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
1월 세 번째 월요일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미국 연방 국경일. 뉴욕 영하 13도. 마치 스키장 같아. 새벽 6시 되기 전 기상했다. 딸은 아침 메가버스 타고 보스턴에 돌아갈 예정. 간단히 식사를 하고 함께 집을 나섰다.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듯 추웠다. 집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도착, 7호선에 탑승했다.
메가버스 정류장은 7호선 종점 허드슨 야드 근처에 가깝다. 주말 7호선이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하니 좀 걱정이 되었다. 휴일 월요일 아침 7호선 종점역까지 운행한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지하철에는 스키 복장을 입은 사람도 보였다. 어제오늘 뉴욕 날씨는 스키장 같아. 정말 스키복을 입으면 괜찮을 거 같았어. 스키복을 입고 설원을 달리면 신이 나겠지.
플러싱에 사니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이 바로 연결되어 보스턴행 메가버스 출발 시간까지 약간 여유가 남았다. 허드슨 야드 종점역에는 카페도 없고 쉴 곳이 없다.
그래서 우린 타임스퀘어 역에 내려서 스타벅스 카페에 갔다.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며 잠시 쉬려고. 딸은 향긋한 커피를 주문하고 직원은 빗자루로 청소하면서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바람이 날 죽여요."라고 말했다. 뉴욕에 살면서 처음 듣는 표현. 날씨가 사람 죽이겠어. 더구나 바람도 거세게 불고. 따뜻한 커피가 몸에 들어가니 숨 쉴만했다. 타임 스퀘어 스타벅스 안에 화장실도 없고 계속 손님들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귀걸이를 한 젊은 남자 뉴요커도 보았다. 스타벅스 카페 벽에 목련꽃 사진이 보여 얼마나 반갑던지. 한겨울 벌써 봄이 그리운가 봐.
얼마 후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으로 가서 7호선에 탑승 5분 후 허드슨 야드 종점역에 내렸다. 우리는 메가버스 탑승하는 곳을 향해 걷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부니 걷기 조차 힘들었고 바람에 곧 쓰러질 거 같았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버스에 탑승하는 것 보고 허드슨 야드 종점역에 가서 7호선에 탑승하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는데 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보스턴 가는 버스가 고장이 나서 뉴욕에 그대로 있다고. 다시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뉴욕에 있다는 소식만 받아 답답했다. 딸이 탑승할 버스보다 더 늦게 출발하는 버스가 더 먼저 출발했다고. 세상에. 이럴 수가. 다른 곳도 아닌 뉴욕시인데 메가버스 회사 비상 대처 능력이 형편없어서 놀랐다.
십 년 전 즈음 대학원 과정 공부할 무렵 두 자녀와 함께 서부 여행을 갔다. 한인 여행사 단체 여행팀에 속했는데 관광버스가 서부를 돌다 고장이 나서 도로에 멈췄다. 태양이 작열하는 7월 말 즈음. 여행사 본사에 연락을 해도 바로 버스가 오지 않은 게 이해가 되었다. 도시 한 복판이 아니고 시골길 달리다 버스가 고장을 났으니 전화를 해도 바로 도착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낯선 도로 한복판에서 새로운 여행사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그때 한인 가이드가 서비스 직에 종사하며 눈물로 모든 돈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가서 하룻밤에 탕진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런데 오늘 메가 버스는 시골이 아닌 뉴욕시인데 고장 나면 즉시 새로운 버스 보내줘야 하는 게 아냐. 얼마나 바쁜 세상이야. 빨리 보스턴에 도착해할 일도 많은데 고장 난 버스에서 장시간 기다리라고 하면 어떡해.
7호선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믿기 어려운 메가버스 소식을 들으며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탔는데 내 앞 손님이 지갑에서 교통 카드 꺼내는데 무려 5분 이상 걸려 기사가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너무너무 추워 빨리 안으로 들어가 앉고 싶은데 할머니 동작이 너무 느려서 속이 상해.
집에 도착 BJ's 마트에서 구입한 돼지갈비에 양념을 해서 어븐에 구워 먹었다. 우리가 식사하기 전 딸이 버스 출발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도 너무너무 추워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은 날씨. 밖에 나가면 눈사람으로 변할 거 같은데 딸은 귤이 먹고 싶다고. 며칠 전 사과, 귤, 오렌지 약간을 구입했는데 귤이 인기가 많았어. 인기 많은 귤은 금세 동이 났어. 그럴 줄 알았다면 귤을 좀 더 많이 구입했을 텐데 귤 맛이 어떤지 알 수 없었어. 딸은 꽁꽁 얼어붙을 날씨 한인 마트에 걸어갔는데 귤이 안 보인다고 연락이 왔어. 미리 알았다면 추운 날 사러 가지 않았을 것을. 알 수가 있나.
어젯밤 늦게 두 자녀와 함께 인공 지능에 대한 영화를 봤다. 감정이 꿈틀 거리는 인공 지능 정말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영하 13도 날씨 바람도 거세어 영하 40도 같은 날씨. 맨해튼에 다녀오니 머리가 아프다. 며칠 전 감기 기운이 감돌아 노란 유자차 끓여 마셨는데 다시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월요일 저녁 맨해튼 음대에서 마틴 루터 킹 데이 콘서트가 열리는데 갈 수 있을까.
메모를 하는 중 메가 버스 타고 보스턴에 돌아가는 딸이 연락을 했다. 버스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나 봐. 거북이 세 마리 스티커 메시지를 보냈어. 정말 큰일이야. 보스턴에 밤에 도착하면 어떡하지.
1. 21 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