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조나단과 쉐릴 만나다
메트 들라쿠르아 특별전 막 내리다
시베리아 북풍이 부는 일요일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음대에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공연을 보러 갔다. 맨해튼에 갈 때는 4회 환승, 플러싱 집에 돌아올 때는 5회 환승. 주말 7호선이 타임스퀘어까지 운행하지 않아 퀸즈보로 플라자에서 환승하는데 집에 돌아올 때는 빈자리가 없어서 튼튼한 다리로 서 있었다.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뉴욕 풍경을 가슴에 담고 플러싱에 도착하길 기다리는데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도착해 시내버스 정류장에 가니 타야 할 시내버스는 함흥차사. 시베리아 북풍이 부는데 25분 동안이나 버스는 안 오고. 시베리아 북풍아, 날 어디로 데려갈 거니?라고 물으려 했어. 정말 무서운 찬바람이었어. 하얀 눈송이 흩날리지 않지만 겨울 같은 겨울 날씨였나.
맨해튼에 갈 때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7호선에는 칸칸마다 홈리스가 누워 있었다. 추운 겨울날 홈리스가 갈 데가 있어야지. 추운 날은 아무래도 지하철에 홈리스가 더 많아. 오후 2시 반 맨해튼 음대에서 열리는 공연에 지각하고 말았어. 타임 스퀘어에서 익스 프레스 지하철 타려고 했지만 로컬 1호선보다 8분 더 늦게 올 거라 하니 차라니 1호선 타는 게 좋겠다 싶어 1호선 타고 콜롬비아 대학 역에 도착. 다시 북쪽 방향으로 6블록을 걸었다. 시베리아 북풍이 부니 너무너무 추워하면서 학교에 갔다. 어제는 꼭 보려고 했지만 집 앞에서 탑승한 시내버스가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운행하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거 같아서 대신 마트에서 핫 커피 마시고 놀다 우산을 잃어버렸어. 지난 2-6일 사이 로버트 만 현악 4중주 특별 이벤트가 열리고 늦게 도착하니 이미 공연이 시작. 오늘은 밀러 시어터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그린필드 홀에서 열렸다.
첫 번째 팀 끝나자 서둘러 안에 들어가니 홀은 이미 만 원. 음악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구나. 로버트 만 아드님 니콜라스 만 교수님과 니콜라스 만 교수님 어머님도 오셨어. 짐작에 거의 90세 되어갈 텐데. 거동하기 무척 힘들 텐데 음악 공연 보러 오시는 거 보면 특별하다. 또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셰릴 할머니도 오셨어. 지난번 카네기 홀 미국 일본 친선 음악회 무료 티켓 주었던 분. 2번째 공연 보고 휴식 시간 할머니 만나 인사를 하고 지난번 일본 공연 어떠냐 물으니 다른 나라 음악이라 좋았다고. 뒷부분 댄스 공연은 흡족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때 난 감기에 걸려 휴식 시간 카네기 홀을 떠나 뒷부분 댄스 공연을 보지 않았다. 할머니는 평소 내가 앉는 자리를 보니 내가 없어서 이상하군 하면서 공연을 보았다고. 음악 사랑하는 내가 안 갈리 있나. 좀 늦게 도착한 거지. 늦게 가니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평소 내가 앉는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다른 날과 달리 연주가들은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무대에서 연주하니 더 좋았어. 세 팀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고 첫 번째 팀은 줄리아드 학교 멤버들. 늦게 도착하니 첫 번째 무대는 아쉽게 놓쳐버렸다. 두 번째 무대부터 감상했는데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Cong Quartet 연주가 정말 좋았다. 그제 공연이 마치 잠이 막 깬 모습 같다고 하면 오늘은 멋진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같았어. 불과 며칠 만에 연주가 변해 놀랐어. 마지막 무대에 오른 Ulysses Quartet은 내가 며칠 마스터 클래스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든 팀. 기대가 높으면 역시 실망도 하게 되고 오늘은 약간 템포가 빨랐어. 템포를 조금만 더 늦추고 여유롭게 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색채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3악장 아다지오 부분은 좋았어.
오후 4시경 공연이 끝나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우연히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수잔 할머니와 조나단 할아버지를 만났다. 조나단 할아버지는 맨해튼 음대 졸업하신 분. 플루트 전공. 지난번 제임스 골웨이 플루트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오셨다고 그날 날 봤다고 하니 놀랐어. 오늘도 할아버지는 날 봤다고, 난 보지 못하고 학교 입구 문에서 쉐릴 할머니랑 이야기하는 중에 두 분을 만났다. 지난번 카네기 홀 안나 네트렙코 공연에 안 오셔 수잔 할머니에게 물으니 조나단 할아버지가 아프다고 했어. 오랜만에 조나단 할아버지 만났어. 수잔 할머니는 어제 눈 수술을 했다고. 세상에 놀랐어. 어제 수술하고 오늘 공연 보러 오다니. 수잔 할머니 미국 의료비 너무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하고. 수잔 할머니 아드님은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할머니. 다음 주 화요일은 메트에 오페라 보러 간다고.
수잔과 쉐릴은 처음 만난 사이인데 나이가 서로 비슷하니 금방 친해져. 둘 모두 음악 사랑하니 더더욱 그렇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나단 할아버지에게 카네기 홀 오르페우스 공연 시니어 티켓 저렴하다고 하니 놀랐다. 75세 정도 되나? 조나단 할아버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고. 뉴욕에서 태어난 음악 전공 할아버지보다 내가 아는 정보가 더 많아.
수잔과 조나단 할아버지에게 "Happy New Year" 인사하고 헤어지고 쉐릴 할머니랑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말 몹시 아팠는데 할머니 아파트에 몰래 들어온 마약 거래상들이 할머니 음식에 뭔가 넣어서 몸이 몹시 아프다고. 정말 무서운 세상이야. 마약 거래상들이 할머니 아파트를 마음에 들어해 할머니가 떠나란 눈치이나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라고 말하는 할머니. 브롱스 할머니 아파트 렌트 시세가 정말 저렴해 놀랐어. 근처에 공원도 가깝고 아주 나쁘지 않아. 다음 주 화요일에 치과의사 만나러 간다고 하는데 난 댄스 공연 보러 간다고 처음에 알아들어 "무슨 댄스 공연 보러 가요?" 라 물으니 웃으면서 치과 의사 만나러 간다고. 다음 주 수요일 줄리아드 보컬 공연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올해 줄리아드 체임버 공연 축제가 모두 유료라 하니 충격받은 쉐릴 할머니. 세상에 그 부자 학교가 왜 전부 유료 공연을 하는 거야,라고 하는데 나 역시 동감이야.
매년 1월 열리는 체임버 축제 정말 좋은데 올해 아쉽지만 볼 수 없을 거 같아. 곧 이작 펄만이 지휘하는 줄리아드 오케스트라 공연도 열리는데 역시 유료. 지난번 첼로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연주할 텐데 보고 싶은데 마음만 보내야 할 거 같아. 형편대로 살아야지. 맨해튼에서 열리는 행사와 공연 어찌 모두 보겠니. 쉐릴 할머니 지난번 뉴욕 식물원에 갔다고 내게 거기서 열리는 할러데이 특별 이벤트 봤냐고 물어서 "티켓이 28불씩이나 한데 어찌 보겠어요?" 하니 "그러게, 너무 슬퍼"라고 해. 수잔 할머니와 조나단 할아버지는 맨해튼에 사니 좋으시겠어. 난 4-5차례 환승하고 공연 보러 가는데.
오늘 메트 들라크루아 특별전이 막이 내려. 새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 만나 의료비 비싸고 줄리아드 학교 유료 공연으로 변하니 비싸다고 하니 모두 돈, 돈, 돈 이야기야. 슬퍼.
1. 6 일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