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운 겨울날 아들과 함께 맨해튼에 가다

by 김지수


IMG_1631.JPG?type=w1 브롱스 시티 아일랜드


목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서 일을 보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춥던지 혼이 났어. 쌩쌩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으면 곧 하얀 눈사람으로 변할 거 같았다. 드디어 하얀 겨울이 찾아오나. 하얀 눈 내리는 거리를 밟으며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는 상상만으로 행복이 밀려와. 몸은 추운데 하얀 눈 내리는 상상하는 거 보면 아직 난 철이 없나. 철분 보충하려면 시금치 많이 먹어야 할까.


플러싱으로 향하여 달리는 7호선 창밖으로 퀸즈 풍경이 비추고 멀리 겨울나무 가지 위에 파랑새가 보였다. 다시 보니 완전 착각이었어. 하얀 갈매기떼, 비둘기 떼, 참새 몇 마리 봤는데 왜 난 파랑새라 착각했을까. 문득 세상에서 가장 큰 앵무새가 떠올랐어. 수년 전 브롱스 시티 아일랜드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상에서 가장 큰 앵무새를 보고 기뻐했다. 그렇게 큰 앵무새는 처음이라서. 언제 다시 보러 가야지 하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어. 난 너무 게으른 거야. 브롱스 시티 아일랜드도 정말 환상적이야. 멀리 맨해튼이 보여. 예쁜 요트들이 춤추는 곳. 그런데 슬퍼. 그곳은 자본주의가 춤추는 섬. 아름다운 전망이 비춘 곳은 전부 레스토랑 아니면 요트 정박장이라 많이 슬펐지. 그곳에 간지도 정말 오래되어가네. 정말이지 뉴욕은 거대한 자본의 파워를 느낀다.


IMG_1366.JPG?type=w1 플러싱에서 본 세상에서 가장 큰 앵무새


아들과 난 플러싱에 도착해 시내버스 타고 플러싱 삼원각에 가서 탕수육을 주문했다. 점심시간 손님이 꽤 많았어. 짜장면도 먹고 짬뽕도 먹고 취향대로 골라 먹는 점심시간. 우리는 탕수육 요리 주문해 함께 나눠 먹는다.


IMG_8804.jpg?type=w966



뉴욕 짜장면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 먹고 싶은 마음 있지만 자주 먹지 않게 된다. 대학 시절 짜장면 300원 했는데 뉴욕은 7.99불 + 세금+ 팁. 그럼 10불 정도 되겠어. 플러싱 삼원각 직원에게 몇 년 동안 일했냐 물으니 6년 정도라고. 요즘 경기가 과거보다 더 안 좋다고 말씀했다.



IMG_8807.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


식사를 마치고 거센 겨울바람맞으며 집으로 향해 걸어오면 노란색으로 페인트칠 한 집을 보니 하늘나라로 긴 여행 떠난 고흐도 생각이 났어. 고흐의 노란 방이 생각났나 봐. 너무너무 가난하게 지낸 천재 고흐의 작품을 누가 구입했더라면 고흐는 더 오래오래 살았을까.


맨해튼 음대에서 내가 사랑하는 소프라노 공연이 열려 보고 싶은 마음 가득한데 집으로 돌아왔어. 오늘은 무슨 곡을 불렀을까. 맨해튼 음대 보컬 너무너무 좋아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집에 도착 잠시 휴식하다 글쓰기 시작. 오후 4시 반 아름다운 석양도 보았지. 분홍빛 파랑 빛 노을이 비쳐 아름다운 그림이었어.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양로원 사람들이 생각나 오이스터 베이 석양이 지는 바닷가 풍경도 오랜만에 다시 봤다. 석양이 질 무렵 마법이 펼쳐져. 잠시 내 몸은 무아지경에 이르러. 아름다운 음악처럼 아름다운 석양 보면 행복이 밀려와. 내 영혼은 춤을 추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커피, 스파게티 소스, 케첩도 모두 동이 나 장 보러 가야 하는데 날씨가 추우면 어떡한담. 차도 없어서 걸어가야 하는데 말이야. 벌써 밤이 찾아와 피곤하니 쉬어야 할 시간이나 봐.


메트 오페라도 보고 싶은데 시간만 흐르고 있어.




1.10 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맨해튼 음대 비올라 소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