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인타운에 가다

by 김지수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 가는 시각. 사방은 고요하고 주택가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금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창가로 하얀 눈이 보여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겨울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쌓여 예쁜 그림으로 변한 뉴욕. 그런데 눈이 금세 사르르 녹아버렸다. 하얀 눈 내리면 생각나는 영화 <닥터 지바고> <러브 스토리>도 생각나고.


보스턴에서 온 딸과 어디서 식사를 할까 고민하다 맨해튼 K Town 종로상회로 결정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맨해튼 레스토랑은 식사비가 저렴하지 않아 늘 고민을 하게 만든다.


퀸즈보로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환승 메이시스 백화점이 있는 헤럴드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내려 맨해튼 32번가 한인 타운에 도착. <종로상회> 레스토랑은 2층에 위치하고 장난기 넘친 빌딩 수위에게 한식당 찾아간다고 말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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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이지만 마치 한국이라 착각하게 할 정도의 한국적인 분위기에 놀라는 곳. 주중 런치 스페셜 메뉴는 평소보다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곳. 늘 손님이 많은 곳이라 오전 11시 반이 되기 전 도착해 기다렸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손님 두 명은 우리보다 더 일찍 도착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반이 되자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맨해튼 한인 타운이 창밖으로 비치는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았다. 초록빛 의자가 시선을 끌었다. 무슨 메뉴 고를까 생각하다 두 자녀는 돼지갈비찜 요리를 난 대학 시절 자주 먹은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이곳 런치 스페셜 가격은 메뉴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플러싱 삼원각 점심 메뉴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하니 꼭 플러싱이 맨해튼 보다 더 저렴한 것도 아니고, 아들이 갔던 맨해튼 노래방 가격이 플러싱 보다 더 저렴해 좋았다고.


점심시간이라 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들어오고 런치 스페셜이 아닌 고기류를 주문한 사람도 보였다. 점심 식사는 비싸지 않아 좋지만 저녁 식사는 고기류를 주문하지 않으면 식사도 할 수 없다고.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무슨 메뉴 고를 건가 묻고 육고기 주문하지 않으면 식사도 할 수 없어서 다른 식당에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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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어릴 적 먹은 뽀빠이 과자도 보여 추억에 젖고, 우체통도 벽에 걸려 있고, 한글로 적힌 <종로상회>가 보여 정겨운 식당. 식당에 한국 노래가 흐르고 김범수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노래도 들려왔다. 종로상회 식당 주중 런치 가격이라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물론 메뉴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고 식사비 저렴한 메뉴도 고를 수 있어서 좋아. 세 명의 식사비는 팁과 세금을 포함해 약 50불 정도. 맨해튼에서 이 정도 가격이라면 정말 저렴한 편에 속해.




한인 타운 주중 런치 스페셜은 식사비 저렴해 좋아 주변 직장인이 많이 이용한다. 아주 오래전 미국인 회사에서 취직해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도 한인 타운 한식당에 가서 식사하면서 꿈인가 생시인가 한 적도 있었지. 정말이지 잠깐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순간도 있었지. 눈물겨운 대학원 공부 마치고 대기업에 취직해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았는데 잠깐이었어. 언제 어찌 될지 아무도 몰라.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더 좋은 날 올 거라 믿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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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인 타운은 한국적인 분위기 가득한 곳. 고려 서적도 있고 한인 마트도 있고 노래방, 한식당, 호텔, 미용실, 한인 은행가 등 한국어 간판이 시야를 사로잡고 한인 유학생들과 직장인들도 자주 찾고 외국인들도 사랑하는 한인 타운. 갈수록 렌트비 인상되니 식당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오래전 들었다. 30년 이상 장수 한식당 <금강산> <강서회관> <우촌> <뉴욕 곰탕>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고. 강서회관은 우리 가족이 맨해튼 첫 나들이 할 때 가서 식사를 했던 곳. 첫해 크리스마스 무렵 한인 여행사에 예약을 해서 맨해튼 관광을 했고 그때 강서회관에서 비빔밥을 7불을 주고 먹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은 그대로인데 식당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식사 후 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세포라 매장에 갔다. 딸은 엄마를 위해 화장품을 선물하니 너무너무 비싼 화장품 값이라서 마음이 무거웠다. 세월 따라 늙어가니 피부도 관리도 해야 하는데 비싼 화장품 구입하기 어려워 눈을 감고 지내는데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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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하고 저녁 식사는 집에서 준비했다. 오랜만에 애호박전도 부치고, 조기도 굽고 김치찌개와 나물과 함께 먹었다.


금요일 밤 맨해튼 음대에서 첼로 앙상블 연주가 열리지만 집에 일찍 돌아와 휴식을 했다. 내일은 눈비가 온다고 모레는 영하 13도까지 떨어질 예정. 주말 많이 춥겠다.



1. 18 금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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