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커피를 끓여 테이블 앞에 앉았다. 잠시 달콤한 휴식을 하고 싶어.
월요일 아침 일어나 두 잔의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흐린 하늘을 보며 호수에서 산책하는 기러기떼와 청둥오리 두 마리와 백조 한 마리와 갈매기떼를 보며 호수를 몇 바퀴 돌다 재킷 세 개를 입은 애완견 한 마리와 눈 맞춤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틀인가 호수에 가지 않았는데 추운 아침이라 그랬는지 다른 날 보다 더 피곤했다. 얼른 브런치를 준비해 먹고 설거지하고 아들과 함께 장 보러 갔다. 하얀 냉장고가 텅텅 비어가니 장 보러 가야 하는데 날씨는 춥고 피곤해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 가득했어. 차를 타고 가면 덜 피곤할 텐데 추운 날 걸어서 장 보러 가기 싫은 마음과 싸웠다.
마침내 BJ's에 도착. 육고기와 채소와 빵과 아보카도와 오렌지와 스파게티 소스와 사랑하는 달걀 약간을 구입하고 전기 구이 닭다리가 선반에 나오길 기다렸다. 젊은 직원이 닭고기 요리를 들고 나오자 "기다렸어요"라 하니 웃으며 "해피 밸런타인데이"라고 해. 역시 젊은이라 달라. 마트에 장 보러 가서 처음으로 들은 말. 아들은 밸런타인데이가 끝난 후 초콜릿 구입하는 게 좋다고 하니 웃었어.
계산대에서 할인 쿠폰 3장을 주고 계산하는 동안 한인 택시를 불러 기다렸다. 하얀색 SUV를 가져온 기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척 젊게 보여요! 20대 같아요.
-감사해요. 스무 살 딸이 있어요. 49세랍니다.
-어머나 그러세요. 언제 뉴욕에 오셨어요?
-뉴욕에 온 지 20년이 더 지났어요. 25세 대학 졸업 후 군 복무 마치고 유학 왔지요. 컴퓨터 전공했어요. 졸업 후 취직해 일하다 2년 전 퇴직하고 택시 기사하고 있어요.
-뉴욕 생활 어때요?
-갈수록 안 좋아요. 정이 들지 않아요. 살면 살 수록 힘들고. 사방 군데 감시 카메라가 있으니 마치 감시받는 감옥 같아요.
-예, 저도 들었어요. 몰래카메라 정말 많다고 해요. 회사원이 더 좋아요? 택시 기사가 좋아요?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디 있어요? 하나도 없어요.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그래요?
-회사원은 상사 눈치 보고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지만 기사는 피곤하고 하기 싫으면 언제든 일 안 하고 집에 갈 수 있으니 좋으나 가끔 집에 교통 티켓 날아와요.
그동안 만난 택시 기사 가운데 마치 20대처럼 젊게 보여 놀랐던 분. 한인 사람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아들과 짐을 나르고 아파트 지하에 세탁을 하러 갔다. 월요일 오후 아파트 지하에 아무도 없어 조용해 좋았어. 두 대의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집에 돌아와 스카프와 오래된 가방은 손세탁하고 지하에 갈 때 가방 들고 갔어. 건조기에 세탁물 올려놓고 다시 집에 돌아와 커피 마시며 글쓰기를 하고 있어.
집 근처 경찰차가 왔다 갔다 하더니 주차를 하고 머물다 다시 떠났어.
세탁물 가져오고 장 본 물건 정리하면 오후가 지나갈 거 같아.
내일 눈이 와도 괜찮겠어.
장도 보고 세탁도 했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본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 티켓이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어. 공연이라도 좋았으면 비싸도 그런가 보다 할 텐데 공연은 형편없고 티켓은 비싸고 기분이 꿀꿀해. 명성과 인기와 실력은 비례하지 않아. 요즘 젊은이들 얼마나 잘하는데 세상의 무대에 올라가기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비싼 티켓 팔고 공연이 형편없으면 어떡해.
내 형편도 너무 복잡하지만 언제 어찌 될지 모르니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공연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데 수준 낮은 공연이라면 비싼 티켓 사서 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실수를 한 거야. 뉴욕을 떠나게 되면 가장 그리운 게 아마도 메트 오페라와 카네기 홀 공연이 될 거 같아.
2. 11 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