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수 Mar 02. 2019

영화 같은 하루를 보낸 어제/ 카네기 홀, 모마 외

뉴욕 3월의 첫날 아침 하얀 눈이 내렸어. 

3월의 첫날 아침 창밖을 보니 하얀 눈이 쌓여 있고 이웃들은 차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고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하얀 눈으로 덮인 지상을 바라보니 대학 시절 봤던 영화 <닥터 지바고>가 문득 떠오른다.


3월 첫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노란 유자차를 끓여 테이블로 가져왔다. 여행사에서는 세일 항공권 구입하라고 연락이 오고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현실이 날 꼭 붙잡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어제도 마법의 성 맨해튼에 갔다. 어제는 마법의 가루를 많이 마셨나. 몸에 하얀 천사 날개가 돋아났어. 하얀 천사 날개를 달고 맨해튼에서 날았다. 불과 13시간 만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한 거야. 맨해튼과 플러싱과는 꿈과 현실처럼 극과 극으로 대비가 되는 것도 놀랍다.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하고 시내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이웃집 목련 나무 바라보며 언제 목련꽃 피나 생각에 잠기고 새들의 합창도 들으며 파란 하늘 바라보니 행복이 밀려왔다. 지각한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지하철역에 가서 로컬 7호선에 탑승하고 맨해튼에 갔다.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 들려 저녁 공연 티켓 한 장을 구입하고 룰루랄라 하면서 신나게 뛰어다녔어. 



맨 앞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Jonathan Biss







카네기 홀 Orchestra of St. Luke’s 공연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Orchestra of St. Luke’s 공연이 열렸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로컬 오케스트라 공연이고 가끔씩 보러 가는데 어제 공연 아주 좋았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려던 영국 피아니스트 Paul Lewis는 팔 부상으로 연주할 수 없어서 커티스 음악원 졸업한 피아니스트 Jonathan Biss로 대체되었지만 연주가 훌륭했다. 갑자기 변경된 스케줄인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외워서 연주하니 놀랍기만 했고 오랜만에 영국 피아니스트 연주 보려다 공연이 취소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할 수 없지.




 우연히 쉬는 시간에 중국인 시니어 벤자민을 만났다. 누가 날 불러 고개를 들어보니 벤자민. 어제 그분은 뉴저지에 사는 친구랑 오셨다. 내일부터 카네기 홀에서 빈 필하모닉 공연이 열리고 벤자민과 난 몇 번 공연을 볼 것인지 서로 이야기 나누다 4번 모두 공연 보는 것은 상당히 힘들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3월 카네기 홀에서 좋은 공연이 많이 열리나 매일 공연 보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어제 만난 카네기 홀 직원도 빈 필하모닉 공연 보러 올 거냐고 물었다. 



카네기 홀 직원이 꽃다발을 주더라. 



 메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Ying Fang(Soprano)



어제 메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Ying Fang(Soprano)가 예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카네기 홀 무대에 올랐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카네기홀에 울려 퍼지자 봄바림이 살랑살랑 부는 느낌이 들고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라일락꽃 향기 휘날리는 봄이 곧 올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쉬는 시간 고개를 돌려 누가 왔다 보니 내 뒤편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아빠가 보였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들은 만화책을 즐겁게 보고 있었다. 공연이 막이 내리자 서둘러 나올 무렵 어린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어린 나이는 클래식 음악 감상이 즐겁지는 않겠지. 



어제 오후 4시에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17회 쇼팽 콩쿠르(2015)에서 동상을 수상한 중국인 피아니스트 Kate Liu, Piano 공연. 


JOHANNES BRAHMS Four Ballades, op. 10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 31 in A flat major, op. 110
SERGEI PROKOFIEV Piano sonata no. 8 in B-flat major, op. 84


줄리어드 학교에 도착 수위에게 검사를 맡으려고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가 새치기를 하려고 하자 수위가 내 뒤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내 앞에 서 계신 두 분 할머니 핸드백에는 뉴욕 시티 센터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서 공연을 자주 보러 가나보다 짐작했다.


브람스와 베토벤 곡은 즐겁게 감상했지만  프로코피예프 곡은 케이트 피아니스트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고 소개도 했지만 이해가 쉽지 않았다.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내 앞줄에 앉아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은 피아노 연주가 즐겁지 않은지 뒤를 돌아보니 나랑 눈이 마주쳐 웃었어. 젊은 엄마는 휴식 시간 어린 자녀 두 명을 데리고 떠났다. 


저녁 6시 역시 폴 홀에서 공연이 열렸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 가운데 인기 많고 미리 표를 받아야 하는 Liederabend. 소프라노와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행복이 밀려왔어. 공연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왔지만 쉐릴 할머니는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맨해튼 미드타운 고음악이 열리는 교회 /325 Park Ave. 




오후 1시 15분 맨해튼 미드타운 교회에서 고음악 공연을 봤다. 고음악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봐야 할 너무나 좋은 공연. 입장료는 없고 기부금을 내면 된다. 교회 내부도 너무나 아름다워 영화 같은 곳. 꽃향기 가득한 교회에서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 보면서 고음악을 감상했다. 소프라노가 캐스터 너츠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니 마치 댄스를 추는 듯 연상이 되었다.











모마 미로 특별전 




미드타운에서 공연을 보고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 공연까지 넉넉한 시간이 남아 무얼 할지 고민하다 오랜만에 모마에 가서 스페인 작가 미로의 전시회를 보았다. 피카소와 달리와 더불어 명성 높은 스페인 작가 미로.

며칠 전 모마 3층에서 미로 전시회가 오픈했고 방문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스페인 작가 미로의 작품을 보면서 왜 한국이 떠올랐는지 몰라. 한국 전통 가면 느낌이 든 작품도 보고 파란색 빨간색 보니 한국 태극기가 연상이 되었다. 다음에 또 미로 전시회 볼 기회가 남아서 잠시 머물다 모마를 떠났다. 맡긴 가방을 찾으러 가니 한국어 구사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였다. 예쁜 장미꽃 다발을 들고 모마에 왔더라. 







Abraham Lacalle: Recent Works



맨해튼 미드타운 Marlborough Gallery/David Rodríguez Caballero: Alchemy in Motion



또 어제 미드타운 카네기 홀 근처에 있는 갤러리에 가서 스페인 출신 작가 두 명의 전시회도 보았다. 철을 종이처럼 주무르니 마법사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각가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다른 한 명은 컨템퍼러리 작가. 


어제도 맨해튼에서 4개의 공연을 보고 모마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봤으니 꿈같은 하루였지만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지하철역에 가는 순간 마법은 사라지고 만다. 늦은 밤에도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빈자리는 없고 서서 탑승해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로컬 7호선에 환승. 밤에도 승객이 많아 너무 복잡하고 플러싱에 도착하면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어제도 몹시 추운 날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서 홈리스를 만나고 젊은 남자들을 추근거리는 중년 중국인 여자도 보고 꽤 많은 사람들이 시내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홈리스는 괴성을 질러 모두 무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젊은 남자를 추근 거리는 여자는 가끔 같은 자리에서 만나곤 하는데 과거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도 하다. 추운 겨울날 아주 얇은 스타킹을 신은 그녀는 가벼운 외투 차림이었다.


하얀 눈 내린 3월의 첫날 아침 목련나무는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난 예쁜 목련꽃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래층 할아버지는 뭐가 좋은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신나는 일이 많은가. 





3. 1 금요일 아침

하얀 눈 지상에 쌓였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