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카네기 홀에 세 번이나 갔어.
일요일 아침 눈부신 햇살이 창가로 비춘다. 아파트 문 열고 나가 정원에 떨어진 뉴욕 타임스 가져왔다. 며칠 계속 자정 가까운 무렵에 집에 돌아와 피로가 겹쳐 유자차 끓였다.
어제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사라 장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명성 높아 언제 그녀 연주 볼 기회가 있을지 기대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내게도 기회가 왔다. 사실 그녀 연주도 그만 놓칠 뻔했다. 그제 밤 11시경 카네기 홀 웹사이트 접속하니 그녀 이름이 보였고 티켓이 남아 있어 어제 아침 일찍 카네기 홀에 가서 티켓 한 장 구입했다. 아들이 사랑하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하니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들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만나러 가니 그냥 나 혼자 보려고 했는데 오후 아들이 친구들 약속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고 하니 다시 카네기 홀에서 가서 티켓 한 장을 구입했다.
어제는 가방에 사과와 유부초밥과 뉴욕 타임스와 책 두 권을 담고 맨해튼에 갔는데 날씨가 추워 책을 펴도 집중이 되지 않아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보았다. 금관악기 연주는 마음 따뜻하게 하니 좋았고 어제 처음 들은 중국인 학생 바이올린 연주는 분명 연주는 잘하는데 음악이 느껴지지 않아 이상했다. 마치 향기 없는 꽃이랄까. 음정도 틀리지 않고 멈추지 않고 연주하고 학생도 스스로 만족했는지 곡이 끝나면 얼굴에 미소가 피었지만 난 감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상했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모차르트, 바흐, 생상, 파가니니 곡 등을 연주했고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율이었지만 감동이 없었다.
아들은 저녁 무렵 맨해튼에 왔고 함께 카네기 홀에서 가서 사라 장 연주를 기다렸다. 어제 난 카네기 홀에 세 번이나 갔어. 정오가 되기 전 내 표를 사러 가고, 오후 4시 지나 아들 표 사러 가고, 저녁 공연 보러 가고. 어제 오케스트라 공연은 미네소타 주 대학교 카네기 홀 데뷔 무대였는데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 단원 연주보다 더 좋았어. 사라 장은 저녁 8시 28분 카네기 홀 무대에 등장했다. 드레스 입은 사라 장이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올라 사라 장 부모님도 분명 카네기 홀에 오셨을 거라 짐작했다.
사라 장은 복 많이 받은 음악가. 부모님 모두 서울대 음대 출신이고 미국 유학 시절 사라 장을 출산했다고. 부모님 모두 음악가 출신이니 얼마나 좋아. 교육 환경도 너무 중요한데 타고난 재능과 환경 모두 좋아 복 많이 받은 사라 장 아닌가.
오래전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감상하다 실망하고 그날 일찍 카네기 홀을 떠났다. 아들이 사랑하는 힐러리 한 바이올리니스트 연주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
라이브 무대는 어려운 듯 짐작이 된다. 세계적인 음악가들도 컨디션에 따라 그날 공연은 많이 달라서. 어제 사라 장은 약간 빠른 템포로 연주했고 프레이징이 아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하고.
하와이에 사는 분 따님이 사라 장에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받았다고 소식 전해줬는데 벌써 몇 년 지났어.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중국인 시니어 벤자민은 뉴욕에 온 지 30년이 지났고 오래전 사라 장 연주를 봤고 그녀 연주가 좋았다고 말했다. 어제 벤저민은 만나지 못했다.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서 오지 않았나 싶어.
사라 장 연주가 끝나자 카네기 홀 직원이 꽃다발을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수년 전 정경화 고별 연주회 때도 카네기 홀에서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자주 카네기 홀에서 연주 보지만 카네기 홀에서 음악가에게 자주 꽃다발을 전해주지 않아서 놀라웠다. 앞으로 더 자주 사라 장 연주를 카네기 홀에서 들을 수 있을지 기대도 해본다. 어제도 한국어 구사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꽤 많았다.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연주하니 모두 자랑스러웠을 거 같아.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니라 일부 좌석이 비어 있었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고 싶어. 매일 맨해튼에 가서 밤늦게 돌아오니 몸이 지쳐간다. 아들과 호수에 산책하러 가고 뉴욕 타임스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한국은 구정이라 가족들이 함께 모여겠어.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가 되면 좋겠어.
2. 3 일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