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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드 예비학교와 첼시 갤러리

행복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다.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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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963.jpg?type=w966 첼시 갤러리




일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빗소리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세상의 우울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매일 뭔가 새로운 일을 찾지 않으면 우울이 날 먹을지도 몰라. 어제 우연히 플러싱 지하철역에서 만난 아들 친구 엄마도 떠오른다. 주말 맨해튼 직장에 출근하는 길이라고 하는 K는 정오 무렵 집에서 출발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오곤 한다. 지난번 날 만났을 때 "뉴욕은 위를 바라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봐도 끝이 없어요."라고 말한 분이다. 어제는 "이리 살다 저 세상으로 가겠어요",라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집과 직장을 왔다 갔다 하며 사니 숨 돌릴 틈도 없어서 여가 생활은 꿈도 꾸지 않은 듯. 우리는 74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 가는 동안 함께 이야기를 했고 날 보자 어디에 가냐고 물어서 첼시 갤러리에 간다고 하니 문화생활도 하시네요,라고 말씀했다. 그녀는 우리 가족보다 몇 년 더 빨리 미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분인데 그분과 난 서로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도 많다. 그분은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막내딸이 대학 졸업 후 대학원 과정을 1년 동안 마칠 예정이라고 하셨다. 기러기 가족으로 한국에 있는 남편이 돈 보내나 뉴욕에서 홀로 두 아들 키운 엄마가 힘들다고 펑펑 울더란 이야기를 하니 "세상에, 남편이 번 수입으로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셨다. 뉴욕에서 지낸 이민자들 삶도 천차만별. 경제적으로 훨씬 더 좋은 상황인데도 힘들다고 하는 분도 있고 혼자 힘들게 돈 벌어서 자녀 교육시키는 분도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혼자 자녀를 키운 입장이 더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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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갤러리 2. 23 토요일 방문






그분과 헤어지고 난 첼시 갤러리에 갔다. 주말 지하철 노선이 복잡해 첼시에 갈지 말지 망설이다 방문했는데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베트남 전쟁에 배트맨을 보내라는 사진도 보며 웃고, 갤러리에서 바느질하는 두 사람도 보고 웃고,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다음 전시회를 위해 준비하는 일꾼이 날 보고 미소를 지어 나도 웃고, 애완견 데리고 갤러리에서 전시회 구경하는 사람도 보고, 휠체어 타고 온 분도 보고, 남자 누드를 자세히 바라보는 남자도 보니 웃음이 나왔어. 파란색 머리카락의 곱슬머리, 털북숭이 남자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궁금하고 화가와 어떤 관계인지도 궁금하고 나 혼자 질문을 던지며 그림을 감상했는데 남자가 남자 누드를 자세히 보더라. 지난주 첼시 갤러리에서 본 예쁜 장미꽃은 이미 시들었는지 안 보이고 그 갤러리는 다음 전시회를 위해 준비 중이었다. 스페인에서 미술 공부를 한 작가 전시회도 봤는데 할머니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어깨에 메고 지팡이 짚고 갤러리에 오니 놀랐어. 또 스웨덴 출신 기자가 미국이 세계 1차 대전에 간섭하는 기사를 직성 해 감옥에 갔다고. 그분이 감옥에서 사용했던 식기가 보였다. 나중 감옥에서 나와 미국을 떠나 다시는 미국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마음 편하게 하는 한국 도자기도 보고 일본 벚꽃 그림도 보며 첼시 갤러리에서 산책하니 기분이 좋았어.


IMG_9914.jpg?type=w966 첼시 스타벅스



갤러리 순례해서 피곤하니 첼시 스타벅스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휴식도 했다. 낯선 음악 들으며 커피 마시며 잠깐 휴식하니 좋았어.


토요일 종일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공연이 열리고 난 첼시 갤러리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요즘 매일 붉은색 옷을 입은 목발을 짚고 온 분도 만나 무얼 하는 분인지 궁금해졌다. 오후 5시경 챔버 뮤직 공연에 지각을 해서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 곡을 놓쳐 섭섭했지만 모차르트, 베토벤, 드보르 작곡을 듣고 저녁 6시 첼리스트 연주를 듣고 저녁 7시 반 예비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했다. 나처럼 3개 공연을 계속 보는 두 노인들도 보고, 목발 짚은 젊은이 역시 3개의 공연을 보더라.


음악 좋아하는 사람은 중독에 걸린 걸까.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은 게 음악이야. 어제 첼리스트 연주는 엄마가 피아노 반주를 하니 더 특별했다. 첼리스트 라스트 네임과 피아노 반주자 라스트 네임이 같아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모녀 관계로 나와. 엄마가 딸 연주 시 반주하면 좋겠어. 사랑하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연주가 좋았어. 어제 들은 챔버 뮤직도 좋아 유튜브에서 찾아 올려본다.








저녁 7시 반 예비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은 늦은 시각이라 약간 고민하며 갔는데 브람스 교향곡 연주가 좋았다. 브람스 곡 정말 좋아.




평소 자주 들을 수 없는 마림바 협주곡 연주도 좋았어. 중국인 음악가 연주였고 어제 바이올린 악장도 중국인이라서 중국의 파워를 느낀다. 중국인 학생들이 갈수록 더 많아.





일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설거지를 하고 커피 마시며 메모를 했다.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긴 뉴욕 타임스는 비를 맞고 있어.

얼른 가져와야겠어.

세탁도 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어.



2. 24 겨울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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