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보첼리와 다닐 트리포노프 공연

메트에서 산 가장 비싼 티켓이었지만 보첼리 노래는 가장 실망스러웠다.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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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




하늘이 몹시 흐린 월요일 아침 새들의 합창도 들려오지 않고 새들도 사람처럼 날씨 좋은 날을 더 좋아할까. 내일은 하얀 눈이 온다고. 올 겨울 하얀 눈이 펑펑 내리지 않아 섭섭하기도 하고 예쁜 눈이 기다려지기도 해. 아침에 일어나 두 번째 커피를 마시며 랩탑을 켰다. 메모를 마치면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가고 장도 보러 가야 하고. 달걀과 우유와 육고기와 채소를 좀 사 와야 할 거 같아.


주말 뉴욕은 무척 추웠다. 외출하기 겁나지만 맨해튼에 가서 두 개의 공연을 봤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두 개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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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다닐 트리포노프 공연 너무 좋았어.



지난 주말 토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리사이틀을 감상했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정도로 훌륭한 연주라 기분이 좋았어. 아들은 친구 만나러 갈 예정이다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어 엄마랑 공연 보러 갔는데 꽤 좋은 연주였다. 멋진 정장을 입은 트리포노프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오른 모습은 마치 만화 영화 주인공 같았어. 약간 고개 숙이고 수줍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기 시작. 베토벤 곡은 밤하늘의 별들이 속삭이는 거 같았고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에프 곡은 평소 줄리아드 학교에서 듣는 연주와 색채가 많이 달랐어. 뉴욕에 와서 가끔 듣는 프로코피에프 곡 연주가 쉽지 않다고 하고 에너지 넘친 피아노 연주를 듣는데 그날은 광적인 에너지를 느끼지 못했다. 앙코르 곡 연주는 아주 좋았는데 무슨 곡인지도 몰라.


그날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한 나타샤 피아니스트와 게이코 할머니도 만났다. 나타샤에게 카바코스와 유자 왕 연주가 어땠는지 묻자 아주 좋았다고 말씀하니 난 브람스 곡 연주는 마음에 들지 않고 나머지 곡은 좋았다고 하니 나타샤가 그제야 브람스 곡 연주가 어렵다고 하면서 그날 브람스 곡 연주가 별로 안 좋았다고.


게이코 할머니는 트리포노프 연주 전날 시니어 센터에서 준 무료 공연 티켓으로 링컨 센터 데이비드 게펜 홀에서 바리톤 공연을 봤는데 너무나 좋았다고 하셨다. 그날도 게이코 할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뉴욕에 이민 온 이유가 뭔지 묻자 할머니 대답은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질문을 묻는다고. 할머니 부부는 여행을 좋아하니 자주 여행을 했고 그렇게 뉴욕에 여행 왔는데 마음에 들어 이민을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할머니 기억에 약 32년 전에 뉴욕에 이민 와서 살게 된 거 같고 뉴욕에 와서 아드님을 출산했다고. 67세 게이코 할머니는 미국에 아들과 단 둘이 사니 이제 일본에 돌아갈까 생각 중이지만 역시 결정이 조심스럽다고. 일본에 노인들 인구가 많아 의료 혜택이 아주 좋아서 일본에 돌아갈까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염려된 것은 점점 젊은 층 인구가 감소되니 정부 혜택이 변할지 모르고 앞으로 노인 복지가 변할지 모르니 무작정 일본에 가기도 겁이 난다고.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느 나라가 더 좋은지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에 따라 변한 듯. 미국 의료비는 너무너무 비싸니 나이가 들면 가장 염려되는 게 건강이니 일본이냐 미국이냐 아직은 생각 중.


어제 일요일 오후 5시 메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탈리아 테너이자 팝페라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을 봤지만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다. 축구를 하다 시각을 잃어버려 시각 장애인으로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니 언젠가 한번 꼭 그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매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이 열리지만 그의 티켓값이 너무나 비싸 공연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고 2월 10일과 17일 두 번 메트에서 그의 공연이 열려 가장 저렴한 스탠딩 티켓 사서 보려고 어제 아침 일찍 메트에 가서 박스 오피스 문 열기를 기다렸다.


너무너무 추운 날이라 몇 시간 기다린 게 결코 쉽지 않은 날.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는 맨해튼에 사는 낯선 할머니도 만나고 보첼리 공연 보러 온 뉴저지에 산 여자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오페라 사랑하는 할머니는 전에 보첼리 공연을 본 적이 있다고 해서 그가 노래를 잘 부른 지 물었어. 그런데 할머니 대답은 명성과 달리 별로라고 하고. 할머니는 보첼리 보다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공연 보러 오셨다고. 자주자주 메트에 가서 오페라 보고 할아버지랑 함께 오페라 보는데 어제는 할아버지가 보첼리 공연 안 보신다고 하니 홀로 오셨다. 아침에 박스 오피스에 오실 때는 청바지 입고 오셔 책을 읽고 계셨고 오후에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멋진 드레스를 입고 오셔 다른 분인 줄 알았어.


뉴저지에 사는 여자는 교통이 무척 불편하지만 보첼리 공연 보러 왔지만 티켓 구입하고 다시 집에 돌아가기 힘드니 맨해튼에서 놀면서 시간 보내야 하는데 뮤지엄이 가장 좋을 거 같다고 하며 메트 뮤지엄에 어떻게 가는지 물었다.


그런데 우리 셋 모두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놀라고 말았어. 보첼리 티켓이 너무너무 비싸 스탠딩 티켓 사러 왔지만 어제는 스탠딩 티켓도 평소보다 훨씬 더 비쌌다. 평소 패밀리 서클 스탠딩 티켓은 22.5불이라 아들과 함께 보첼리 공연 보려고 두 장 구입했는데 가격이 무려 75불. 오케스트라 스탠딩 티켓은 한 장에 60불인가 하고. 오케스트라 뒷 좌석 정상 티켓 가격은 600불이 넘는다고.


메트에서 산 가장 비싼 티켓이었지만 보첼리 노래는 가장 실망스러웠다. 메트 테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이 컸다. 시각 장애인이란 동정표라서 가격이 비쌀까. 다시는 보첼리 공연 보고 싶지 않아. 물론 무료 티켓이라면 보러 가겠지만 비싼 티켓 사서 보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말았어. 유튜브에서 보첼리 노래 듣는 게 백만 번 더 낫겠다. 오페라 사랑하는 할머니 말이 그대로 맞았어. 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아 나의 기대는 컸고 보첼리 노래 듣고 나서야 그는 오페라 가수가 아님을 온몸으로 느꼈다.


돈 주고 배우는 경험이야.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해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 어제 보첼리 공연이 그랬어. 만약 보첼리가 노래를 잘 부르고 티켓값이 평소처럼 22.5불이라면 다음 주 일요일 오후도 서서 공연 볼 생각이었지만 나의 마음은 변하고 말았어. 미리 알았다면 보첼리 공연 안 보고 다른 오페라 봤을 텐데 이미 지난 일이니 잊어야 하나.


아들과 산책하러 호수에 다녀오고 그 후 장 보러 가야겠어.


2. 11 흐린 겨울날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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