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만 현악 4중주 마스터 클래스 다시 보고

중국 마트 물가 인상 스스로 눈이 감겨, 갈수록 살기 힘든 세상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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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 아들의 장난기에 깜짝 놀라 일어나 핫 커피 마시며 글 쓰고 점심 식사 준비해 먹고 설거지하고 서둘러 맨해튼에 가려고 집을 나와 파란 하늘에게 '안녕' 인사를 하고 어제랑 같은 시각 시내버스를 타니 어제 봤던 기사가 운전을 하고 계셨다. 어제 보다 버스 안은 덜 복잡해 빈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플러싱 지하철역에 가서 혹시 어제 만난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날까 했는데 우연은 항상 오지 않아. 오늘은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 그분도 늘 비슷한 시각에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간다고 했는데. 어제랑 같은 시각 집 앞에서 시내버스 타고 맨해튼 음대에 갔는데 어제랑 도착 시간이 달랐다. 맨해튼 음대까지 4차례 환승하는 입장이니 시내버스와 지하철 연결이 좋으면 더 빨리 맨해튼에 도착하고 아닌 경우 더 늦게 도착한다.


연초 열리는 사랑하는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마스터 클래스 보러 가니 룰루랄라 하면서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내려 시간적으로 약간 늦을 거 같지만 핫 커피 한 잔 1.5불 주고 사 들고 마트를 나왔다. 내 뒤 손님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서 있었다. 겨울에 그는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난 핫 커피. 취향이 너무 달라. 핫 커피 들고 지나는데 어제처럼 쉑쉑 버거 앞에서 홈리스 만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맨해튼 음대에 도착하니 4분 지각. 이미 마스터 클래스는 시작하고 핫 커피 마시면서 걸었는데 다 마시지 못해 마스터 클래스에 커피 들고 갈 수 없으니 반쯤 남은 커피 밀러 시어터 앞 테이블에 놓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모차르트 현악 4중주가 시작하고 있어서 홀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입구에서 기다리다 니콜라스 만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 교수님은 날 모르고 난 그 교수님을 알고.


오늘은 니콜라스 만 교수님이 현악 4중주 연주 듣고 코멘트를 하셨다. 모차르트 음악은 듣기 좋으나 연주가 쉽지 않은 거 같아. 내가 뉴욕 여행하는 분에게 도움되라고 <뉴욕 문화 예술 가이드> 정리하면서 모차르트 음악이 생각났어. 서점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뉴욕 여행 가이드는 너무나 많고 새롭게 책을 집필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 그래서 내가 정리한 내용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정리했지만 뉴욕 문화에 관심 없는 분에게는 아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 난 어릴 적부터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암흑 같은 시절을 보내면서 지금 뉴욕 문화를 꿈꾸다 어느 날 뉴욕이 내가 수십 년 전 꿈꾸던 도시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 마스터 클래스에 어제 봤던 현악 4중주 두 팀이 무대에서 연주를 했고 모차르트와 라벨 곡을 연주했다. 라벨 곡은 어제 내가 가장 마음에 든 현악 4중주 팀. 몇 년 전 줄리아드 학교에서 봤던 베로나 쿼텟을 생각나게 했다. 피치카토로 시작하는 라벨 곡이 무척 아름다운데 니콜라스 만 교수님은 피치카토 부분 다시 다시 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놀랍게 내 앞에는 니콜라스 만 교수님 어머님이 앉아서 아드님 마스터 클래스를 보고 계셨다. 수년 전 밀러 시어터에서 로버트 만 교수님 부부와 니콜라스 만 아드님을 뵈었다. 로버트 만 교수님은 별세하셨고 로버트 만 교수님 부인은 생존하셔. 정말 마른 체형, 백발 머리, 긴 머리카락 스타일의 노인이 내 앞자리에 앉아 누구지 했는데 니콜라스 만 교수님 어머님이셔 놀랐다.


연초 열리는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마스터 클래스 정말 좋고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몇몇 음악 애호가들과 니콜라스 만 교수님 어머님이 참석하셨다.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자 젊은 멤버로 구성된 연주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연습하러 가나보다 짐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실내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음악 수업 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연 티켓을 사라고 강요를 하셨다. 반강제적으로 공연 티켓 사서 음악 감상문 써서 제출하라고 하니 기분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 무렵 고등학교 수업 끝나고 집에 가고 밤늦게 돌아다니지도 않을 무렵 밤에 공연 보러 가기도 두려웠다. 숙제를 제출해야 하니 공연을 보러 갔는데 처음 본 실내악 연주를 듣고 천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 보고 배우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지만 먼 훗날 수 십 년 세월이 흐른 후 교직에 종사해 첫 급여를 받아 악기점에 달려가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해 레슨을 받았고 내가 초중고 시절 악기 레슨 받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이야 아파트와 주택가에 넘친 게 피아노 학원이고 피아노 레슨 받지 않은 학생이 드물 거 같지만. 고등학교 1학년 처음으로 실내악 접하고 천상이라 느꼈으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당시 한국에 공연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자주 공연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수 십 년 세월이 흐르고 언론사에 근무하던 여동생이 정경화 공연 티켓 선물로 줘서 혼자 바이올린 독주회 보러 갔다.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문득 오래전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오늘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마스터 클래스 보고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가서 1호선 탑승했는데 잠시 후 영어와 스페인어 구사하는 홈리스가 배가 고프니 10센트든지 25센트든지 뭐든지 도와 달라고 구걸했어. 처음에 영어로 다음에 스페인어로. 뉴욕에서 자주 홈리스 만나지만 두 개 언어로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오늘 처음 봤다. 타임 스퀘어 역에서 내려 7호선 탑승하는 곳에 가니 너무너무 사람들이 많아 힘들게 7호선에 탑승. 작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나 너무너무 복잡한 지하철역.


플러싱 지하철역에 내려 중국 마트에 갔다. 어제도 갔는데 혹시나 하고 다시 봤지만 물가가 작년에 비해 백 퍼센트 인상되어 눈을 감았어. 세상에 중국 마트에서 눈을 감으면 어찌 사나. 한인 마트보다 중국 마트가 더 저렴해 좋은데 저렴한 과일은 없고 너무너무 인상된 가격에 스스로 눈이 감겼어.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 타고 집에 돌아와 어제 한인 마트에서 산 닭다리 손질해 오븐에 구워 먹었다.


뉴욕 정착 초기 가장 저렴한 닭고기 구입했는데 집에서 손질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나중 마트에서 손질된 닭을 구입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뉴욕에 사는 한인들 상당수도 시간이 없어서 식사 집에서 만들지 않고 외식하는 게 경제적으로 절약한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늘 집에서 식사 준비한다. 뉴욕은 모든 서비스가 돈이라 마트에 가도 손질된 것은 훨씬 더 비싸.


식사 후 디저트로 한인 마트에서 세일해서 구입한 밤을 삶아 아들에게 주니 "이건 맛 좋은지 아닌지 안을 봐야 해요"라고 하니 그제야 항상 밤 맛이 좋은 거 아닌 게 떠올라. 밤은 예쁘게 생겼지만 밤 맛은 겉과 달라. 오늘도 그랬어. 10개 가운데 3개 정도 먹을만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하니 '싼 게 비지떡" 속담이 생각났다. 어제 만난 아들 친구 엄마가 "떡국 먹었어요?"라 물으니 아들이 안 좋아해서 먹지 않아서 대신 밤을 구입했는데 속이 상해. 잊어야지. 안 좋은 기억은 가능한 한 빨리 잊는 게 상책이야.


어제는 낯선 사람이 찾아와 아침부터 아파트 문을 쾅쾅 무섭게 노크해 얼른 내려갔는데 경찰인 줄 알았는데 기부금 달라고 말하지 뭐야. 새해 이튿날부터. 작년인가 2년 전인가 새해 첫날 경찰차가 몇 대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내 아파트 문을 쾅쾅 두드려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서 어제도 경찰인 줄 알았어. 이제 낯선 집 찾아가 기부해 달라고 부탁을 하네. 왜 이리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갈까.


아무리 슬퍼도 희망과 꿈과 사랑과 열정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야지. 어디 슬픈 게 한두 가지야. 차마 말도 할 수 없지. 너무너무 슬픈 것은 전부 침묵의 바닷속으로 잠수했어. 마트에서 본 장미꽃처럼 매일매일 장밋빛으로 물든 삶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의 최선을 다하자꾸나. 벌써 밤이 깊어가.


1. 3 목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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