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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포토 갤러리에 가고 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예쁜 북극곰 두 마리를 본 일요일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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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41.jpg?type=w966 트라이베카에 있는 소호 포토 갤러리에서 북극곰 사진을 보다.




하얀 설원 위의 북극곰 두 마리를 봤다면 믿지 않을까. 어디서 북극곰을 봤냐고. 오랜만에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있는 소호 포토 갤러리에 가서 사진전을 봤는데 너무나 예쁜 북극곰 두 마리를 담은 설경 사진이 있었다. 환호성이 나올 거처럼 예쁜 사진. 마치 북극에 간 거 같았다. 그런데 왜 하얀 설원 위 북극곰 사진이 따뜻한지 종일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 새해를 맞이해 최소 1달에 1회 소호 포토갤러리에 가려고 계획했지만 지난 1월 전시회를 놓쳐 버렸고 곧 2월이 막이 내릴 예정이라 마음먹고 방문했다. 월, 화, 수요일 갤러리가 문을 닫으니 자꾸 방문을 미루게 되었다. 일요일 오후 방문했는데 할머니 두 분이 사진전을 보고 계셨다.


트라이베카 지역은 뉴욕에서 탄생한 뉴요커도 지리를 잃어버리기 쉬운 곳. 나 역시 가끔씩 방문하지만 지리가 낯설기만 하고 잘못하다간 헤매고 만다. 그런데 오늘은 헤매지 않고 쉽게 찾았다. 평소와 달리 E 지하철을 이용했다. 74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서 익스프레스 E 지하철에 환승했는데 주말 로컬로 운행하고 승객이 많아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만 하니 힘들어 괜히 환승했나 싶었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려 1호선을 타면 되는데 하면서 속으로 짜증이 났는데 카날 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내리니 소호 포토 갤러리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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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드로잉전



트라이베카에 간 김에 New York Academy of Art에 가서 앤디 워홀의 드로잉전을 우연히 보았다. 앤디 워홀의 반쪽 얼굴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야. 꽤 많은 드로잉이 벽에 걸려 있었고 나를 제외하고 2명의 방문자가 갤러리에 있었다. 앤디 워홀이 그린 믹 재거와 만 레이 드로잉도 보았어. 앤디 워홀이 믹 재거와 가까운 사이였고 만 레이 작품을 모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카페


트라이베카 지역은 여전히 낯설다. 낯선 곳을 그냥 걸었다. 그러다 소호에 갔다. 오랜만에 하우징 웍스 북카페에 방문했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슬펐어. 잠깐 커피를 마시며 휴식하려 했지만 나를 위한 공간은 없었다. 지팡이 들고 온 할머니도 보고 샌드위치 먹으며 헌책을 열심히 보는 할아버지도 보고 젊은 뉴요커들도 보았다. 어쩔 수 없이 계획과 달리 북 카페를 나오고 말았어. 근처 몇몇 갤러리를 잠깐 둘러보았다. 일요일 소호에 젊은이들이 아주 많아 복잡했다. 명품 매장이 아주 많은 소호 모두 쇼핑하러 나온 건가. 맨해튼에서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 찾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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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내가 산책하는 사랑하는 플러싱 호수




일요일 아침 겨울비가 내리다 그쳐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흐린 하늘 보고 몇 바퀴 호수를 돌다 우연히 호수 근처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32년 동안 플러싱 하이 스쿨에서 지구과학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할머니는 애꾸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봄에 호수 공사를 할 예정이라 하니 놀랐어. 아들과 난 전혀 모르는 소식이었다. 오래전 공원에서 일하는 흑인 여직원이 일을 너무 잘하니 크리스마스에 주민들이 선물을 주었는데 지금 일하는 직원들은 일은 안 하고 피자만 먹는다고 하니 웃었다. 낯선 사람이 할머니 집에 들어와 길을 잃었다고 하니 할머니는 무서워 경찰을 부를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몇 번 그 할머니를 호수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교사로 지내다 정년퇴직했다고 하니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무얼 하고 사나 궁금해졌다. 하얀 목련나무가 있는 이웃집은 무얼 하고 살까 늘 궁금하고 너무나 예쁜 하얀 집주인도 무얼 할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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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저녁 무렵 돌아와 아들이 준비한 볶음밥을 감사함으로 먹었다. 감기 기운이 감돌아 브런치는 고춧가루와 파를 많이 넣은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저녁 식사 후 디저트는 딸기 주스를 먹었어.


2월도 며칠 남지 않아 서운하다. 바람 소리가 무섭게 들려온다. 누굴 잡아가려나. 트럼프를 잡아가나.



2. 24 거센 바람이 부는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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