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학교 피아노 대회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어 너무너무 추운 날. 감기 몸살로 시름시름 아픈데도 맨해튼에 갔다.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대회(Piano Competition Finals)가 열렸고 참가 학생들이 연주할 곡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다섯 명의 학생들이 무대에서 라벨 곡을 연주했고 그 가운데 중국인 학생이 4명이나 되니 중국의 파워를 느낀다. 피아노 대회가 열린 폴 리사이틀 홀도 가득 찼다. 일반인도 피아노 대회를 볼 수 있으니 음악 애호가들이 찾아와 피아노 연주를 감상한다.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쉐릴 할머니도 친구 앤과 함께 오셨다.
자주 가는 폴 홀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학생들 연주가 너무 좋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내 귀에 두 번째 학생 연주가 가장 좋았지만 줄리아드 학교 대회에서 내가 우승할 거라 짐작한 학생이 번번이 우승을 하지 않아서 오늘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우승한 학생은 나의 짐작과 일치했다.
지난번 맨해튼 음대에서 열린 피아노 대회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감상했는데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난다. 점점 라벨의 곡에 빠져들어가는 나.
쉐릴 할머니는 두 번째 학생 연주까지 듣고 모세 홀로 내려가 비올라 마스터 클래스를 감상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으로 활동하는 Paul Silverthorne의 마스터 클래스. 난 피아노 대회 휴식 시간 궁금해 모세 홀에 가서 잠깐 비올라 연주를 들었다.
비올라 연주보다 피아노 대회가 훨씬 더 좋아 바로 폴 홀로 올라와 라벨 곡을 감상했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은 달빛 아래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들어도 좋기만 했다.
금요일 오후 5시 반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 맞은편에 있는 아메리칸 포크 아트 미술관(American Folk Art Museum)에서 포크음악 공연이 열려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결과를 보고 미술관에 가서 잠깐 포크음악을 들었다. 언제나 미술관 입장료는 무료. 금요일 오후 미술관에서 전시회도 보면서 와인도 마시면서 음악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고. 와인은 기부금 5불이라 적혀 있었다. 누군 백합 꽃다발을 가져와 미술관에 백합꽃 향기 가득하니 더 좋았다.
3월 말경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 특별전이 막이 내려 오늘 꼭 방문하려고 했는데 내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렸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했다. 금요일 저녁 7시부터 기부금 입장이라 늘 금요일에 방문하는데 다음 주는 바쁠 거 같으니 앤디 워홀과 나의 인연은 없는지. 평소 미술관 입장료가 25불이나 하니 너무너무 비싸서 어찌 방문하겠어. 뉴욕에 미술관도 너무너무 많아서 방문도 못하는데 비싼 입장료 내고 가긴 너무 어렵지. 아쉽지만 어떡해. 오래전부터 앤디 워홀 특별전 포스터를 보고 막이 내리기 전 꼭 가야지 하며 자꾸 미뤘는데 결국 가지 못하게 되었어. 미루면 안 되겠어.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하고 식사하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가려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감기 몸살이라 포기하고 집에서 책을 읽었다.
매달 한 번씩 보내온 <한국수필 3월호>를 며칠 전에 받아 읽기 시작했다. 맨해튼 고려 서적에서 한국소설과 시집을 판매하나 너무 비싸니 구입하기도 어렵고 도서관에 한국 책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뉴욕에서 유일하게 읽은 한글로 적힌 한국 수필집이 반갑다. 우리에게 '인연'으로 잘 알려진 피천득 수필가가 보스턴에서 머물 적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매주 금요일 본 것을 한국 수필집에서 우연히 읽었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티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뉴욕에서 분위기 좋은 장소 찾기도 쉽지 않고 집에서 읽는 것도 감사한 마음이다.
뉴욕 시립 발레와 메트(오페라) 등 수많은 곳에서 레터가 날아온다. 모처럼 빨리 집에 돌아와 휴식을 하니 컨디션이 더 좋아져 살 거 같아. 역시 휴식은 중요하다. 지난 월, 화, 수요일 매일 밤 자정에 들어오니 몸이 죽어갔다. 벌써 자정이 되어가네.
3. 22 금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