀랐어. 대학 시절 나랑 인연 깊은 사람들이 뉴욕에서 활동해서 많이 놀랐어. 그때는 뉴욕이 뭔지 관심조차 없었다.
일본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가 부른 노래는 마치 한국 가곡 느낌이 나서 한국 고향 생각이 많이 났어. 메트 오페라 성악가 공연 보니 수준만 갈수록 높아만 가고 어제 카네기 홀 성악가 공연은 세계적인 성악가 공연 수준과는 약간 거리가 멀었지만 한국 생각나게 하니 그냥 듣기 좋았어. 태어나 자란 곳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수 십 년 세월이 묻은 고향인데.
어제 편하게 공연을 봤지만 너무 피곤해 잠이 스르르 들 거 같아 1부 공연만 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휴식 시간 카네기 홀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 타고 집에 한밤중 도착했다.
아침 메모를 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메일이 오고 메트 오페라 숍에서도 선물 사라고 오고, 트라이베카 레스토랑, 장 조지 레스토랑과 도서관 등에서 소식을 보내온다. 연말 새해 이브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겠지.
이제 브런치 준비할 시간. 천만 불 짜리 겨울 햇살은 아직 비추고 있어.
12. 27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