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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18. 2019

에쿠아도르에서 온 조각가 만나고, 공연 보고, 산책하고

카네기 홀 공연 너무 멋져 황홀한 일요일 오후를 보냈어.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일요일 아침 불덩이 같은 몸이라 꼼짝 하기도 싫었지만 억지로 움직였다. 노란 유자차를 끓여 마시고 글쓰기를 하고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감기 몸살 기운은 머리 회전력도 제로로 만드는지 그제야 메트(오페라)에서 오후 1시 바그너 오페라 특별 이벤트 예약했던 게 기억이 났지만 오후 2시 카네기 홀 공연 시간과 겹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무리하지 않고 싶어서 카네기 홀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다. 


공연이 열리는 시각까지 약간 넉넉한 시간이 남아 카네기 홀 옆에 있는 마트에 가서 핫 커피 한 잔 사서 2층에 올라갔는데 놀랍게 일요일 오후 마트에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니 내가 앉을 테이블은 없고 전망 좋은 창가 옆 코너 빈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옆 자리에 앉은 낯선 남자가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에쿠아도르에서 온 아티스트 조각가였다. 수년 전 뉴욕에 와서 랜드 마크 빌딩 보수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남미는 내게는 너무나 낯선 곳. 뉴욕에서 에쿠아도르에서 온 사람을 만나 이야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카네기 홀에 공연 보러 간다고 하자 남미에서 온 조 아티스트는 프릭에 대해 아냐고 물으며 앤드류 카네기와 헨리 클레이 프릭과 사이가 아주 안 좋은 관계라고 해. 나도 그 점에 대해선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이 프릭이 원래 아트가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돈이 너무 많고 당시 돈 많은 사람들이 아트 수집에 열광하자 프릭도 아트 수집을 하게 되었다고. 서부 LA를 대표하는 The Getty 뮤지엄도 돈 많은 석유 재벌 폴 게티가 설립했는데 폴 게티 역시 아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니 웃었다. 아트 책에서 게티 뮤지엄에 대해서 본 적은 있지만 폴 게티가 아트에 대한 지식이 꽝인 줄 처음 알았다. 프릭은 아트에 대해 모르나 J.P Morgan이 아트 수집에 열정적이고 모건이 수집했던 작품을 파는 아트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구입했다는 것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조각가 Joe가 뉴욕 랜드 마크 보수 공사를 한다고 하니 오래전 해외여행할 때 만난 한국 인간문화재도 생각이 난다. 약 20년 전 한국 사찰 단청 작업을 한다는 인간문화재와 함께 여행했는데 그분이 오래오래전에는 떠돌이 장사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돈도 없고 무척 가난했는데 어느 날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니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다고 해서 놀랐다. 


카네기 홀 옆에 있는 마트는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 가끔씩 들려 커피 사 마시는 곳이고 스타벅스 보다 커피값이 더 저렴하니 좋다. 일요일 오후 뜻밖에 에쿠아도르에서 온 아티스트를 만났다. 아티스트는 점심을 먹고 떠나고 난 햇살 좋은 센트럴파크에 잠깐 산책하러 갔다. 















햇살 좋은 봄날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다.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이니 센트럴파크가 그리웠다. 불덩이 같은 몸으로 공원에 가니 찾아와 줬다고 날 환영하는지 새들의 합창도 들어서 기분이 더 좋았고 아름다운 햇살과 마차들의 행렬 보면서 행복했다. 영화처럼 그림처럼 예쁜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카네기 홀 Distinguished Concerts Orchestra and Distinguished Concerts Singers International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갔다. 오래전부터 프로그램을 보고 공연이 열리는 줄 알았지만 가장 저렴한 티켓값이 20불이라 구입하지 않다가 어제 오후 카네기 홀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10불로 가격이 인하되어 약간 망설이다 구입하러 갔다. 10불짜리 티켓도 공연이 좋으면 저렴하고 만약 공연이 형편없으면 아주 비싸단 생각이 든다. 공연을 봐야 좋은지 안 좋은지 알기 때문에 망설였는데 합창 공연이 너무 좋아 감격스러웠다. 수 백 명이 다 함께 부르는 합창이 그리 좋으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저렴하니 발코니 석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카네기 홀에 가니 드레스 서클로 내려가라 하니 더 좋은 좌석에 앉아 아름다운 합창 공연을 들으니 하늘에서 천사들의 합창이 들려오는 것 같아 아픈 몸이 회복되어버렸다. 음악의 효과가 정말 놀랍다. 오케스트라 단원 연주도 너무나 좋아 프로그램 보니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출신이라고. 카네기 홀 공연 티켓이 팔리지 않은 경우 아주 가끔 세일을 하는 눈치다. 지난번 안네 소피 무터 공연 역시 티켓값이 내려간 줄도 몰랐는데 중국인 시니어 벤저민이 내게 가격이 인하되었다고 말해서 알았다.













소더비 경매장 




카네기 홀에서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나와 지하철역에 가서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에 가려고 Q지하철에 탑승했는데 카네기 홀 공연 프로그램을 든 중년 부부 2쌍이 어디서 식사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부부끼리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함께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가니 아름답게 보였다. 


소더비 경매장에 도착 직원에게 가방과 외투를 맡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라갔다. 중국 미술전이 열리고 중국 사람들이 아주 많고 일부는 백인들도 보였다. 도자기를 구입하려는지 작은 손전등으로 자세히 도자기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도자기 깨면 수 만불 배상해줘야 하니 조심스럽겠지. 아주 젊은 남녀도 보여 돈 많은 귀족들 집안 자제이든가 아니면 능력 많은 성공한 사람이겠지. 세상의 부자들 잔치집에 구경하러 갔어. 


소더비 경매장에서 나와 지하철을 탔는데 퀸즈에 가는 익스프레스 F 지하철은 늘 승객이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는데 다른 지하철 칸과 달리 빈자리가 있게 보여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알고 보니 홈리스가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박박 긁고 있으니 옆에 있는 남자가 쳐다보았다. 악취는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 그대로 앉아 얼른 지하철에서 내리길 바랬다. 74 브로드웨이 역에서 내려 플러싱에 가는 7호선에 탑승하니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진동하게 만드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내 왼쪽 옆에 앉은 남자는 여자의 은밀한 부분을 손으로 만지는 사진을 보고 있고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한국어 뉴스를 보니 한인이라 짐작하고. 마침내 플러싱에 도착해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기사는 함흥차사. 바람은 심하게 불고 기사가 오기를 기다렸어. 맨해튼에서 황홀한 오후를 보내고 기분이 좋았는데 플러싱에서 오래오래 시내버스를 기다려 내 기분은 그네 타기를 했어. 늦게 늦게 나타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 얼른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아들과 이야기를 했다. 어제 맨해튼 음대에서 공연 봤다고 하면서 혹시 네가 공부할 때 수업했던 교수님 아닌가 모르겠다고 하니 정말 그런다고 해. 어제 색소폰 연주를 했던 교수님께 아들이 음악 이론과 청음 수업을 배웠다고. 음악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론 수업은 하기 싫어한다고. 


식사 후 휴식을 하다 늦은 밤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달빛 비추는 아름다운 호수를 보며 몇 바퀴 돌다 왔다. 밤하늘에 별과 달이 소곤소곤 속삭이고 아름다운 밤이었다. 불덩이 같은 몸으로 여기저기 움직였구나.



3. 17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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