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카네기 홀 공연 보고, 갤러리와 북 카페 가고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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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홀 조성진 공연




수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비행기 소리 들려오고 보스턴에 사는 딸이 전화를 했다. 보스턴은 하얀 눈이 펑펑 내려 10센티 미터 이상 쌓였는데 겨울비 오니 꽁꽁 얼어버렸다고. 미끄러지면 난리 나겠어. 뉴욕은 왜 이리 추워. 지난주 딸이 뉴욕에 오기 전 실내 온도가 평상시 보다 10도 이상 올라가고 지금은 평상시 보다 10도 이상 내려가고 그럼 20도 차이가 나는데 1-2도 아니고 20도 기온 변화에 내 몸 적응력은 낙제. 아파트 슈퍼는 왜 그럴까. 평소처럼 난방을 해주면 좋겠어.


어제는 이른 아침 여명의 빛도 보았어. 분홍빛 여명의 빛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잠시 행복했어. 맨해튼에 가는 길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호빵과 커피를 먹고 난 음식 향기를 맡았어. 어릴 적 먹은 호빵 가끔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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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타운 갤러리


오랜만에 미드타운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 구경하고 언제나 조용한 갤러리라 너무 좋고 실컷 구경했지. 작품 보니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담은 그림인데 코발트 하늘빛. 분명 미드타운 5번가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담은 그림인데 난 한 번도 코발트빛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을 담은 그림일까. 커다란 캔버스에 쌍둥이 빌딩이 불타는 9.11 사고 현장이 보이고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바라보는 작품도 있었는데 오바마 대통령 체형보다 더 뚱뚱해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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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5번가 루이뷔통/ 티파니 앤 컴퍼니



갤러리에서 나와 5번가를 거닐었지. 영화 <티파니의 아침을>을 촬영한 Tiffany & Co. 지나치는데 내가 사랑하는 조각상 시계가 다시 걸려 있었다. 언젠가 로봇 시계가 걸려 다시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작지만 내 기분은 좋아졌어. 5번가 루이뷔통 매장 빌딩 벽에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어서 아들 친구 엄마가 생각났어.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 때 아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아들 친구 엄마가 아들이 입은 운동복 바지 보고 깜짝 놀랐다고. 당시 공부하는 중이라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구입한 아들 운동복 바지 길이가 길어 손으로 대충 바느질해서 입으라고 했는데 아들 친구 엄마는 나의 대충 바느질 솜씨에 충격을 받았나 봐. 아들 친구는 코넬대 졸업하고 작년 런던에서 몇 개월 근무하면서 스페인과 프랑스에 여행도 갔고 다시 뉴욕에 돌아와 일하는 친구. 그 친구 엄마가 나중 루이비통에 근무한다는 것을 들었다. 오래전 아들이 친구에게 물었어.


-너 엄마 어디서 근무해?

- 'LV'에서 일해.

-그게 뭐니?

-찾아봐.


세계적인 명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들 친구 엄마 눈에는 아들 바지가 형편없었나 봐. 그 무렵 너무 바쁘니 멋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전문가는 항상 전문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다시 5번가를 걷기 시작하다 너무 추워 시내버스를 타고 몇 블록 가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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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이벤트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는데 서점 앞에서 기다린 사람들이 많아 특별 이벤트 열군 속으로 짐작했어. 줄이 만리장성처럼 길었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북카페에 가니 너무 소란하고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았어. 새벽 5시 반에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하니 깜짝 놀랐어. 어제 아침 얼마나 추운 날이었는데. 세상에 작가 사인 하나 받으려고 오래오래 기다렸나 봐. 아이고 뉴요커들 대단해. 맨해튼 할렘에 사는 아가씨는 카메라맨에게 다가가서 사진 좀 봐도 돼요? 라 하고. 잠시 후 카메라맨은 아가씨 사진을 찍더라. 그러더니 아가씨 메시지로 보낼까요? 이메일로 보낼까요? 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물어. 카메라맨은 중년 아가씨는 20대. 처음 만나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낯선 카메라맨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아가씨도 보았어.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어제는 너무 소란해 정신없었어. 커피 한 잔 주문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책을 펴서 읽어도 집중이 안되고 난 전부 소란함에 핑계를 대고 서점을 나왔어. 더 이상 책 읽기 너무 힘들어하면서. 서점에서 나와 미드타운 갤러리에서 본 작품 생각하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봤어. 늘 그 자리에서 보곤 하지. 다시 봐도 하늘빛은 코발트색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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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타운 모빌 명상 대형 버스



밖은 너무너무 추워 괜히 서점을 나와버렸나 후회도 들지만 다시 북 카페에 돌아가도 빈자리도 없을 테고 그냥 걸었다. 그러다 맨해튼에서 처음으로 명상 모바일 대형 버스를 봤다. 경쟁사회로 변하니 스트레스 너무 심해 명상 비즈니스 수입이 많다고 들었다. 젊은 아가씨 차 안으로 들어가더라. 과거와 다르게 경쟁은 너무너무 치열하고 글로벌 세상으로 변하니 다른 나라에서도 살고, 태어난 나라 사람들과 경쟁하면 얼마나 힘들어. 어찌 말로 표현하겠어. 일단 모국어와 외국어 차이가 얼마나 커. 언어 장벽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고.


잠시 후 다시 걷는데 내게 말을 건 점성술가를 만났어. 내 운명과 운세를 말해준다나. 오래전 맨해튼에서 걷다 만난 여자가 날 보더니 전화번호 주면서 내 운명 말해준다고 연락하라고 했지. 어퍼 이스트 사이드 구겐하임 뮤지엄 앞에서 기다리는데 그날도 낯선 점성술가가 내게 말을 걸었어. "당신 운명이 변하고 있어요."라고 하면서 연락하라고 했지만 연락하지 않았어. 그 말은 뉴욕에 오기 전에도 들었어. 내 운명의 바늘이 얼마큼 돌아가고 있을까. 한국과 모든 게 달라진 뉴욕의 삶. 한국에서 누리던 게 뉴욕에 없고, 한국에서 누릴 수 없는 게 뉴욕에 있고. 한국과 뉴욕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크지.


알 수 없는 운명. 피할 수 없는 게 운명일까. 베토벤도 귀머거리가 될 줄 알았겠어. 몰랐겠지. 내 운명이 뭔지 어찌 변할 줄 몰랐어. 어릴 적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 어릴 적 해외여행도 보통 사람에게 불가능하던 시절. 꿈이 꿈으로 머물 줄 알았는데 밀레니엄 맞아 세계 여행을 하기 시작했고 지구본에서 본 런던, 파리, 베를린, 프라하, 드레스덴, 하이델베르크, 로마, 밀라노, 동경, 방콕, 시드니... 서유럽, 동유럽, 아시아 등 많은 도시에 방문했어. 방문한 도시 다 기억도 못해. 그때 기록을 했어야 하는데 두고두고 아쉽고 후회되는 일이야. 덕분에 여권이 여러 개야.


그로부터 몇 년 지나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보통 사람과 삶이 극으로 다르지. 다른 나라에 오면 모든 게 변하지. 부모와 형제와 친구들도 없고. 전화 걸 친구도 없고.


낯선 도시에 여행만 가도 힘들지. 그런데 여행과 외국에서 산다는 것 차이가 얼마나 커. 하늘과 땅 보다 더 크지. 상상해봐. 낯선 도시에 이민 가방 들고 공항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낯선 도시에서 어찌 살지 상상해봐. 좋은 직장 구하려면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무에서 새로운 삶 시작이 말처럼 쉽지 않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지. 아, 상상도 하기 힘들 거야. 40대 중반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삶의 무게가 무언지 모를 거야. 단 한 명이라도 우리 가족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면 또 달라지겠지. 단 한 명도 아는 사람 없는 나라에 와서 우리 가족은 오아시스를 찾고 있다. 가끔 운명의 바늘이 얼마큼 돌아가는지 궁금하는데 어제 그녀에게 말하지 않고 지나쳤어.


어제저녁 8시 카네기 홀(1월 22일)에서 조성진 콘서트가 열렸어. 얼마나 기다렸던 무대야. 2년 만에 카네기 홀에서 다시 만났어. 어제 공연은 2년 전과 많이 달랐어. 아들은 2년 전 연주가 더 좋았다고. 나도 그래. 그때는 더 순수한 음악가 모습이었다. 어제는 연주가 연기가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슈베르트, 드뷔시. 무소르그스키 곡을 연주했는데 차츰차츰 연주가 더 좋아졌고 슈베르트와 드뷔시 곡은 내 취향과 너무 맞지 않았어. 앙코르 쇼팽과 리스트 곡은 훨씬 더 좋았다.




평소와 달리 카네기 홀 피아노 소리도 달랐어. 날씨가 추워 그랬나. 울림이 아주 달랐어. 무대에서 인사도 아주 절도 있게 하니 군인 아저씨가 생각이 났어. 무대 왼편 보고 인사도 하고, 오른편 보고 인사도 하고, 중앙 보고 인사도 하고. 공연이 끝나고 음악 CD 판다고 하나 우린 그냥 나왔다. 젊은 나이 세계적인 스타로 변한 조성진. 1년 100회 정도 순회 연주하니 정말 힘들 거 같아.





전에 키신 연주 볼 때 만난 코넬대 졸업한 아가씨도 만났어. 맨해튼 미드타운 회사에서 리서치하는 뉴요커. 수학 전공하고 음악 부전공했다고 가끔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 본다고 해서 놀랐던 뉴요커.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 반가웠다. 한동안 바빠 카네기 홀에 올 수 없었다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한 학생도 만나고 서부 스타트업 회사에 취직해 옮긴다고 했는데 다음 주에 이사한다고. 어제 아들과 내가 앉은 뒷자리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정말 멋지다."라고. 조성진 연주 보고 반했나 봐. 카네기 홀에서 한국 출신 음악가 연주하면 아무래도 한국인이 많이 오고 어제는 청중 가운데 젊은 층이 많아 보였다.


하얀 눈도 펑펑 안 내리면서 왜 이리 추워.

얼어 죽겠어.



1. 23 수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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