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새해 이브

지난해를 돌아볼 시간이야

by 김지수



벌써 내일이 새해 이브라니 믿어지지 않아. 하필 내일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네. 새해 이브 볼 드롭 행사가 열리는 타임 스퀘어는 긴장하고 있겠다. 전 세계로 볼 드롭 행사 방송할 텐데 마음 무거울 거 같아. 새해 이브 행사 보려고 뉴욕에 온 여행객들도 고민 많을 거 같아. 돈 많은 사람들이야 전망 좋은 호텔 방에서 새해 이브 행사 볼 테니 걱정 안 할 테고.



1년이 막을 내릴 무렵이니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야 할 거 같은데 난 거꾸로 사네. 몇 년 전부터 뉴욕에 대한 자료 출판하려다 자꾸 이상하게 일이 틀어지고 말았고 브런치 프로젝트 준비 중인데 그동안 올린 포스팅 정리하고 싶은데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들고 하다 보니 조금 더 풍부한 자료를 주고 싶고 이래 저리 일이 많아져 버렸어. 멀리 파리로, 로마로, 프라하로, 런던으로 여행을 가지 못할 지라도 뉴욕 롱아일랜드 햄튼 겨울 바다라도 찾아가든지 천천히 지난해를 돌아볼 시간인데 왜 항상 바쁜 건지 모르겠어. 평생 일이 너무 많아.



어제 보스턴에 사는 딸은 전화를 해서 엄마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게 어디서 오는 힘인지 궁금하다고 하는데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가 뉴욕이고 언제 삶이 어찌 될지 모르니 뉴욕에서 지낸 동안이라도 마음껏 즐겨야지.



평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의무가 많아 늘 짐이 많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뒤로 밀쳐졌고 이제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니 1초가 아깝지.



두 아이 아빠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었고, 자녀 교육 역시 평범한 내게는 무거웠고 작은 능력으로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늘 부족했음을 시인한다. 두 자녀 교육까지 즐겁게 나의 의무를 다하니 이제 하얀 눈송이 내리는 백발이 되어가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니 열심히 살아야지.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 지금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 늘 내 삶은 그렇게 흘러왔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평범한 사람이 노력하지 않고 무얼 하겠어. 가만히 앉아있어도 아파트 값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랑은 우주처럼 머나먼 일이고.



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 알고 싶으나 알 수가 있어야지.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뉴욕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니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니 1초도 아깝고 뉴욕 문화가 특별하니 기록도 하고 지냈고, 많은 사람들이 뉴욕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좋은 글도 쓰고 싶고 그래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또 평생 내 삶은 트레이닝의 연속. 늘 쉬지 않고 일했어. 대학 시절에도 정말 열심히 지냈고 대학 과정도 힘들어 바빴고 대개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숙제하고, 난 공부만 하고 살 수 없으니 클래식 기타 반에 들어가 활동하니 바빴고, 아르바이트하니 더더욱 바빴고 꽤 많은 친구들 만나니 더 바빴고 언제 한가로이 지낸 적은 없는 거 같아.



금방 브런치 프로젝트 끝낼 줄 알았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새해가 오기 전 미장원에 가서 헤어 커트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미뤄야 할 거 같아. 언제 미장원에 갔는지 기억도 없는데 새해가 오기 전 손질하고 싶은데 은행에 갈 시간도 없고 지갑은 하얗게 텅텅 비어있어. 헤어 커트 요금은 또 얼마나 비싼지 공포야. 새해 되면 인상되는 렌트비는 공포의 할아버지. 아들도 며칠 전 친구 만나 이야기했는데 친구네 엄마도 해마다 인상되는 렌트비가 죽을 맛이라고 하니 서민들 마음은 다 같아. 헤어 커트 요금도 너무나 비싼 뉴욕. 한국처럼 저렴하다면 가끔 갈 텐데 미장원이 우주에 있는 거처럼 자주 갈 수 없으니 뉴욕이 문화 면은 좋지만 생활하기는 무척 힘들다.



일요일 아침 아파트 문을 열고 딸이 엄마 읽으라고 주문한 뉴욕 타임지 찾으러 갔는데 누가 가져가 버렸어. 지난번에도 도둑맞았는데 누가 가져간 거야. 뉴욕은 신문 배달료도 너무 비싸고 한국과 달라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 10년 전인가 한 달 구독료가 40불인데 크레디트 카드에서 60불인가 빠져나가 놀라 전화하니 배달료 받는다고. 서비스의 나라 모든 서비스에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하니 슬프다.



어제 메트 러시 티켓 사려고 시도도 했는데 웹사이트가 석기시대처럼 느리게 돌아가더니 잠시 후 매진이라고 나와.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러시 티켓 말고 남은 표가 495불이라고. 내 형편에 500불 티켓 어찌 사서 보겠어. 눈 감아야지.


뉴욕은 많은 게 가능하고 많은 게 불가능한 도시다. 나랑 거리가 먼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야. 정말 요즘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 사기 힘들어. 작년만 해도 이 정도 힘들지 않았는데 갈수록 힘드니 결국 서서 오페라 봐야 하는 내 형편.



지난 1년 돌아보며 안부 인사도 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얼른 브런치 프로젝트 마치고 쉬고 싶다. 아직 바빠 새해 계획도 세우지 못했어. 매일 그날이 그날이라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한 사람도 있을 텐데 나랑은 너무 거리가 멀구나. 평생 난 너무 바쁘게 지냈어.



아침에 뉴욕 타임지 도둑맞아 기분 나빴지만 하얀 눈송이 흩날려 잠시 기분이 좋아져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도 오랜만에 듣고 신났어. 강아지도 아닌데 하얀 눈이 내리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눈 오는 날 만날 사람도 없는데.



새해 이브날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공연 티켓은 매진이고, 타임 스퀘어 새해 이브 행사 열리고, 공원에서도 불꽃놀이 열고, 여기저기 파티 열 테고 뉴욕은 축제와 파티 도시.


이틀 연속 조용히 집에서 지내도 시간이 달려가는구나. 비행기처럼 빠르게 달려간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내일은 새해 이브니 잠시 글쓰기 멈추고 쉬어볼까.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 오면 좋겠다.

연말이라 친구도 생각나고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라도 들어보자.



12. 30 일요일 밤

아침에 하얀 눈 흩날려 기분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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