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음대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마스터 클래스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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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0주년 맞은 맨해튼 음대






목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아침 기온은 7도(44도).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데 아들이 가까이 와서 "몇 시?"라고 물으니 "11시 지났어요"라고 하니 깜짝 놀라 "뭐라고" 하면서 침대에서 나왔다. 실은 11시가 아니고 8시가 막 지난 시각. 장난기 많은 아들이 엄마에게 장난을 했어. 새벽 늦게까지 글을 쓰고 이상하게 잠들 수 없어서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 조차 모른다. 평소 침대에 누우면 1분 이내 잠드는 축복받은 사람인데 새벽잠이 오지 않았는데 이상한 꿈도 꾸었다. 남들은 돼지꿈, 용꿈도 꾼다고 하는데 난 뭐야.


아침 조지아주에서 낯선 선 전화가 걸려오고 받으려 하니 그냥 끊겼다. 분명 광고 전화가 뻔해. 내게 전화할 사람도 없고 어제도 크레디트 카드 회사라고 전화가 와서 그제야 지난 한 달 크레디카드 빌을 갚을 때가 온 것도 알았어. 요즘 정신이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 보러 발리로 놀러 갔나. 새해라 여행 간 사람들도 많을 텐데 딸이 사는 보스턴 말고 다른 곳에 여행 간지는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네. 10년도 더 지난 거 같아.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지.


벌써 새해가 되고 이틀이 지나갔어. 48시간이 흘러갔군. 무얼 했지. 아직도 자료 정리 중이라 많이 바빠. 하지만 며칠 계속 집에서 글쓰기 작업하니 어제는 바람 쐬러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갔다. 브런치 먹고 시내버스 타니 승객이 너무 많이 서야만 했어. 자주 만난 백인 할아버지에게 'Happy New Yaer'하니 그도 기분 좋아하고 몇 정거장 가서 가끔 보는 흑인 여자도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에게 "해피 뉴 이어" 하니 역시 기사는 반가운 눈치였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7호선 탔는데 잠시 후 얼마 전 지하철에서 만난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났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병원에서 일하고 오후 2-10시 사이 일하니 그 시간에 출근한다고. 그분은 계단이 아주 많은 브로드웨이 역(74th st.)에서 내려 다른 지하철에 환승한다고. 그동안 우리는 이야기를 했다. 조카들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 묻자 잘 모른다고. 남동생 부인(올케)은 한국 소아과 의사이고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고 남동생은 한국에서 의사 활동을 하고 뉴욕 생활이 너무 바쁘니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아 요즘 어떤지 잘 모른다고. 다른 주에서 공부하는 막내딸은 다음 주에 개강하니 곧 떠날 거라고. 그분이 "뉴욕 사람들 삶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위를 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봐도 끝이 없다"라는 표현을 했다.


뉴욕 이민자들 삶은 상상을 초월한 경우도 많아. 아들은 '홀로코스트 당한 유대인' 같다고 표현한다. 신분 문제와 언어 장벽도 높고 소셜 번호도 없이 뉴욕에서 지내면서 불법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경우 노동 착취는 기본이다. 죽어라고 일하지만 렌트비 낼 돈이 없어서 죽음 같은 나날을 보낸 이민자들도 많아. 비싼 렌트비와 물가와 교육비로 숨도 쉬기 어렵다고 많이들 말하고 맨해튼 문화생활은 관심 조차 없는 한인 이민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요즘 젊은 층은 과거와 다르고 뉴욕 여행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뉴욕 문화를 마음껏 즐기다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도 들었다. 뉴욕 여행 와서 메트 오페라만 매일 본 사람도 있다고 하니 많이 놀랐어. 뉴욕에 와서 뮤지엄 순례만 하는 젊은 여행객들도 많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에 얽매여 지낸다. 뉴욕 변호사들은 얼마나 바빠. 학자들은 학문 연구하느라 1초가 바빠 맨해튼 문화생활은 꿈도 꿀 수 없고, 월가 등 대기업에 일하는 사람들 역시 1주일 100시간 이상 일하니 놀고 싶어도 시간이 없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공부하고 레슨 받고 레슨 해주고 연주 준비하느라 늘 시간에 쫓겨 책 읽을 시간도 없고 갤러리와 뮤지엄에 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자주 들었다.


아들 친구 엄마와 내 앞에 앉은 아시아 중년 사람은 동전으로 복권을 열심히 긁고 있더라. 얼굴 표정 보니 "꽝" 같았어. 잠시 후 가방에서 작은 책을 꺼내 읽더라. 잠시 후 아들 친구 엄마와 헤어지고 난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음대에 갔다. 매년 초 열리는 로버트 만 스트링 쿼텟 마스터 클래스 보러.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조슈아 벨 공연 볼 때 서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온 할아버지에게 맨해튼 음대 마스터 클래스 좋다고 설명했지만 그분은 오지 않았다. 매년 1월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체임버 뮤직 공연이 열리고 두 학교 축제 모두 좋아하는데 올해 줄리아드 학교가 유료로 정책이 변해 가기 힘들겠어. 1회 공연 티켓은 10불이지만 매달 1개 공연을 보는 것도 아닌 나의 입장에서 '티끌 모아 태산'처럼 한 달이 지나면 많은 지출이 되니 유료 공연인 경우 메트와 카네기 홀에서 꼭 보고 싶은 공연만 본다.


서민들은 뉴욕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수 없어. 위는 쳐다볼 수도 없는 뉴욕. 지구촌 부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상류층은 한국에서 본 것과 비교가 안 돼. 그냥 눈 감고 남들 비교 안 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뉴욕에 와서 돈 자랑하면 안 돼.


요즘 자료 정리 중이라 바빠서 맨해튼 음대에 갈지 고민했지만 역시 가길 잘했어. 타임 스퀘어에서 지하철 타고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 역에서 내렸고 어제도 집에서 글쓰기 하고 브런치 먹고 설거지하고 맨해튼에 가려고 집에서 커피 마실 시간도 없어서 핫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콜럼비아 대학 맞은편에 있는 마트에 가서 커피 한 잔 사서 들고 나오는데 쉑쉑 버거에서 나온 홈리스가 내게 배가 고프다고 돈을 달라고 해. 나도 프레타 망제도 안 가고 1불 더 저렴한 커피 사러 일부러 마트에 갔어. 매년 인상되는 렌트비가 죽을 맛이야. 홈리스는 내 형편 모르니 그런 말을 하겠지. 암튼 당황한 순간.



IMG_8738.jpg?type=w966 밀러 시어터



잠시 후 맨해튼 음대에 도착 밀러 시어터에 가서 현악 4중주 팀 공연을 봤어. 천상의 음악 같았다.. 3개의 현악 사중주 팀이 연주했는데 어제 제1 바이올린 소리가 무척 아름다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생각났어. 하이 포지션에서도 비브라토가 너무 아름답게 들려 좋았어. 첫 번째 무대는 줄리아드 학교 학생들. 제1 바이올린은 흑인 학생이고 대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현악은 주로 아시아 학생들이 많고 흑인이 드문데 요즘 가끔 본다. 어제 가장 마음에 든 무대는 두 번째 연주. 라벨 현악 4중주 곡이 아주 좋았어. 집에 돌아온 후 그 팀이 모두 박사 과정 중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공연은 오후 2-4시 사이. 공연 막이 내리자 얼른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 우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의 존재는 먼지보다 더 작은 듯. 오래전 뉴욕에서 만난 한인 음악가도 생각난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야 한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해 너무 살기 힘들다고.


IMG_8741.jpg?type=w966 콜럼비아대학교 입구


타임 스퀘어에서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도착 다시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데 집에 양파도 없어서 장 보러 가야 하는 나의 입장. 시내버스 탔는데 승객들이 너무 많아 밖이 보이지 않아서 실수로 엉뚱한 정거장에 내려 터벅터벅 걸었다. 한인 마트에서 장 보고 한인 택시 불러 타고 오는데 뉴욕 온 지 15년이 지났지만 하루하루 벌어먹고 산다고. 부부 모두 일하나 식사 준비할 시간도 없으니 사 먹는 게 더 편하고 좋고 경제적이라고. 자녀 교육 위해 이민 왔지만 뉴욕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뉴욕은 한국보다 문화 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만 생활면은 그야말로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 특히 서민들에게. 비싼 렌트비가 가장 공포다.


2019. 1. 3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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