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덴크 피아노 독주회
카네기 홀

2월의 첫날이 가고 말았어.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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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제레미 덴크 피아노 독주회 2. 1




날씨가 왜 이리 추워진 거야. 몸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아. 그럼에도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제레미 덴크(Jeremy Denk, Piano) 공연 보러 갔어. 아침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 가서 표 2장 구입했다. 저녁 8시 공연 시작. 아들과 함께 공연 보러 가서 직원과 인사 나누고 발코니 석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감상했어. 작년 조슈아 벨 바이올린 독주회 시 피아노 반주를 했던 제레미 덴크 연주가 아주 좋아 기억에 남아서 그의 독주회 공연을 보러 갔다.


조성진 연주는 매진이었으나 제레미 덴크 연주는 매진이 아니었으니 조성진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된다. 제레미 덴크 역시 이 시대의 최고 피아니스트에 속해. 베토벤, 멘델스존, 슈만 곡 등을 연주했는데 아들과 나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라 이해가 쉽지 않았어. 다음에 연주회 보러 가기 전 미리 프로그램 연주곡 듣고 가야 하나.


공연이 막이 내리면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돌아와 시내버스 타는데 하필 우리 앞에서 버스 문이 닫혀 기사에게 문 열어 달라고 부탁해도 안 척도 안 하고 떠나는 불친절한 기사님. 한 밤중 버스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추운 날인데 어쩔 수 없이 기다려 한밤중에 집에 돌아왔다. 카네기 홀에서 연주 감상할 때는 천국이고 플러싱에 돌아오면 천국은 사라지고 없어.


아들은 일찍 집을 나온 엄마를 위해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 맨해튼에 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아들 만나기 전 맨해튼 미드타운을 서성거렸지. 헌책방에도 들어가 잠시 시간 보내고 책장에 진열된 책은 내겐 너무나 낯선 세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도 많아. 뉴욕에서 태어나 교육받지 않은 내가 뉴욕 문화를 하루아침에 알 수 있나. 지난주에 구입한 파리에 대한 책은 읽어도 너무 어렵기만 했다. 파리에 대한 문화와 역사적인 지식 없이 쉽게 이해가 오지 않은 책. 하루아침에 다른 나라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미국사와 프랑스 역사를 배운 것도 아니니 서점에 가면 난 장님이란 생각이 든다.


대학 시절 영어, 일본어, 불어로 적힌 책을 보면 장님이란 생각을 했어. 대학 전공 서적은 영어로 되었지만 평소 영어로 된 서적 거의 읽지 않았지. 뉴스 위크, 타임지 정기 구독만 하고 깨알처럼 작은 글씨 읽기 너무 어려워 구독할 때 마음과 읽을 때 마음이 달라서 차곡차곡 쌓아두었지. 눈이 있어도 읽을 수 없으면 장님이지. 뉴욕에 초기 정착기 마찬가지. 있어도 보이지 않으니 장님, 들리지 않으니 귀머거리,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으면 벙어리. 최소 같은 언어권이라면 다른 나라 삶이 조금 더 가벼울 텐데 언어 장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아. 물론 소수 예외도 있지.


추운 겨울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홈리스 보면 너무 가슴 아프고 뉴욕은 정말이지 영화 같아.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스치고, 거리거리마다 홈리스 가득하고, 카네기 홀에 가면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 볼 수 있고 너무나 다채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2월의 첫날이라 뮤지엄에 가볼까 하다 너무 추워 1분도 걷기 싫어 다 포기하고 말았어.


뉴욕 지하철도 흥미로워.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남자가 야동을 보고, 낯선 여자가 화장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음식도 먹고 등 다양한 풍경을 보여줘. 맨해튼에 갈 때 로컬 7호선 난방이 잘 들어와 따뜻한 난로 같아 좋았는데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 내려 환승하니 빙하시대로 변했어. 지하철도 난방이 잘 되면 얼마나 좋아. 추운 겨울날 뉴욕은 두 가지로 나뉘지. 천국과 지옥으로. 난방이 잘 되는 곳은 천국처럼 좋고 아닌 곳은 지옥 같아.


한국은 구정 연휴라고 하고. 보스턴에 사는 딸은 집에 올 수 없는 형편이지만 떡국이라도 끓여 먹을까. 그나저나 한 살 더 먹는 게 좋은 건 아닌데 자꾸 세월만 흘러가네. 세월은 어디로 가는 거야. 알 수 없는 운명이여, 날 어디로 데려가나이까. 그동안 고통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헤매었으니 이제 찬란한 빛 들어오는 세상에 데려가다오. 제발. 빈다. 어둠은 다 데려가렴. 제발 빛이여 이리로 오렴.



2. 2 토요일 새벽 1시가 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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