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타임 스퀘어 새해 이브 볼 드롭 행사
새해가 오고 말았어. 아직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어쩐담. 며칠 전부터 감기 손님이 찾아와 왕 노릇을 하면 어떡해. 작은 몸뚱어리도 내 뜻대로 할 수 없어서 며칠 날마다 노란 유자차 끓여 마시는데 이걸 어쩌지. 아들에게도 감기 바이러스가 찾아와 버렸어. 우린 유자차를 마시며 새해 첫날을 열었어. 멋진 바닷가 전망을 보러 가면 좋을 텐데 날씨도 흐리고 그래도 어제 보다는 백배 이상 날씨가 좋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제는 타임 스퀘어에서 새해 이브 볼 드롭 행사 열리는데 하얀 눈도 아니고 겨울비가 내리면 어떡해. 그래도 뉴욕은 행사를 하지. 참 특별한 뉴욕 문화다. 새해 이브 특별 행사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 고생 많이 하고 새해를 맞아 기분이 더 좋을까.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을 거 같아.
1년 전 새해 이브 타임 스퀘어 행사 한 번 보려고 처음으로 큰 맘먹고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금방 얼음으로 변할 거 같은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놀라고 말았어. 타임 스퀘어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너무 긴데 타임 스퀘어 호텔에서 지내거나 특별 이벤트 티켓 사면 쉽게 입장 가능한 뉴욕. 돈의 파워를 느끼면 참 슬프지만 어떡해. 그때도 고민하다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어도 아들은 몇 주 동안 감기에 걸려 곧 죽을 거 같았다. 잊을 수 없는 타임 스퀘어 추억. 결국 뉴욕에 사는 동안 우리 가족은 한 번도 타임 스퀘어 볼 드롭 이벤트를 보지 않았어.
어제 그 비를 맞고 타임 스퀘어 이벤트 본 사람들은 무얼 먹고살까. 우산을 쓰고 레인코트를 입고 밤중까지 화장실도 못하고 기다리는 사람들 대단해.
몸은 아프고 기운은 없으니 종일 집에서 뒤죽박죽 된 자료 정리하면서 눈 빠지는 줄 알았어. 종일 랩톱 켜고 작업하니 눈이 너무 아팠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계속 작업을 하다 새해 첫날 새벽 3시에 잠들고 말았어. 그래도 참고 견디고 1차 작업을 마무리했어. 정말 너무 힘든 작업을 마쳤어. 뉴욕 문화 예술에 대해 정리 중인데 뉴욕 여행객에게 공중 화장실 정보도 필요할 거 같아 포스팅 올렸는데 놀랍게 '브런치'에서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은 방문자가 읽어서 웃었어. 역시 사람들은 음식을 사랑해. 당연 화장실처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뉴욕에서 열리는 축제와 문화 행사는 항상 열리지 않고 딱 그날 그 시간에만 열려서 축제 보러 가서 사진 찍고 글쓰기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그동안 모든 자료 보고 스스로 조금 만족을 했다. 이렇게 많은 행사와 축제를 봤구나, 하면서. 매일매일 스케줄 만든 것도 쉽지 않고. 힘든 일이었어.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축제와 이벤트를 보았을까. 맨해튼에 살지도 않은 난 매일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수 차례 환승하고 이벤트 보러 갔으니 내 열정도 아주 낮지 않지만 뉴요커 열정에 비하면 바람에 곧 쓰러질 거 같은 흔들거리는 갈대 같아.
그래도 어제 자정 무렵 볼 드롭 행사를 집에서 봤어. 처음으로 타임 스퀘어에 갔을 때 여기가 새해 이브 행사하는 곳 맞아? 하면서 구경했는데 오래전 추억이 되어버렸어. 티브이로 보면 특별 행사가 열리면 화려한데 축제가 막을 내리면 마법처럼 모든 게 다 사라져 버린다. 어제 겨울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레인코트를 입고 타임스퀘어에 모여든 사람들 열정에 놀라고 자정이 되자 연인들은 키스를 하고. 그 시간이 되길 얼마나 기다렸을까.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집 근처에서도 폭죽 터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대학시절 사랑한 존 레넌의 'Imagine' 곡도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mderful Wordl'도 들려오고 프랭크 시나트라 '뉴욕 뉴욕'도 들려왔어. 양키스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야구를 보면서 '뉴욕 뉴욕' 노래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 듣기 좋았어. 존 레넌의 곡과 루이 암스트롱 곡은 대학 시절 들을 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이 같은데 곡이 좋은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수십 년 전 처음으로 노래를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같아. 이상해.
새해 첫날부터 아들과 나 모두 아프니 냉동고에 든 닭 꺼내 백숙을 끓여 먹었다. 새해 우리 가족의 첫 식사 메뉴가 닭죽이 될 줄 몰랐어. 아들은 백숙을 안 좋아하는데 아플 때 닭죽이 좋잖아. 하얀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양파 찾느라 힘들었어. 양파는 다 어디로 간 거야. 아이다호 감자는 넉넉히 있는데 양파가 안 보여. 매일매일 양파가 필요한데 내일은 장 보러 가야 하나.
오늘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서는 45회 새해 마라톤 시 낭송 대회(The 45th Annual New Year’s Day Marathon Reading)가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열려. 수년 전 처음으로 찾아가 뉴요커들의 정열에 깜짝 놀라서 조금 보다 밖으로 나왔어. 난 아직 뉴요커 정열 평균치에 미치지 못해. 어린아이들 데리고 온 뉴요커들도 있고, 유료 행사인데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고, 뉴욕 문화가 특별함을 천천히 깨닫고 있다.
새해는 돼지해라고. 황금 돼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돼지 인형을 모으는 C. 그분 집에 돼지 인형이 정말 많아. 정말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 그분도 돈 엄청 많이 벌어. 그 집안은 돈 버는 바이러스를 타고 난 거나. 오래오래 전 히말라야 산 안나푸르나에 등반 가서 내게 꿀과 목도리를 선물로 사 왔는데 요즘 어찌 지낸 지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왜 난 돈 버는 바이러스가 없는 거야. 난 너무너무 힘든데.
어제도 얼마나 많은 이메일이 쏟아지는지 놀랐어. 여기저기서 기부금 달라고 하는데 난 말이야 렌트비 내기도 너무 힘들어요,라고 백만 번 외치고 싶더라. 모두 새해 예산 세워야 하니 새해 이브 자정까지 기부금 보내 달라고 요청이 왔어. 아이고아이고 아이고.
새해가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야. 렌트비 인상되지, 물가 인상되지, 사랑하는 뉴욕 식물원 티켓도 인상,... 새해가 되면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이제 거꾸로 내려가면 좋겠어. 주름살 가득한데 새해가 되면 주름살은 더 많이 늘겠지. 슬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래도 희망과 꿈과 열정으로 새해를 열어야지. 최선을 다하는 거는 나의 몫. 나머지는 하늘의 몫. 우리 가족에게 많은 아픔과 시련을 주었으니 이제 어둠은 물러가고 빛이 찾아오겠지. 꼭 그럴 거라 믿고 싶어. 잘 가라 2018년. 나의 어둠도 아픔도 데려가렴. 이제 장밋빛 새해가 올 거야. 안녕 2019년!
2019. 1. 1 밤
2019년 숫자를 쓰면서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