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볼이 열리는 2월의 첫 번째 일요일 밤

호수에 아들과 함께 산책하러 갔어.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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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식축구 경기 슈퍼 볼이 열리는 2월의 첫 번째 일요일 밤. 아들에게 볼 거냐 물으니 안 본다고 하고 나도 혼자 볼 마음이 없어서 올해 경기 안 보기로 했어. 맨해튼 스포츠바는 난리 났겠어. 맥주와 보드카 마시며 스포츠 경기 보는 문화. 우리 가족도 제리코에 살 때 스포츠바에 가서 경기 봤는데 참 좋더라. 오늘 밤 누가 승리할까. 슈퍼 볼 인기가 많아 광고료가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하고. 미식축구 경기는 딱 한번 보았어. 수년 전 딸이 초대해 하버드 대학 경기장에서 하버드대와 코넬대 경기를 보았어.




맨해튼에 가지 않고 종일 집에서 시간 보내도 시간은 날개가 달렸나 빨리도 흘러가네. 지난번 미드 타운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을 펴서 읽는데 돌멩이처럼 딱딱한 내용의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내 머리가 돌멩이로 변해가나. 벌써 그러면 안되는데 큰 일이야. 평소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야 하는데 늘 좋아하는 책만 읽어서 다른 분야 책을 펴면 머릿속에 쏙쏙 저장이 되지 않아. 뭐든 기초가 중요한데 기초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라서 그런 듯 보여. 교양, 전문분야, 과학,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야 할 텐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하곤 하지.


늦은 오후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석양이 비출 무렵 호수 빛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황홀했어. 석양이 비추는 시각은 찰나. 찰나를 잡아야 해. 하얗게 얼어붙은 호수에 기러기 몇 마리가 산책을 하고, 어린 남자아이 공이 호수에 퐁당 빠져 난리가 났어. 호수에 들어가서 공을 잡으면 위험할 거 같고 벤치에 앉은 젊은 남자가 휘파람을 불면서 호수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어. 빨간색 겨울 외투를 입고 산책하는 할머니도 보고 어린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도 보고 호수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집에서 가까운 한인 마트가 수년 전 화재가 나서 가게 문을 닫아버렸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다시 가게 문을 열었나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아직도 그대로 문이 닫혀 있었다. 수년 전 장님 할머니가 우리 아파트 문을 두드려 내게 주소를 주며 데려 달라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이상한 점이 참 많아. 우리 아파트에 오려면 계단을 걸어야 하는데 장님 할머니가 어찌 계단을 걸었는지 이해가 안 와. 암튼 그날 그 할머니 모셔다 드렸는데 바로 그곳에 한인 마트가 있었다. 다른 가게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 가끔 이용하곤 했어. 10살 된 소형차 팔아버린 후 걸어서 장 보러 가서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 들고 집에 오곤 했는데 어느 날 화재가 발생해 충격을 받았어. 한인 마트 주인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이 안 되지. 직원과 함께 주인아저씨도 열심히 일하니 놀라곤 했다. 언제 이민 왔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화를 나누지 않아서 잘 모른다. 화재로 인해 엄청 큰 손실을 입었다고 직원이 말해주었다. 눈 앞에서 활활 타버리면 정말 충격이 클 거 같아.


지금 이 시각 뉴잉글랜드 팀과 로스앤젤레스 팀 슈퍼 볼 경기가 열리는데 뉴잉글랜드 팀이 이기고 있어.



2. 3 일요일 밤 /슈퍼 볼 경기는 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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