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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16. 2019

바그너 <라인의 황금> 오페라, 낯선 여행객들 만나고

북 카페, 메트 오페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온 가수 노래 듣고 

금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오후에 봄비가 온다나. 하늘에 비행기 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어릴 적 하늘에서 비행기 보면 가슴이 뛰곤 했는데 이제는 예전과 다르다. 가끔씩 항공기 추락 사고가 들려오니 예전과 다른가 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연쇄 총격사건으로 49명이 숨지고 수 십 명이 다쳤다고 하는데 매일 눈 뜨면 공포스러운 뉴스에 질식할 거 같아. 


언제 어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몰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게 나의 몫 같아. 운명의 신이 날 뉴욕에 데리고 왔고 또 언제 어디로 운명의 신이 데려갈지 모르니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오페라라도 가끔 보려고 한다. 





바그너 <라인의 황금 > 오페라 보러 갔어.



아름다운 링컨 센터 분수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어제저녁 8시부터 밤 10시 반 사이 바그너 <라인의 황금> 오페라를 봤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오페라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산업 혁명 후 물질과 권력에 집착하는 사회를 묘사한  <라인의 황금> 오페라는  <니벨룽의 반지> 전야제 작품이고  보통 오페라는 사랑이란 주제를 묘사하니 바그너 오페라가 다르게 느껴졌다. 


어제저녁 드디어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오페라에 입문했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벤자민 등 바그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난 바그너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바그너 오페라가 인기 많은지 빈자리는 없었고 8시 오페라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해 여자 화장실에 갔는데 남자 화장실 줄이 아주 길어서 놀랐고 세상에 태어나 남자 화장실 줄이 여자 화장실 보다 더 긴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알고 보니 오페라 보는 동안 휴식 시간이 없었다. 2시간 30분 동안 휴식 시간 없이 오페라 보는 것도 생에 처음. 노인들은 휴식 시간 없이 오페라 보는 게 상당히 힘들 텐데 특별한 밤이었다. 물질과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삶은 바그너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링컨 센터 지하철역




밤늦은 시각 오페라가 막이 내리고 지하철역에 가니 막 1호선이 떠나 링컨 센터 지하철역은 텅텅 비어 조용했고 타임 스퀘어 역에 내려 플러싱에 가는 로컬 7호선을 탔다. 백발 할아버지는 뮤지컬을 봤는지 플레이 빌지를 가방에 담고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듯 보인다. 젊은이들은 휴대폰을 더 보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페이스북을 읽거나 등. 



70대 쉐릴 할머니 공연 기록 노트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 무료 공연 열리는 링컨 센터. 공연 인기도에 따리 빈자리 찾기 어려워 일찍 도착해 기다리면 좋다. 




오페라 보러 가기 전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 갔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무료 공연이 열리고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공연을 사랑하는 쉐릴 할머니를 만났다. 무척 오랜만이라 할머니가 반가워했다. 날 보자마자 할머니 노트를 펴고 무슨 공연이 열리는지 확인을 했다. 마사 그라함 댄스도 보러 간다고, 트라이베카에 재즈 공연도 보러 가고, 말할 것도 없이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공연 소식도 들어 있다. 너무너무 많은 공연이 열리는 뉴욕. 난 점점 폭을 줄이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고 재정적인 한계도 많으니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무료 공연을 보는 편이다. 










리스본에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공연이 좋았어. 




어제 공연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온 가수팀이었다. 할머니는 내게 포르투갈에 여행 갔는지 물었지만 그곳에 간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했다. 여행과 음악을 사랑하는 할머니도 스페인에는 방문했지만 리스본에 간 적은 없다고. 링컨 센터에 포르투갈 가수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음악이 흐르면 분위기가 변한다. 잠시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 8시 오페라 시작하니 난 7시 45분까지 노래를 듣다 메트에 오페라를 보러 갔다.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어제도 5번가 미드타운 북 카페에 갔다. 다양한 사람들 만나 이야기 듣는 게 책 읽기보다 더 좋은 거 같아. 뉴욕에 여행 온 사람들도 많고 어제는 브라질에서 온 젊은 커플을 만났다. 긴 머리 스타일의 젊은 남자는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남자는 영어를 구사하고 여자는 영어 구사가 안 되고. 매년 뉴욕에 여행 와서 뮤지컬을 보고 뮤지엄에 간다고. 어제 그 커플은 북 카페에서 수프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떠났다. 


타임 스퀘어 뮤지컬 할인 티켓 파는 곳 


북 카페에서 나와 링컨 센터 가는 지하철 타러 가는 중 낯선 할머니가 길을 물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가려고 극장을 찾다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하니 가이드가 되어버렸다. 곧 The Band's Visit 뮤지컬이 막이 내리는데  TDF회원이라 할인된다고 연락이 와서 뮤지컬 보러 간다고. 그래서 티켓 가격이 얼마냐 물으니 50불 주고 샀다고. 평소 150불 정도라 부담되어 안 봤는데 곧 막이 내리고 할인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니 기분 좋아 보러 간다고. 뉴욕 노인들은 뮤지컬과 오페라 등 공연을 정말 사랑한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점이다. 아들과 나도 수년 전 가끔 뮤지컬 보러 갔는데 요즘 거의 안 보는 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자주 안 보는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 50불 티켓이면 오페라 두 편 보겠어. 





뉴욕은 늘 여행객이 많아 도로가 복잡하다. 봄이라 더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고/ 타임 스퀘어 근처 



뉴요커가 사랑하는 치즈케이크 전문점 인기 많아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하고 1호선 지하철역 찾는데 도로에 여행객들이 아주 많아 복잡했다. 여행하기 좋은 봄이라 점점 더 많은 여행객이 뉴욕에 밀려오고 있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주니어스 치즈케이크 숍 근처에서 여행객을 보고 애플비 레스토랑 근처에서 1호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어제 아침 글쓰기를 하고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중 중국어를 구사하는 젊은 아가씨들 5명을 보았다. 그들은 뉴욕에 여행 온 눈치였다. 젊고 발랄할 아가씨들이 중국어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것 보니 나의 대학 시절도 떠올랐다. 아름다운 청춘이 빛나던 시절 그때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는가. 세상은 온통 어둠 속이었지만 언제나 꿈을 꾸었다.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하고 빈 시간에 동아리반에 가서 클래식 기타 연습하고 매일 아르바이트하니 너무너무 바빴고 집에는 밤늦게 돌아가고 빈둥빈둥 보낼 시간이 없었다. 가끔은 친구들 만나 슬픈 이야기도 듣고 너무나 예쁘고 총명한 대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대학 시절 세계 여행하는 꿈을 꾸었지만 먼 훗날 지구촌 여행할 거라 생각도 못했고 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뉴욕에서 살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니 보통 사람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항상 좋은 시절만 있는 것은 아니고 안 좋은 시절도 좋은 시절도 있는 게 삶이라고. 안 좋은 시절은 모험과 도전을 하게 된다고. 


우리 가족이 그렇다.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세계의 중심지 뉴욕에 와서 살고 있는데 무얼 하루아침에 이루겠는가. 여기서 태어나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힘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도 힘든데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40대 중반에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뉴욕에 왔다. 너무나 특별한 길을 천천히 천천히 걷고 있다. 여기서 태어난 상류층과 특권층 일부도 자녀들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을 저지르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낯선 언어와 힘든 싸움을 하며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중. 뉴욕에 아는 사함 단 한 명도 없는데 얼마나 무한 도전이겠는가. 언어만 같아도 괜찮을 텐데 낯선 언어는 괴물이야.


힘든 중고교 과정을 외국어로 공부하며 힘든 세월 보냈던 두 자녀. 뉴욕에서도 상류층 자녀들은 가정교사와 공부를 하고, 낯선 괴물 영어로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서 공부했던 두 자녀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낯선 외국어로 대학원 공부했던 나. 내 공부도 죽음처럼 힘드니 두 자녀 교육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살림하고 두 자녀 학교에 픽업하고 매일 수업 준비하고 수업 듣고 시험 보는 것만으로 지옥의 트레이닝이었다.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얼마나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는가. 우리 가족은 모험을 하고 있다.  

  


새들의 합창 들려오는 금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하면서 글쓰기를 마쳤다. 이제 빨래를 가지러 갈 시간. 





3. 15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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