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좋아
일요일 아침 하얀 눈송이가 흩날린다. 아침 기온 영하 3도. 오늘은 종일 하얀 눈이 내리면 좋겠다. 아파트 문을 열고 뉴욕 타임스도 가져왔다.
어제는 집에서 글쓰기 하다 늦게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갔다. 카네기 홀 Orpheus Chamber Orchestra 공연 티켓을 오래전 미리 구입했다. 카네기 홀 앞에 도착했지만 피곤했는지 잠이 쏟아져 커피 한 잔 사 마시러 마트에 갔다. 딸이 준 스타벅스 카드도 있지만 톨 커피값이 마트보다 1불이 더 비싸서. 스타벅스는 평소와 달리 손님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 이러다 문 닫는 거 아니야. 마트에 갔는데 커피가 식어서 약간 고민하다 종이컵에 담아 1.5불을 주고 미즈근한 커피를 마시며 카네기 홀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해.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손에 커피를 든 채 직원에게 공연 티켓 보여주니 커피 다 마시고 안에 들어가라고. 커피 마시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이상해 티켓을 확인하니 공연이 7시 반이 아니라 7시였다. 어쩌다 이런 실수를 한 거야.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 큰 맘먹고 공연 티켓 구입했는데 지각이라니. 대개 카네기 홀 공연은 저녁 8시가 많다. 카네기 홀 공연 보러 가서 지각한 것은 어제가 처음.
가장 저렴한 티켓 구입했으니 하늘에 닿을 듯한 발코니석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드디어 도착. 꽤 많은 사람들이 홀에 입장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은 첫 무대가 끝나야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기다렸다.
잠시 후 무대가 막을 내려서 안으로 들어가 내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놀랍게 바로 옆에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중국인 시니어 벤자민 부부가 앉아 있었다. 카네기 홀과 메트에서 자주 공연 보는 부부. 벤자민은 상하이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다 뉴욕에 건너와 특별 학교에서 교사로 지내다 은퇴 후 문화생활하고 부인은 일하고 있다고. 가끔 부인은 오페라 보러 가고 벤자민은 카네기 홀에 오니 재미있는 부부다. 지난번 안나 네트렙코 공연 함께 보았을까.
그 부부는 뉴욕 팝스와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은 안 봐. 새해 인사도 나누고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했다. 메트 오페라 <오델로> 봤냐고 물어. 카네기 홀에서 만난 오페라 지휘자/피아니스트로 오델로 오페라 좋다고 보라고 했는데 그만 시간이 흘러갔는데 오델로 공연은 막이 내려 볼 수 없어서 슬퍼. 벤자민 부인은 이번 시즌 오페라 정말 좋더라고 해.
나도 동감이야. 1년 전, 2년 전 보다 메트 오페라 수준이 훨씬 더 좋아졌다. 너무 멋진 무대 장식과 의상과 조명. 메트 합창은 원래 좋고, 오케스트라 역시 좋고, 말할 것도 없이 아리아 좋아.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좋지만 러시 티켓 구하기는 모두 어렵다고 해. 가격도 더 비싸고. 하지만 저렴한 스탠딩 티켓 사서 오페라 보면 뉴욕 물가로서 비싸다고 말하긴 어렵겠다. 벤자민 부부도 오델로 외 꽤 많은 오페라를 봤다고. 나도 남은 기간 가끔 오페라 보러 갈 생각이다. 언제 어찌 될지 누가 알아. 메트 오페라 정말 멋져.
아쉽게 첫 번째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첫 번째 무대는 낯선 작곡가 작품이고 다음은 모차르트 곡과 드보르작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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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MATHESON Still Life
MOZART Piano Concerto No. 27 in B-flat Major, K. 595
DVOŘÁK Bagatelles, Op. 47 (arr. Dennis Russell Davies; NY Premiere)
MOZART Symphony No. 33 in B-flat Major, K. 319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도 좋았어. 낯선 피아니스트 Javier Perianes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했어. 평소와 달리 어제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왔다. 벤자민 부부는 Orpheus Chamber Orchestra 공연을 자주 보고, 난 센트럴파크 나움버그 오케스트라 축제에서 보고 카네기 홀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공연 보러 가니 나 혼자 갔는데 다음에는 아들 데리고 가고 싶어. 드보르작 곡도 듣기 좋았어.
모차르트 하면 한국에서 봤던 강충모 교수가 떠올라. 모차르트 음악이 듣기 좋지만 연주가 쉽지 않아. 난 한국에서 들었던 강충모 교수 모차르트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중 줄리아드 학교에서 재직한 소식을 듣고 놀랐다. 강충모 교수는 서울대 음대 졸업 후 서울 예종에서 교수로 지냈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도 했던 분. 2011년 뉴욕 줄리아드 학교로 옮겨와 교수로 재직. 줄리아드 학교 피아노 100년 역사 상 동양인 교수로 부임된 것은 처음이라고. 그런데 2015년 성추행 파문으로 사직서 제출하고 한국에 돌아갔다는 소식. 인생이 언제 어찌 될지 몰라.
2019. 1. 13 일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