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학교 첼로 & Vocal Arts Honors Recital
어젯밤 예쁜 빗방울 소리 들으며 잠을 청했다. 금요일 아침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유리창에 빗방울 맺혀 있다. 아직도 몸은 불덩이 같아 두 번째 유자차를 마시며 글을 쓰려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아침에 일어나 일본 모자 디자이너가 보낸 이메일을 읽고 웃고 말았다. 어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어제 그녀의 초대로 맨해튼 헬스 키친(Hell's Kitchen)에 있는 그녀 아파트에 갔다. 어제도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 걷기도 힘들었고 몹시 피곤했는지 매일 맨해튼에 가는 난 그녀의 아파트와 반대 방향으로 걷다 10th Ave. 표지판이 보이자 그제야 나의 실수를 알아채고 반대 방향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했지만 약속 시간에 늦고 말았다. 그녀는 8th Ave. 에 살고 있었다.
6시에 그녀 아파트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그녀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3명이 함께 탑승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지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 눈치로 보아 그 아파트에 사는 청년 같은데 가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작동했지만 4층에 멈추고 말았다. 청년은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하면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다. 나도 그를 따라 나왔다. 약속 시간에 몇 분 늦어 마음은 급한데 엘리베이터까지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나 17층에 사는 그녀 아파트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없고. 잠시 후 청년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남자와 이야기를 했고 뒤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니 우리는 함께 탑승했다. 가끔 맨해튼 낡고 오래된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사고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불안했지만 어제 그 청년 이야기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25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무사히 엘리베이터에서 살아남았어.
잠시 후 그녀가 사는 17층에 도착. 그녀 아파트 문은 날 위해 열려 있었다. 그녀와 함께 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공연을 보자고 연락하니 그녀 집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 보러 가자고 해서 그녀 집에 갑자기 가게 되었다. 그녀 집에 도착하자 그녀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녀 고양이와 인사를 했다. 그녀와 산지 20년 이상되었다고 들었다. 그녀 고양이 사진을 찍어 고양이에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고양이는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보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했다. 그녀가 준비한 덴뿌라를 함께 먹고 일본 티와 초콜릿까지 먹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지인 초대로 플로리다 팜 비치(Palm Beach)에 가서 9일간 머물다 그제 뉴욕에 도착했다고 말하며 부자 사람들은 그곳에 다 있더라고 하니 웃었다. 이어서 말하길 부자 사람들 삶은 너무나 다르다고. 그녀에게 라커 펠러 센터 아이스쇼 사진을 보여주니 다음에 함께 보러 가자고 말하며 내게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 자주 가냐고 물어서 럭셔리 백화점이라 가지 않는다고 하니 쇼윈도가 너무너무 예쁘다고. 나도 맨해튼 부자들이 이용하는 백화점 안에 들어가기 눈치 보이지만 백화점 쇼윈도는 너무 예뻐 자주 본다고 말했다.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 디자이너가 만든 쇼윈도는 예술품 자체다. 반드시 첼시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만 예술품이 아니지. 내게 유니클로 아냐고 물어서 안다고 하니 유니클로 사장이 일본 시골 출신인데 처음에 아주 작은 가게를 열어 성공했다고. 유니클로 옷이 아주 저렴한데 5번가 모마 근처에 큰 매장이 있고 어찌 그 비싼 렌트비 내고 운영하는지 놀랍다고 하자 유니클로 사장이 시골 출신이라 맨해튼 5번가 매장을 두고 싶어 한다고.
링컨 센터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그녀 아파트에서 링컨 센터까지 걸었다. 비바람이 너무 심하게 부니 우산을 접었다. 도저히 우산을 쓸 형편이 아니었다. 마침내 우리의 목적지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 도착했는데 그녀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며 나 먼저 들어가라고 했는데 입장권에 적힌 좌석을 보니 하필 무대 바로 앞쪽 두 번째 줄. 어제 공연은 무료. 무료 공연인 경우 아주 좋은 좌석에 앉게 되는데 무대랑 너무 가까우면 마음이 불편하지만 참고 앉아 그녀를 기다렸는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아름다운 슈베르트 곡을 감상했다. 휴식 시간에 자리를 옮겼다. 그녀에게 어디에 있는지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없고. 홀 뒤편으로 자리를 옮겨 뒤를 돌아보니 줄리아드 학교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학위 중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여. 링컨 센터와 줄리아드 학교는 사진 촬영 금지라 사진을 담을 수 없다.
혼자서 공연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말할 것도 없이 3차례 환승했고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기다리니 힘들었다. 날씨는 춥고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시내버스에 탑승하니 난방이 들어와 천국 같았어. 시내버스가 집 근처에 곧 도착할 거 같으니 행복이 밀려왔다. 몸이 너무너무 안 좋으니 몹시 힘들지만 맨해튼에 가면 새로운 세상에 노출되니 참고 외출하곤 하는데 어제는 멀리서 집이 보여도 행복했다. 이제 푹 쉬려고 하는데 일본 디자이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공연 앞부분만 보고 소프라노 공연을 안 좋아해서 먼저 떠났다고. 그런데 오늘 아침 그녀가 보낸 이메일을 보니 그녀 시력이 안 좋아 좌석표를 잘못 읽어서 뒤편에 앉았다고. 홀에서 전화가 연결이 안 되었다고.
어제 오후 집에서 브런치를 먹고 맨해튼에 가려고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문득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공연 함께 볼 거냐고 물었다.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공연 볼 때 만났고 메트에서 오페라 볼 때도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내게 좋은 공연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말해서 어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저녁 시간이 비웠다고 하면서 그녀 집에서 식사하고 공연 보러 가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소더비 경매장과 크리스티 경매장 전시회를 봤냐고 물어서 아시아 미술전 봤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제 오후 줄리아드 학교 첼로 리사이틀을 보러 일찍 출발했고 4시가 되기 전 학교에 도착해 수위에게 가방 검사를 맡고 안으로 들어가 첼로 선율을 들었다. 중국 학생 연주였는데 전에도 그 학생 연주를 봤는데 연주가 좋아 인상에 남았고 또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첼로 대회에서 첫 번째로 연주했는데 기대와 달리 대회에서 그 학생은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객석에 앉은 내 마음이 더 답답했다. 어제 프로그램 보니 학생 지도교수가 내가 샤갈이라고 이름 붙인 첼로 교수님 K. 대개 지도교수님은 제자 연주를 보러 오는데 어제 K 교수님이 안 보여 이상하다 했는데 내 뒤를 돌아보니 바로 내 뒤에 앉아계셨다. 어제 날씨에 듣기 좋은 브람스 첼로 소나타를 연주했고 며칠 전 맨해튼 음대에서도 들었던 아름다운 곡을 첫 번째로 연주했다. 날씨에 따라 더 듣고 싶은 곡도 더 먹고 싶은 음식도 있다. 어제 브런치에 김치찌개 준비하니 아들이 비 오는 날 먹기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차이코프스키 곡도 너무 아름다웠다.
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을 보고 일본 모자 디자이너 집에 가는 중 반대 방향으로 길을 걷다 지각하고 말았다. 평소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은 편이다. 두 자녀가 10년 이상 바이올린 특별 레슨을 받으니 저절로 몸에 붙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레슨 받기 위해서는 약속 시간 5분 전에 도착해 기다린다. 몇 주 전 찾아온 감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불덩이 같은 몸으로 매일 맨해튼 나들이를 하고 있다.
3. 22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