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첼로 마스터 클래스
지난 화요일(3월 19일)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이 있는 보스턴이 자랑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그날 르네 플레밍이 무대에 오른다고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뉴욕도 일부는 명성을 보고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 짐작이 된다.
1959년생 르네 플레밍은 어찌나 고운 몸매던지 감동적이었다. 곱고 고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카네기 홀 무대에 올라 슈트라우스 곡을 불렀다. 앙코르 곡은 뭔지도 모르나 훨씬 더 좋아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일본계 이민자 수잔을 만나 서로 반가워했다. 예일대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졸업했던 수잔. 한동안 많이 아팠다고.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친구 하피스트 공연이니 보러 왔다고. 혹시 친구가 무료 공연 티켓 주지 않은지 묻자 카네기홀은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무료 초대권을 주지 않는다고. 뉴욕은 너무너무 복잡하니 조용한 예일대 클럽에 가서 일하는 수잔. 미국 영주권이 있으나 시민권은 신청하지 않는다고 해 이유가 뭐냐 물으니 일본 시민권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도 많고 미국 시민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험하니 그런다고. 남자 친구가 이탈리아 사람인데 트럼프 정권이라 위험하니 미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 웃었다. 참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좋았다.
음악 사랑하는 중국인 벤저민 부부도 만났다. 지난주 토요일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을 러시 티켓 사서 봤다고 하니 놀랐어. 대개 뮤지컬 러시 티켓은 주말에 판매하지 않은데 아마도 다음 달이 세금 낼 시즌이라 뉴욕 시민들이 3월이 가장 힘들고 그런 사정이 비즈니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뮤지컬 러시 티켓은 가장 저렴해도 1인 40불이나 하니 보통 사람들이 보기 어려워. 메트에서 바그너 오페라도 봤지만 바그너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벤자민도 지난번 봤던 바그너 오페라 <라인의 황금> 오페라가 별로 였다고 말했다. 나도 올해 처음으로 봤던 바그너 오페라가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고 다만 바그너 오페라가 다른 오페라와 다른 점만을 느꼈다. 세상과 사회를 묘사했던 바그너 오페라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가 다른 점이다. 벤저민은 내게 잭슨 왕(Jackson Wang) 아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말했다. 난 점점 노인이 되어가나. 젊은 가수들 노래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
맨해튼 돌아다니면 가끔씩 만나는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도 오셨다. 작년엔가 요나스 카우프만 공연 때도 만났는데 그분도 성악 공연을 아주 사랑하는 눈치다. 크리스티 경매장과 링컨 센터 축제에서도 가끔씩 만나니 얼굴만 안다. 언제나 양복을 입고 오니 젊을 적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나 아직 그분과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러시아에서 20년 전 이민 온 여자 과학자도 만나고 맨해튼에서 일하다 해고되어 지금은 문화생활한다고.
그날 오전 북 카페에 가서 잠깐 쉬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려고 타임 스퀘어를 지나치다 "트럼프가 내 마리화나 피었어요"라고 종이에 적은 세 명의 홈리스들도 보고 웃었다. 타임 스퀘어는 언제나처럼 여행객들이 아주 많고 관광버스와 노란 택시가 달리고. 뉴욕은 마리화나 합법화하려다 예산 부족으로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화요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오후 4시 첼로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스웨덴 첼리스트 Frans Helmerson Master Class. 매년 줄리아드 학교에서 그분 첼로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올해는 미리 티켓을 받지 않아도 되니 더 좋았다. 쇼스타코브치 첼로 곡을 연주했던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첼로 선율을 들으며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멘델스존 첼로 소나타 연주는 첼로보다 피아노 연주가 더 좋아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봤던 안네 소피 무터 공연이 떠올랐다. 갑자기 프로그램이 변경되어 준비가 덜 된 느낌을 받았다. 바이올린 소리보다 피아노 연주가 훨씬 더 좋아 처음으로 피아니스트 경력을 확인하니 커티스 음악원 출신이었다. 매년 카네기 홀에서 함께 공연하는데 그때 처음으로 Lambert Orkis 경력을 확인했다. 안네 소피 무터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카네기 홀처럼 무대가 크면 연습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실력이 나타난 듯. 아들은 그리 명성 높은 안네 소피 무터가 일부러 그런 활을 사용한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매일 공연을 보러 다닌 나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보다 조금만 준비가 덜 돼도 무대에 오르면 떨리니 청중에게는 많이 부족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연습 연습 연습이 중요하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멘델스존 첼로 소나타 피아노 반주를 했던 학생 Luis Ortiz 연주가 정말 좋았다.
카네기 홀에 저녁 공연 보러 가기 전 아트 스튜던츠 리그 2층 갤러리에 갔다. 카네기 홀 근처니 자주 방문해 전시회를 보곤 한다.
오늘도 장밋빛 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3. 23 토요일 아침 (3. 19 화요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