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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24. 2019

특별 전시회, 발레 갈라, 쇼팽과 베토벤 협주곡 감상

행복한 토요일을 보내다.


























The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특별전 / 무료 



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 트리니티 묘지와 허드슨 강 전망이 비치는 전망 좋은 갤러리에 도착해 혼자서 조용히 전시회를 봤다. 1호선 157th st. 지하철역에 내려걸으면 되는 The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1년에 두 차례 특별전이 열리고 목요일과 일요일 사이 오후 1-4시 사이에 갤러리가 오픈한다. 창가로 비치는 트리니티 묘지를 바라보니 묘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맨해튼에 갈 때 7호선을 타면 늘 지나치는 묘지(뉴욕 남교회 뒤편)를 보며 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삶이 뭐고 죽음이 뭘까. 생은 언제나 알 수 없다. 생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슬픈 과거를 돌아봐도 믿어지지 않고, 매일 눈앞에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현재도 놀랍고,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과 너무나 다른 길을 천천히 걷는 나. 얼마나 오랫동안 고독했던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혼자서 갤러리에서 특별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친절한 흑인 여자의 설명도 들었다. 작년에도 이맘때 즈음 방문한 갤러리에서 친절한 여자가 갤러리 전시회를 준비할 때 작가와 전시회 준비하는 사람과 싸우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디에 작품을 어떻게 전시할지 서로 생각이 다를 경우 트러블이 일어난다. 창가로 비친 그림자도 너무나 멋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갤러리. 어제 토요일 오후 햇살 좋은 시간이라 더 좋았다. 역시 햇살은 행복을 준다. 조각 작품이 너무나 멋져 잠시 환상에 빠졌고 색상이 너무나 고와서 역시 동화 나라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다. 갤러리에는 몇몇 사람들이 방문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Charles Ives Studio



갤러리 안 쪽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미국 작곡가 Charles Ives Studio도 보았다.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했지만 그의 작품에 대해 잘 모르니 내게는 낯선 작곡가라고 표현해야 할 듯. 그의 유품이 놓인 곳은 입장할 수 없어서 멀리서 바라만 보았는데 고장 난 메트롬 2개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습할 때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사용한 메트롬. 낡은 피아노 위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특별전을 보고 나와 지하철역으로 걷다 우연히 카페베네 카페를 발견했다. 1년에 한 번 정도 할렘 특별전을 보러 가니 언제 카페베네 카페가 오픈했는지도 모른다. 플러싱 카페베네는 오래전 문을 닫았는데 할렘에 있어서 놀라웠다. 1호선을 타고 달리다 콜럼비아 지하철역에 내렸다. 토요일 오후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서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이 많이 열려서 맨해튼 음대로 향해 몇 발자국 걷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리일 거 같아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가 1호선을 기다렸다. 마음은 오페라 워크숍을 보고 싶었지만 어제 오후 스케줄이 꽤 복잡했다. 차라리 약간 휴식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96th st. 지하철역에 내려 Symphony Space 박스 오피스에 찾아가 발레 갈라 공연 티켓을 달라고 부탁했다. 미리서 온라인으로 예매했던 표. 티켓 한 장을 받고 근처 어퍼 웨스트사이드를 서성거리다 화원에서 예쁜 프리지어 꽃을 발견했다. 너무너무 예쁜 노란색 프리지어 꽃. 젊은 남자가 몇 송이 사려다 그 자리에 두었다. 







잠시 후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파리바케트에 도착해 핫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근처에 스타벅스 카페도 있지만 한국 브랜드 파리바케트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휴식을 했다. 





오후 5시 심포니 스페이스에서 발레 갈라 행사가 열렸다. Valentina Kozlova announces the 9th annual Kozlova International Ballet Competition. 













심포니 스페이스 



3월 19일-23일 사이 러시아,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세계 20개 나라에서 참가하는 인터내셔널 대회가 9회를 맞는데 난 어제 처음으로 가서 시상식과 갈라 특별 공연을 잠깐 봤는데 환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참가한 댄서들이 꽤 많은 상을 받았고 그들의 춤도 감격스러웠다. 너무너무 여린 몸매는 꽃잎 같았고 요정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댄스 갈라 특별전 보며 행복이 밀려왔다. 어느 정도 규모인지도 모르고 어떤 행사인지 잘 몰라서 갈라 티켓만 구입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저녁 7시 카네기 홀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쇼팽 피아노 연주가 열려 갈라 공연이 끝나지 않았지만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 역에 내려 빨리 걸었다. 7시 20분경에 도착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난 계단을 올라갔다. 어제 공연은 무료.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공연을 기다리고 프로그램 조차 없었다. 어제 연주한 일본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본 모자 디자이너에게 어제 쇼팽 공연 티켓 주었는데 하필 좌석이 맨 앞쪽이라 한 곡만 듣고 나가야 하니 난 맨 뒤편에 앉아 그녀랑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미리 이 무표 공연에 대해 알았다면 저녁 8시 공연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을 텐데 몰랐다. 


Takeshi Nagayasu, Piano/PianoSummer 2018 Flier Competition Winner


ALL-CHOPIN PROGRAM  

Andante spianato and Grande polonaise brillante, Op. 22 

Mazurka in A-flat Major, Op. 59 

Barcarolle in F-sharp Major, Op. 60 

Scherzo No. 4 in E Major, Op. 54 

Nocturnes, Op. 62, No. 1 

Piano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저녁 8시 카네기 홀 공연을 보려고 쇼팽곡을 듣다 얼른 나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Isaac Stern Auditorium)에 갔다. 처음으로 듣는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공연도 좋았다. 저녁 8시에 시작 밤 10시 반에 막이 내렸다. 



Francesco Mariozzi, CelloGiuseppe Gullotta, PianoGianmaria Melis, Violin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Corrado Valvo, David R. Thye, and John Ratledge, Conductors
Francesco Mariozzi, Cello
Giuseppe Gullotta, Piano
Gianmaria Melis, Violin
With participating choruses


BEETHOVEN Triple Concerto in C Major, Op. 56 

DAN FORREST  LUX: The Dawn From On High

MORTEN LAURIDSEN  Lux Aeterna





낯선 합창곡도 아름다웠고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협주곡도 아름다웠다. 역시 베토벤답다. 대개 하나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는데 베토벤은 3개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완성하다니. 피아노와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 아름다워 밤은 영원할 거 같았지만 지하철역에 가면 마법이 사라져 버려. 지하철역은 복잡하고 지하철은 만원이고 어제는 4차례 환승해 밤늦게 집에 도착했다. 익스프레스인 줄 알고 탔는데 로컬로 운행하고 빈자리는 없고 7호선 74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서 천 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플러싱에 가는 7호선을 기다리고 바람은 너무너무 심하게 불고 얼마 후 도착한 7호선은 만원. 한밤중에도 지하철은 늘 복잡하니 놀랍고 플러싱에 도착하자마자 날 반기는 사람은 커다란 두 눈을 뜨고 도와 달라고 외치는 홈리스.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마약을 한 사람이 지나가니 마약 냄새가 진동을 하고 너무너무 무서운 밤이었어.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옥 같았는데 제시간에 도착하자 천국에 도착한 거 같이 감사함을 느꼈다. 말할 것도 없이  하늘에서 별과 달이 속삭이는 밤늦게 집에 도착. 종일 맨해튼에서 지내야 하니 가방에 도시락을 담고 갔지만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와 귤도 사 먹었다. 



예쁜 제비꽃이 피었어. 





플러싱 호수 



어제 아침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호수에서 하얀 백조와 기러기떼와 청동 오리랑 인사만 하고 빨리 집에 돌아왔다. 올해 이웃집에 왜 예쁜 동백꽃이 피지 않은지 몰라. 해마다 이웃집 정원에 핀 꽃을 구경하는데 올해는 블로그에 올려진 이웃들 사진만 구경하네. 플러싱에도 봄이 오고 있는지 앙증맞은 보랏빛 제비꽃도 보아 행복이 밀려왔다.  




새들의 합창 들려오는 일요일 아침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며 글쓰기를 했다. 새들에게 좋은 일이 있는지 아름다운 비브라토 소리 들려온다. 마법의 성 맨해튼에 가면 프랑크 시나트라 '뉴욕 뉴욕' 노래가 더 가까이 온다.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천천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있다. 



3. 24 일요일 아침 


트리니티 묘지가 비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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