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무사히 보스턴에 도착
바람이 심하게 분다. 거센 바람 소리 집안까지 들려온다. 고목나무도 나처럼 바람 소리 들을까. 유령들이 파티를 할까. 바람 소리 무섭게 들려와. 바람이 날 데리고 어디로 갈 거 같아. 실내 온도는 10도가 떨어졌다. 추워, 추워, 추워. 아파트 슈퍼는 남극에 갔나. 추운 날 따뜻하게 난방해주면 얼마나 좋아. 아파트는 중앙 난방식. 내가 실내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어. 며칠 전 아파트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 태양이 폭발한 줄 알았어.
아침에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딸 배웅하러 맨해튼에 갔다 추워 죽는 줄 알았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은 날씨 딸은 엄마에게 배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나 멀리 떠나는 딸이라 배웅하러 갔지. 그런데 왜 메가버스는 고장이 난 거야. 하필 너무너무 추운 날 버스가 고장이 나면 어떡해. 뉴욕과 보스턴이 한 시간 거리도 아니고 모두 모두 바쁜데 고장 난 버스는 멈춰 움직이지 않는다고 자주자주 연락을 해서 놀랐어. 거북이 느림보 스티커 3장씩 보내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보스턴에 도착했다고 소식이 와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초록빛 느림보 거북이 스티커 한 장을 보내고, 다시 3장을 보내고, 그 후 얼어붙은 도로 사진을 보내서 마음이 무거웠다.
브런치 먹고 설거지하는데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말이 없어. 세제 묻은 손 씻고 전화받았는데 침묵을 지켜. 가끔 이상한 광고 전화가 걸려오곤 한다. 지난번 받은 전화는 내가 학비 융자금을 받았다나. 뭐라고. 내가 언제 학비 융자금 받았어. 미국 학비 융자금 빚이 많은 거 알고 있지만 난 받지 않았어. 정말 엉터리 광고 전화가 걸려와 피곤해.
이렇게 추운 날 메트 러시 티켓은 역시 매진이야. 지금쯤 메트 오페라 보고 있겠다. 전에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일본 모자 디자이너는 추운 날 메트에 가면 텅텅 비어 있다고 하던데 혹시나 하고 러시 티켓 살 수 있나 봤는데 이미 매진. 사실 오늘 오페라 볼 에너지는 없었어. 그냥 러시 티켓 어쩐지 본 거지. 요즘 오페라 인기가 높아. 오페라 좋지. 뉴욕에서 누리는 최고 공연 아닐지. 물론 오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다는 말이고 오페라 사랑하지 않으면 소용없어. 뭐든 애정과 사랑의 눈빛으로 본 것과 아닌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크지. 사랑이 없다면 뉴욕은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한 도시일까. 세상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도시 뉴욕.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 뉴욕에 왔지. 뉴욕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없다면 진즉 보따리 싸서 떠났을 거야.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색채를 보여주는 뉴욕. 가끔은 천국 구경하고 가끔은 지옥 구경하고 이상과 꿈속에서 방황을 하는 난 영원한 방랑자나. 오늘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듣고 싶다.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은 물 건너가고 오랜만에 줄리아드 학교 공연 스케줄 확인했다. 요즘 나의 에너지는 어디로 간 거야. 티켓도 받지 않았어. 링컨 센터 근처에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아. 지하철과 시내버스 타고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 나의 입장 참 슬퍼. 추운 겨울날 바로바로 연결 안 되면 죽을 맛이야. 가난이 주는 서러움 아닌가.
맨해튼 음대에서 마틴 루터 킹 데이 특별 공연 열렸는데 나의 에너지는 잠수했어. 도저히 밖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 종일 집에서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내일 식사 준비하고 반복된 일과. 언제나 그러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마틴 루터 킹 연방 공휴일도 저물어 간다.
1. 21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