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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같은 하루를 보내다/ 황홀한 트럼펫과 피아노 연주

콜럼비아대학과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첼로, 트럼펫 공연을 보다.

by 김지수

축복 같은 하루를 보냈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다. 하루 동안 3개의 공연을 보고 서울에서 보내온 <한국 수필집 2월호>를 읽었다. 커피와 음악과 책과 함께라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밤늦게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기러기떼 조용히 잠든 호수를 몇 바퀴 돌면서 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시간은 행복이 밀려오는 축복 같은 시간이다.


Brandon Bergeron, Trumpet/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


VLADIMIR PESKIN Trumpet Concerto in C minor
VINCENT PERSICHETTI The Hollow Men
PIXINGUINHA (arr. Brandon Bergeron) Naquele Tempo
PIXINGUINHA (arr. Brandon Bergeron) Carinhoso
ENRIQUE CRESPO Suite Americana No. 1




금요일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 폴 홀에서 트럼펫 졸업 리사이틀을 봤다. 충분히 준비가 된 연주였다. 처음 듣는 트럼펫 협주곡 연주도 너무도 좋았고, 오르간과 함께 연주한 두 번째 곡도 훌륭했고, 기타와 첼로와 함께 연주한 곡도 좋았고 마지막 곡은 트럼펫과 트롬본과 혼이 함께 연주했다. 오르간 연주 소리는 신비스러웠다. 뉴욕에서 가끔씩 듣는 오르간 연주 정말 좋다. 황홀한 금요일 오후였다.


Carmen Jessica Knoll, Piano/ 학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


FRANZ LISZT En Rêve
FREDRIC CHOPIN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ALEXANDER SCRIABIN Sonata No. 9 "Black Mass"
FRANZ LISZT Sonata in B minor


저녁 6시 역시 같은 장소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봤다. 리스트, 쇼팽, 스크라빈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홀이 천국 같았어. 악보를 전부 외워 연주하니 피아니스트의 대단한 열정이 느껴졌다. Matti Raekallio지도교수님은 왼편 뒤쪽에 앉으셔 제자 피아노 연주를 듣고 계셨다. 장미꽃 다발을 가져온 분도 있고 목발을 짚고 온 젊은 뉴요커도 있고 늘 오시는 할아버지도 보았다.








Elena Ariza, cello; Misha Galant, piano.

Program
Ravel Sonate Posthume
Giovanni Solima Alone

J.S. Bach Toccata in c minor, BWV 911
Mendelssohn Cello Sonata no. 2 in D
Piazzolla Le Grande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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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학교




금요일 오후 1시 콜럼비아 대학에서 첼로와 피아노 공연이 열렸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고 두 학생 모두 줄리아드 학교와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하는 천재들이다. 피아니스트는 재능 많아 보였고 프로그램 보니 3대가 음악가 집안이라고 적혀있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정말 중요해. 집안이 3대째 음악가라면 환경이 보통 가정과 다를 수밖에 없다. 매일 어릴 적부터 음악을 듣고 자란 경우와 아닌 경우는 다를 수밖에 없어.


바흐 토카타는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적 바이올린 지도 교수님 Albert Markov 핸드폰 벨 소리라 문득 교수님이 생각이 났다. 그 무렵 우리 가족은 휴대폰 없이 지냈는데 연세든 교수님이 스마트폰을 들고 계셔 놀랐고 아름다운 토카타 곡이 울려 더 놀랐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탱고 곡을 들으면서 탱고 추는 사람들을 연상했고 몇몇 학생들은 기분이 좋은지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오랜만에 콜럼비아대학 뮤직 디렉터도 뵈었다. 전보다 더 곱고 예뻐지셨어.






금요일 저녁 맨해튼 음대에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려서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연을 보고 걸어서 맨해튼 음대에 갔다. 두 학교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약 5-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오래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료였는데 작년부터 공연 티켓을 구입해야 하니 볼 수 없었는데 오늘 밤 공연은 무료라고 하니 학교 박스 오피스에 찾아가 표를 달라고 하니 티켓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갔나 싶었다. 학교 웹페이지에는 입장권이 있어야 공연 볼 수 있다고 하니 학교에 갔다. 평소와 달리 학교에 도착하자 수위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며 어디에 가는지 물었다. 박스 오피스에 간다고 하니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고 가라고 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그냥 입장해도 되지만 평소 학생들 수업이 있는 동안은 반드시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해야만 한다고 하고. 자주 학교에 가니 내 얼굴을 아는 수위인데도 학교 정책에 따라야 하나 보다. 맨해튼 음대와 달리 줄리아드 학교 수위 검문은 훨씬 더 까다로운데 오늘은 학교 수위가 아주 친절했다.



IMG_9787.jpg?type=w966 금요일 오후 맨해튼 음대 지하 카페에서 한국 수필집 2월호를 읽다.




오후 4시 공연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 맨해튼 음대 지하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한국 수필집 2월호를 읽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적힌 책을 한 달에 한 번씩 받게 되니 행복하다. 맨해튼 고려 서적에 가면 한국어로 쓰인 책을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구입하지 않는다. 뉴욕시 도서관에 가면 요즘은 한국어로 적힌 책을 대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게으른 탓인지 너무 바쁜 탓인지 도서관에서 한국 책을 빌려본 적은 없다.



원래 저녁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줄리아드 학교에서 본 두 개의 공연이 너무나 좋아 맨해튼 음대 공연을 안 보고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호수에 가서 산책을 했다.


벌써 주말이 다가왔다. 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서서히 3월 계획도 세워야 할 시점이나 보다. 정말 빠르다. 벌써 봄이 찾아오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 줄리아드 학교에서 트럼펫 연주를 들을 때 하늘에서 축복이 떨어지는 듯 행복했다. 그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는데 맨해튼을 벗어나 플러싱에 돌아오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곧 다음 달 렌트비도 보내야 하고 새해 인상된 렌트비를 보내야 하니 마음이 무겁다. 날마다 축복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두 자녀 어릴 적 혼자 키우느라 힘들기만 했는데 두 자녀 모두 성장하자 이제 내 시간이 주어져 감사한 마음이 든다.


2. 22 금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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