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일하는 20대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by 김지수


토요일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미국에 이민을 왔고 당시 4세였다고 2014년 보스턴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고 컴퓨터 사이언스와 수학을 공부했다고 시카고에서 일하다 뉴욕으로 건너온 지 7개월 정도. 지금 월가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음악, 미술, 코미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일하고 창업하고 싶다고. 뉴욕에서 받는 급여는 시카고 보다 더 많으나 뉴욕 렌트비가 시카고에 비해 훨씬 더 비싸다고, 시카고 경우 직장에서 약 35분 정도 걸리는 교외 경우 1 베드 룸이 900불 정도라 하고. 그런데 뉴욕보다 더 비싼 곳이 샌프란시스코라고 하고. 난 샌프란시스코 렌트비가 그리 비싼 줄 잘 몰랐다. 어제는 모마에 가서 전시회를 보았고 시카고는 뮤지엄이 별로 없다고 하고 내게 프릭 컬렉션에 대해 물어서 일요일 오전 11-오후 1시 사이 기부 입장이라고 알려주고 크리스티 경매장과 줄리아드 학교 공연 등에 대해 알려주니 고맙다고 했다. 새해 1월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고 있다.

며칠 전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에서 보스턴 케임브리지에서 20년 이상 살았고 하버드대학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서울 연세대 가서 4년 동안 영어 수업을 하신 분을 만났고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모자 디자이어를 만났다. 일본 출신이고 레디 가가 모자를 만들어 줄 정도로 명성 높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일본에 계신 엄마 건강이 안 좋아 일본에 방문한다고. 뇌졸중으로 2회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 외 아티스트와 오페라 지휘자도 만나 그들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월가에서 일하는 청년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공원을 걷는 동안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연주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으나 난 공원을 빠져나와 뉴욕대 갤러리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멀리 스페인에서 온 특별 전시회. 뇌에 대한 전시회라 딸이 관심 많을 거 같으나 난 몹시 피곤한 상태라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스트랜드에 갔다. 슬프게 스트랜드 주인 Fred Bass가 89세로 저세상으로 갔다는 내용이 벽에 붙여져 있었다. 13세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스트랜드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해 군에 간 2년 동안을 제외하고 평생 스트랜드에서 일한 분. 사랑하는 서점의 주인이 운명하셨다는 소식이 내게도 큰 슬픔이었고 난 잠시 멍해졌다. 날씨도 춥고 바람을 맞으며 그리니치 빌리지를 서성거리며 걸었으니 몹시 피곤했고 슬픈 소식에 많이 다운되어 어디론가 갈 에너지를 상실했다. 토요일 오후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 가서 공연을 보고 구겐하임 뮤지엄에 가려고 계획했지만 난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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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d Fred Bass


지하철을 타고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드로잉전을 잠깐 보고 근처에 있는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가서 아들이 사랑하는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종일 하늘은 흐렸고 다른 날에 비해 해가 더 빨리 졌다. 집에 도착해 커피와 함께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메모를 작성하는 중. 아... 아파트 난방은 왜 안 해준담. 집에서 편히 쉬고 싶었는데 맘대로 되지 않아.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쉬고 싶은데 아파트 슈퍼가 다시 펭귄을 잡으러 남극에 간 모양이야. 너무너무 추워.


장 조지 레스토랑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구입하라고 이메일을 보내오고 콜롬비아 대학 근처에 있는 북 컬처에서도 2월 이벤트에 대해 알려오고 수많은 곳에서 이메일이 쏟아져.

2018. 1. 27 토요일 늦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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