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에서 책 읽고, 줄리아드 공연 보고, 호수에서 산책하고
밤하늘에 빛나는 예쁜 초승달과 별을 얼마 만에 본거야.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달은 그동안 무얼 하고 지냈을까. 아주 커다란 초승달은 지상에 낮게 떠서 금방 달려가면 붙잡을 것 같았다. 맨해튼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만난 달과 별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가는데 금세 초승달이 말없이 사라져 버려 서운했어. 며칠 전 봄바람 불더니 다시 시베리아 바람 부는 뉴욕. 호수로 가는 길 차가운 바람맞으며 뛰었다. 수 십 개의 가로등 비추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와 커피를 끓이고 랩탑을 켜고 유튜브에서 음악 들으며 메모를 하는 중.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중국 베이징 출신 William Guanbo Su/ Bass 성악 공연이 열렸다. 귀에 익은 벨리니의 멜로디가 들려왔다.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이었는데 노래를 꽤 잘 불렀다. 14세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미국에 처음 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보스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과 졸업하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석사 과정 하는 학생. 만 10년 만에 그가 이룬 업적이 놀랍기만 했다. 작년 12월에 카네기 홀에 데뷔했고 Metropolitan National Council Audition Eastern Region에서 1등을 했고, 지난주 휴스턴에 오페라 오디션에서 2등을 수상한 학생.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레슨 받았을지. 힘든 언어 장벽 넘고 힘든 음악 공부하며 성악가의 길을 걷는 중국인 베이스. 참 대단하다. 공연이 막을 내리자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장미꽃 다발을 건네주었다. 사실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도 프로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본 성악가였지만 축하해주고 싶다.
저녁 6시 한인 출신 Do-Hyun Nick Kim 피아니스트 공연이 모세 홀에서 열렸다. 바흐, 모차르트, 쇼팽, 스트라빈스키 곡을 연주했다. 바흐 파르티타 연주가 정말 좋았다. 평소 듣는 음색이 아닌 특별함이 느껴졌다. 쇼팽 연습곡 역시 참 좋았다.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음악의 길을 걸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오후 4시와 6시 공연 보고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왔어.
줄리아드 학교에 가기 전 북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핫 커피 가져와 책을 펴고 읽는데 옆자리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20대 청년으로 보이는데 MBA 과정 입학하기 위해 치르는 GMAT 수험서 펴고 공부하면서 계속 한숨을 쉬고 있었다. 명문대 대학원 과정 입학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문득 내가 뉴욕에 오던 시절도 생각이 났어.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지도 않은 내가 갑자기 유학 준비를 하고 뉴욕에 왔으니 기적 같은 일이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정말 어렵게 대학원 어드미션 레터 받고 뉴욕에 왔지만 힘든 세월을 보냈지. 한국인 한 명 없는 대학원 수업 듣기 얼마나 어려웠던지. 한국인 학생 단 한 명만 만나 잠시 이야기 나누면 행복할 거 같았어.
북카페에서 나와 줄리아드 학교 가는 길 지하철역으로 향해 걷다 타임 스퀘어 근처를 지났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기 위해 저렴한 티켓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어.
또 하루가 말없이 지나간다. 북카페에 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두 개의 공연 보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가고, 식사 준비하고, 글 쓰기 하며 나의 하루가 지나가. 벌써 주말. 믿을 수 없게 빨리 지가 나는 세월.
다시 추워진 뉴욕. 봄은 천천히 오려나 봐. 나는 애타게 봄을 기다리고 있는데.
2. 8 금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