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줄리아드 바이올린 대회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추억

by 김지수




IMG_8944.jpg?type=w966
IMG_8947.jpg?type=w966



IMG_8951.jpg?type=w966



IMG_8955.jpg?type=w966 링컨 센터/ 메트



어제는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렸지. 맨해튼에서 비를 맞고 걸었어. 5번가 북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커피 주문했는데 식은 커피 주면 어떡해. 직원 얼굴 보며 다시 커피 달라고 하려다 아무 말 안 하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옆자리에 앉은 붉은 바지를 입은 동양인 중년 여자는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반스 앤 노블 직원이 와서 그녀를 깨우자 눈을 뜨고 테이블 위에 놓인 '바브라 부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대회가 열려서 서점을 나와 5번가 지하철을 향해 걸었다. 종일 내리는 겨울비. 바람도 거세게 불어 우산이 날아가버려. 아이고. 우산을 접고 겨울비 맞고 걷다 다시 우산을 폈다.


5번가 지하철 역에서 7호선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 다시 로컬 1호선에 탑승했다. 젊은 엄마가 어린아이 두 명을 데리고 탔다. 두 아이들은 사탕을 먹다 엄마에게 먹으라고 하니 아들 사탕이 엄마 입으로 쏙 들어갔다. 그걸 보는 어린 딸이 엄마에게 사탕을 먹으라고 하니 어린 딸 사탕이 엄마 입으로 쏙 들어가고.


어린 남매 키우는 엄마 보고 나도 추억 속에 잠겼다.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바이올린 레슨 받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두 자녀 모두 대학을 졸업했으니 세월은 얼마나 빨라. 잠시 후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려 메트(오페라) 박스 오피스에 갔다. 어제 운이 좋았나. 오페라 볼 계획도 없다 갑자기 브런치 준비할 무렵 러시 티켓 생각나 도전을 했는 데 성공했고 박스 오피스에 찾으러 간다고 말했어. 직원은 러시 티켓 주면서 "오페라 잘 보세요"라고 말했어.


룰루랄라 하면서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오후 4시부터 바이올린 대회가 열렸고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레슨 받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협주곡. 아들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뉴욕에서 처음으로 니즈마 축제(NYSSMA)에 참가해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


뉴욕에 와서 아들은 한동안 바이올린 레슨을 받지 않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어느 날 아들 바이올린 연습하는 소리 듣더니 보통 수준이 아닌 것 같다고 하며 뉴욕에서 열리는 니즈마 음악 축제에 참가하라고 말씀했다. 고민하다 니즈마 축제에 접수했고 나중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이사하니 니즈마 접수한 곳이 서퍽 카운티에서 나소 카운티로 변해 대소동을 피웠다. 니즈마 축제 당일 오디션 보러 학교에 가니 접수자 명단에 없다고 말씀하시는 음악 선생님. 그제야 우리는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이사를 왔다고 하자 선생님은 아들 이름이 명단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셨고 처음에는 니즈마 축제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그때 난 음악 선생님에게 우리 집 사정을 말씀드렸다. 한국에서 뉴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니 음악 선생님은 다른 분에게 문의한다고 하셨다.


나중 아들이 참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니즈마 축제에 참가한 경우 반드시 원본 악보를 지참해야 하는데 아들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를 외웠고 아들은 악보 복사본이 있었지만 원본 악보 없이 오디션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럼 오디션 시간 변경을 할 수 있냐 물었어. 오후 시간에서 가장 늦은 시각으로 변경하고 멘델스존 악보를 사러 갔다. 뉴욕 시라면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 가면 쉽게 악보를 구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롱아일랜드는 뉴욕시와 다르다. 당시 소형차에 GPS도 없고 어디서 악보를 파는지도 모른 상황에 당장 악보를 구해야 하는 입장. 007 영화 촬영하는 것 같았어. 음악 선생님이 소개하신 장소를 두려운 마음으로 찾아갔어. 뉴욕 지리만 알아도 운전하기 더 쉬울 텐데 낯선 도로 운전하는 거 너무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악보 사러 갔다.


어렵게 악보 파는 장소를 찾았지만 다시 소동이 일어났어. 멘델스존 악보 사러 왔다고 말하는데 주인은 우리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아이고. 정말 답답했어. 한국에서 들은 멘델스존 발음이 아냐. 얼마나 답답해. 정말 어렵게 멘델스존 악보를 구입해 다시 낯선 도로를 달려 니즈마 축제 오디션 보러 갔다. 물론 저녁 늦은 시각에 보았어. 처음으로 니즈마 오디션 봤는데 아들은 100점을 받았어. 대소동을 피운 상태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 잊히지 않아.




정말 세월이 빨라. 4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대회. 한인 출신 여자 바이올리니스트가 첫 번째로 연주했다. 줄리아드 학교와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Columbia-Juilliard Program). 두 학교에서 공부하니 얼마나 바쁠지. 미국에 이런 천재 학생들이 있어. 그 학생 연주도 좋았다.


두 번째 학생 연주가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중국인 학생. 커티스 음악원 졸업하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 중. 바이올린 음색이 정말 좋아 황홀했다. 그 학생 연주가 마음에 들어 구글링 하니 그런 정보가 나왔어. 내 귀에 가장 듣기 좋아서 이 학생이 우승할 줄 알았는데 나의 예측과 달리 세 번째로 연주한 노르웨이 출신 학생이 어제 우승을 했다. 네 번째 학생은 외모가 영화배우 같아.



IMG_8943.jpg?type=w966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대회 / 왼쪽 한인 여행생 / 오른쪽 중국인 남학생 Timothy Chooi




4명의 학생 연주를 보고 난 중국인 학생이 1등, 한인 출신 학생이 2등이라고 예상했는데 1등은 노르웨이 출신 학생, 2등은 나의 기대처럼 한인 학생이 받았다.


해마다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바이올린 대회를 보곤 한다. 정말이지 요즘 학생들 연주 훌륭해. 무대에서 악보 보고 연주하는 학생들도 없고 해마다 학생들 실력이 더 좋아서 놀라곤 한다.


세 번째 학생은 이작 펄만의 제자였고 바이올린 활이 올드 스타일처럼 느껴졌고 우승한 학생은 날아갈 듯 기뻐했다. 두 자녀 어릴 적 모두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레슨 받아서 귀에 익숙한 곡이고 나의 예상과 달라 충격을 받았어.


어느 분야든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음악가의 길 너무너무 험난해. 재능 많은 학생들이 어디 한 두 명인가. 모두 연습도 열심히 하고. 줄리아드 학교 대회는 학생들 연주가 끝나고 잠시 기다리면 교수님이 발표를 하니 좋아. 어제 1등 하지 못했지만 중국인 학생 연주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 언제 다시 그 학생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도 해본다.



IMG_8952.jpg?type=w966




IMG_8950.jpg?type=w966
IMG_8949.jpg?type=w966




대회가 막을 내리고 줄리아드 학교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하고 메트에 오페라 보러 갔다. 저녁 8시 시작한 두 개의 오페라.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이올란타>와 바르톡 <푸른 수염의 성>. 오페라 프로그램 펴니 밤 11시 반에 막을 내린다고 하니 놀랐어. 대개 밤 11시 막을 내려도 맨해튼에 살지 않는 난 상당히 힘든데 말이다. 하지만 저렴한 러시 티켓인데 오케스트라 좌석이라 좋았어. 몇 번 입석으로 오페라 봤으니 신이 선물을 준 거나. 오케스트라 석에 앉아 패밀리 서클석에 앉은 사람들 보니 하늘처럼 높았어. 오페라는 시야도 중요하니 경제적인 형편이 된다면 가능한 시야 좋은 좌석이 좋아. 누가 오페라 보러 왔지 하며 보니 수잔 할머니가 무대 가까운 곳에 보였다.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내 옆은 청춘 남녀가 왔고 앞은 중년 남자 두 명이 왔고, 부부끼리도 오고, 혼자 오페라 보러 온 경우도 있고 어제 수잔 할머니 말고 아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차이코프스키 마지막 오페라 <이올란타> 오페라는 공주 이올란타 이야기. 장님 이올란타가 아버지 르네 왕과 보데몬 백작의 사랑의 힘으로 눈을 뜬다는 내용.


이올란타 오페라보다 문득 아파트 열쇠가 가방에 있는지 생각이 나서 확인하니 없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 상황에 오페라에 집중을 할 수 없고 혹시 외투 호주머니에 있나 확인해도 역시 없고 걱정이 태산 같았어. 휴식 시간 얼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페라 보고 새벽에 집에 돌아갈 예정인데 아파트 열쇠가 없어 난리 났다고. 아들은 엄마 열쇠가 집에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휴식 시간 지나고 2부는 바르톡 오페라를 보았다. <푸른 수염의 성>은 공포 영화 같았어. 공포 영화 아주 싫어하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오페라. 푸른 수염을 가진 늙은 영주와 새로 결혼한 젊은 부인은 성 안 일곱 개의 닫힌 문을 열고 싶어 한다. 오페라가 너무 늦게 막이 내려 달리듯 나와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오니 구름에 가린 달빛이 비치는 새벽.



오늘은 비가 그쳤다. 하늘은 흐리고. 아침 일어나 커피 마시며 메모를 하는 중 전화를 받고 글쓰기는 잠시 멈추고 전화 끊고 글쓰기 이어서 하고. 얼른 맨해튼에 가야 하니 마음이 바빠.


1. 25 금요일 아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바탕 소동/브람스와 쇼팽과 비발디/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