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경매장과 맨해튼 음대 소프라노 공연 보고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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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경매장



월요일 아침 영하 4도. 겨울 같은 날씨야. 하지만 어제 하얀 눈이 펑펑 내리지 않았어. 하얀 눈송이 흩날리다 그치고 말았어.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장도 보러 가야 하는데 이리 추우면 어떡해. 커피도 떨어져 가고, 김치도 없고, 스파게티 소스도 없고, 빨래 세제도 없고. 차가 없어서 장 보러 가는 일이 간단하지 않아. 물가는 또 얼마나 인상되었어. 10년 전과 비교할 수도 없지. 그런다고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10년 전 한 봉지 7 불하는 김치가 지금 22불 하는데 단순히 가격만 인상된 게 아니라서 더 슬퍼. 김치 1/3 정도는 무채가 들어있고 시래기 된장국에 넣을 김치도 들어있어. 정말 부자 한인 마트 가난한 서민들에게 이래도 되는 거야. 김치 팬은 아니지만 한국인이라 늘 김치를 먹곤 하지.


세탁도 해야 하고. 그뿐만이 아니야. 신용카드 고지서 갚을 날이 코앞이야. 카드 내역서 훑어보면 뉴욕 지하철 메트로 카드값, 식품값, 카네기 홀 옆 마트에서 사 먹은 커피값(1.5불), 카네기 홀과 메트 오페라 공연 티켓 값, 휴대폰 사용료, 반스 앤 노블 북카페. 내 신용카드 사용서 보면 내가 무얼 하고 사는지 다 보여. 식품값과 교통비 어마어마해. 렌트비, 식품값과 교통비만 없다면 뉴욕 생활이 천국이겠지. 아... 한숨이 나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 고생 저 고생하는 뉴욕. 정말 내가 사랑하는 예술의 도시가 아니라면 진즉 보따리 싸서 떠났을지 몰라.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색채 모두 보여주는 뉴욕 뉴욕. 가끔 프랭크 시나트라 <뉴욕 뉴욕> 들으면 뉴욕의 특별한 분위기를 느낀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뉴욕 얼마나 특별한 곳이니. 교과서에서 '자본주의' '금권정치' 단어를 봤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것은 뉴욕 뉴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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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귀족이 많이 살지만 귀족도 아니지만 가끔 귀족 잔치도 구경한다. 어제도 너무 추운 날씨 지하철을 타고 라커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오랜만에 가서 전시회를 구경했다. 맨해튼 음대 공연도 보러 가야 하니 아주 잠깐 갤러리를 둘러보았다. 오후 5시 크리스티 경매장 문 닫을 시간 조용해 좋았어. 예쁜 꽃꽂이도 보니 봄이 그리워졌다. 평소 내게 아주 친절한 백인 수위는 안 보이고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흑인 직원이 보여. 멋진 소파도 구경하고 귀족들 이리 살구나 하면서 갤러리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갔어. 미드타운 체이스 은행 앞은 황금빛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게 춤추고 아들이 사랑하는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 살까 하다 맨해튼 음대 공연에 지각할 거 같아 지하철역에 들어갔지만 기다리는 지하철은 오지 않고 결국 늦게 맨해튼 음대에 도착했다. 대학 졸업반 시니어 학생 소프라노 공연이었는데 사랑하는 홀에 청중들이 아주 많아 놀랐어. 잠시 현실을 잊게 하는 아름다운 소프라노 목소리 들으며 행복했지. 피아노와 오보에 반주에 맞춰 노래하니 더 좋았고 누가 오보에 부른가 하고 물으니 소프라노 학생 엄마라고 하니 놀랐어. 그럼 음악 가족이구나. 대학 시절 보들레르 시 <교감>에 "오보에처럼 달콤하고..."읽으며 오보에가 뭘까 궁금했지. 뉴욕에 와서 많은 공연 보니 오보에도 알게 되고.


공연이 막을 내리면 마법이 사라져. 얼른 뛰듯 달려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해. 어제 7호선 타임스퀘어까지 운행도 안 하니 더 복잡. 콜럼비아 대학 역에서 지하철 타고 타임스퀘어 역에 가서 환승. 뉴욕 지하철역은 세상 구경하는 곳. 거리음악가 연주하고 사람들은 춤추고. 링컨 센터 여름 축제도 아닌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꼭 붙잡고 춤추는 사람들. 지하철 안에 딱 한 자리 남았는데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 뉴요커가 앉아 약간 고민하다 앉았어. 너무 비교되면 싫어하면서. 뉴욕 지하철에 가끔 너무너무 멋진 외모의 뉴요커들이 보여. 지하철은 달리고 다시 플러싱에 가는 7호선에 환승. 플러싱에 내려 다시 시내버스 정류장에 가서 기다리고 아들에게 연락하니 엄마 위해 저녁 식사 준비한다고. 아들이 준비한 김치찌개 맛있게 먹은 어제저녁. 추운 날이라 김치찌개가 너무너무 맛이 좋더라.



추운 날 외출해 귀족들 잔치 구경도 하고 아름다운 소프라노 목소리도 듣고 집에 돌아와 식사하니 잠이 쏟아지는데 아들이 미국 농구 경기 함께 보자고 하니 커피 마시며 집에서 처음으로 농구 경기 봤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서 가끔 농구 경기 보고 싶은데 티켓이 너무 비싸 아직 구경을 못했어. 우리 가족이 처음 뉴욕에 와서 아들에게 학교 농구부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슬프게 들어갈 수 없어서 충격받았다. 알고 보니 뉴욕은 어릴 적부터 농구를 한다고.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 그래서 어린 학생들 농구 수준이 아주 높아. 아들은 농구공도 만져보지 않았는데 어찌 합격하겠어.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 별별 소동 다 겪지. 암튼 농구부 입단은 포기했어. 밤늦게까지 경기보다 잠이 들었지.


글쓰기 고된 노동이나 봐. 왜 이리 피곤해. 날마다 집에서 글쓰기 하는데 너무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어. 왜 날마다 글쓰기 하는 거야. 뉴욕에 살면서 보고, 듣고, 읽고, 느낀 점 정리도 쉽지 않아. 글쓰기 하는 게 포스팅 읽는 시간만큼 걸리면 좋겠어. 그런데 그게 아냐. 읽기는 불과 몇 초. 많으면 1분 걸리지만 반대로 글쓰기는 1분이 뭐야. 내 인생이 담겨있어.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들어서 놀라. 며칠 전 메트에 가서 서서 4시간 동안 오페라 봤어. 그날 저녁 식사가 뭔지 알아. 커피 한 잔과 노란 바나나. 몇 시간 서서 오페라 봐야 하니 긴장이 필요해 커피 마시고, 배가 고프니 노란 바나나 먹었지. 방금도 노란 바나나와 커피 마시며 메모를 마쳤어.



2019. 1. 14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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