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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와 비올라 마스터 클래스

사랑하는 님 보러 메트에 갔어. 우리 사랑은 뜨거워.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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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메트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질 거 같아. 토요일 아침 기온 영하 5도.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뉴욕 타임지를 가지러 갔다. 딸이 엄마 위해 뉴욕 타임지 구독했는데 가끔 도난당했어. 피눈물 같은 돈 벌어 신문 구독했는데 남의 신문 가져간 사람은 뭐야. 세상 어디든 돈 벌기 어렵고 미국도 마찬가지. 그리 힘든 돈 벌어 뉴욕 타임지 구독했는데 남의 거 훔친 사람은 어떤 심장이야. 지난주 아들이 신문 가지러 가면서 신문 가져오는 강아지 키워야 한다고 말해 웃었지. 우리 형편에 강아지 어떻게 키워. 아직 하얀 눈은 오지 않아. 보스턴도 하얀 눈이 왔다고 하던데 뉴욕도 곧 내리려나.


어제도 지상이 꽁꽁 얼어붙을 거처럼 추운 날. 사랑하는 연인과 촛불 켜진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와인 마시고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거 같은 날씨. 사랑하는 님 만나면 바라만 봐도 좋겠지. 유익종의 <그저 바라만 볼 수 있어도> 노래도 생각이 나.




뉴욕에서 전화해 만날 사람도 없어. 하지만 내게도 사랑하는 님은 셀 수 없이 많아. 어제는 사랑하는 나의 님 만나러 갔지. 새해 처음 만난 사랑하는 나의 님 메트 오페라. 베르디 <아이다> 오페라를 봤는데 우리 사랑이 너무 뜨거워 말없이 4시간 가까운 시간 서서 오페라 봤어.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하면 10시간도 짧겠지.


새해 글쓰기만 하고 집에서 지내니 이게 뭐야 하면서 어제 러시 티켓 도전했는데 불가능했지. 메트 홈페이지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잠시 후 매진이라고 나와. 아, 슬퍼. 지난번 무대 앞 300불짜리 좌석에 앉아 오페라 본 것은 큰 행운이었어. 그날은 러시 티켓 구했는데 무대랑 너무 가까워 불편했어. 항상 행운이 찾아오지 않아.


어제 러시 티켓 매진이라 포기하고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갔어. 오후 3-6시 맨해튼 음대에서 비올라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어. 내가 사랑하는 그린 필드 홀은 아름다운 조명으로 더 아름다웠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비올리스트 마스터 클래스 (KIM KASHKASHIAN, VIOLA). 비올라 연주가 흡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지난번 맨해튼 음대에서 비올라 연주 보고 마음에 들어 어제도 찾아갔어. 콜럼비아 대학 역에서 내려 쌩쌩 부는 바람맞으며 학교 가는 길이 힘들었지. 바람이 날 어디로 데려갈 거처럼 추운 날이라 맨해튼 거리 걷기 너무 힘든데 그냥 참고 가야지. 새해 비올라 세계에 입문하는구나. 아름다운 비올라 연주를 감상하며 행복했어. 맨해튼 음대 니콜라스 만 바이올린 교수님도 보고 음악 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음악 듣고 명성 높은 비올라 강사는 내 옆 가까이 있어 놀랐지. 세계적인 음악가 옆에 앉아 음악 듣는 거 기분 좋은 일이잖아. 3시간 동안 1초도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은 진행되고. 생수도 안 마시고 학생 연주 듣고 코멘트하시는 비올라 강사. 그래미 상을 받고 비올리스트 솔로 연주로 명성 높다고. 내가 사랑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도 비올라 연주로 들었어. 비올라 곡이 많이 없나 봐. 첼로 곡 연주하는 거 보면.






3시간 동안 비올라 마스터 클래스 감상하니 상당히 피곤도 했지. 날씨는 너무 춥고. 맨해튼 음대에서 저녁 6시 퍼커션 특별 공연도 열어서 볼까 말까 하면서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다 그냥 학교를 나와 걸었다. 콜럼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 1호선 타고 달리다 링컨 센터 역에 내려 메트 박스 오피스에 가서 "패밀리 서클 스탠딩 티켓(22.5불) 있어요?"라고 물으니 직원이 1장 주더라. 운 좋으면 러시 티켓 사서 오케스트라 좌석에 앉아 오페라 보는데 어제 러시 티켓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아 사랑하는 님 만나는데 몇 시간 서서 만나도 좋지. 참고 견뎌야지. 가난한 사람이 수 백 불 오페라 티켓 사서 볼 수는 없고. 그래서 약 4시간 동안 서서 오페라 봤어. 오페라 막 내리면 사진도 찍으면 좋을 텐데 맨해튼에 살지 않아 달려서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도착 다시 시내버스 기다리고 말할 것도 없이 새벽에 집에 도착. 아, 사랑하는 님 만나기 너무 어려워.




메트에 갈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하지. 아름다운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가 반짝반짝 빛나는 메트. 붉은색 카펫 위를 걸으며 계단을 올라갈 때 심장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와인과 칵테일 마시며 오페라 보면 좋겠지. 멋진 의상 입고 오는 사람도 있고.


어릴 적 한국에서 아이다 오페라 아리아 <개선 행진곡> 자주 들었지. 전에도 아들과 함께 아이다 오페라 보러 가서 개선 행진곡 아리아 나와 웃었어. 자주 들은 곡 아니야, 하면서. 오페라 줄거리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삼각관계. 아이다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여자 노예로 일하니 기가 막힌 운명이지. 암튼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사랑에 빠지고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나중 라다메스가 죽음에 처할 무렵 이집트 공주가 모든 걸 다 준다고 해도 아이다를 사랑하고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워. 이집트 공주랑 결혼하면 이집트도 얻게 되고 돈과 권력 모두 라다메스가 차지하게 되는데. 요즘 세상 라다메스 같은 사람 흔히 찾을 수 있을까. 권력 아니라 돈만 준다고 해도 유혹에 빠지겠지.


어제 비극의 운명의 주인공 라다메스 역할을 한인 테너 이용훈이 맡았어. 서울대 졸업하고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장학금 받고 졸업했지만 너무너무 가난해 렌트비 못 낼 형편이라 어렵게 어렵게 생활을 했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오페라 오디션 보러 가는데 이용훈 부인이 딱 100유로를 줬나 봐. 독일 오페라 단에서 호텔은 잡아줬지만 식사 비용은 개인이 지불. 너무 가난해 닭 한 마리 사서 국물만 마시며 1주일 버티다 오페라 오디션 보고 합격해 지금 세계 정상급 테너가 되어 활동하고 메트에서도 주역을 맡아.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세계적인 테너가 된 이용훈. 너무 멋져. 메트에 가면 가끔 그를 볼 수 있다. 어제 아이다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크리스틴 루이스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아, 오페라 아리아 들으면 마법에 걸리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무대 장식도 최고, 합창도 최고, 오케스트라 최고, 댄스도 최고, 의상도 최고, 아리아도 최고. 최고 최고 최고가 빛이 나는 무대. 패밀리 서클 좌석 스탠딩 티켓이니 맨 뒤 가장 위쪽에서 오페라 보았어. 어제는 스탠딩 티켓 산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좋았어. 이번 시즌 메트 오페라 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거 같아. 특히 무대 장식과 의상 너무 멋져.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하니 뉴욕에서 만난 이집트에서 온 젊은 여의사와 대학원/연구소에서 만난 교수님 생각나. 작년 처음으로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보러 가서 이집트 출신 의사 만났어. 플로리다 주에서 의사 시험 보고 뉴욕에 여행 왔다고. 미국에서 수련의 하고 의사 활동하고 싶은데 어려운 비자 문제가 어찌 될지 모른다고. 요증 어느 분야든 비자 문제가 너무 심각해. 그녀는 처음으로 뉴욕 여행 와서 그 힘든 불꽃놀이 보러 왔다고 하니 너무 놀랐어. 난 뉴욕에 살면서 작년 처음으로 봤는데. 3-4시간 기다리고 화장실도 못 가고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죽을 거 같은 축제. 에티오피아에서 온 교수님은 뉴욕에 와서 박사하고 대학 강사 시절 취업 비자받아야 하는데 그때도 쉽지 않았다고 해. 그래서 생각한 게 특별한 외국어 카테고리 떠올라 변호사에게 아프리카 언어 구사 능력 추가했다고. 그 무렵 영주권과 취업 비자 변호사 비용이 큰 차이가 없었는데 대학 강사 수입이 아주 적으니 몇 백 불도 클 무렵. 조금만 더 주면 영주권 받을 수도 있는데 그냥 취업 비자받았다고. 나중 생각하니 웃을 일이지. 미국 영주권 받기 얼마나 힘든데. 교수님과 가끔 식사하며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교수님은 우리 집 자녀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내게 묻곤 하셨지. 사립 교육이 더 좋아요? 공립 교육이 더 좋아요? 하면서. 난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어. 암튼 오래전 만난 두 사람도 떠올랐어.


사랑하는 님 만나고 좋았어. 자주자주 오페라 보러 가고 싶어.

어제도 뉴욕 경찰이 새해 안부 하러 집에 왔어. 쾅쾅쾅하며 아파트 문 두드렸지. 새해 덕담하러 자주 오나 봐. 새해 두 번째 찾아온 뉴욕 경찰. 트럼프 대통령 집안도 아닌데 뉴욕 경찰이 호위 안 받아도 되는데 왜 자주자주 온 거야.



1. 12 토요일 아침

뉴욕 갑자기 추워졌어.












어제도


돈도 시간도 많은 사람이 키우는 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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