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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28. 2019

스타벅스, 타임 스퀘어, 줄리아드, 카네기 홀

카네기 홀에서 황홀한 피아노 독주회를 보다. 

커피를 끓여 테이블로 가져왔다. 봄햇살이 창가로 비추고 3월 말인데 여전히 너무너무 추운 뉴욕. 어제는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난 후 집 근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했는데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만 지옥철이 아니라 시내버스도 지옥 버스. 미국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차 없이 살기 힘들지만 뉴욕시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서민들은 차 없이 지내지만 승객이 많은 경우 너무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Emanuel Ax, Piano/ 1949년 출생





엠마뉴엘 엑스 피아노 연주 너무 좋았어.



어제저녁 카네기 홀에서 엠마뉴엘 엑스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고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는데 멋진 연주였다. 3월에 꽤 많은 공연을 봤는데 어제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았어. 3월에 4번이나 빈 필하모닉 공연을 봤지.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빈 필하모닉 공연은 금관악기가 너무 약해 오케스트라 연주가 형편없었어. 피아노 독주회는 실은 음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칫 지루하기 쉬운데 우리 옆 자리에 백발이 된 할머니 세 분이 나란히 앉아 음악을 감상해서 놀랐고 우리 앞자리는 불어를 구사하는 젊은 청년 두 명이 앉았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중국 시니어 벤자민은 친구랑 함께 오셨다. 


작년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와 카바코스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할 때 엠마뉴엘 엑스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워 그의 독주회를 보고 싶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카바코스는 실내악 연주 경험이 부족한지 아니면 명성 높은 음악가 3명이 함께 호흡 맞출 시간이 부족했는지 브람스 색채가 많이 부족했고 요요마는 연륜이 많은 게 카네기 홀 무대에서 드러났다. 


엠마뉴엘 엑스가 마치 워런 버핏(Warren Buffett) 같다고 말한 아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으면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69세가 된 엠마뉴엘 엑스는 치매가 오지 않겠다. 정말 노인의 피아노 연주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피아노 연주였지만 어제 앙코르 곡은 듣지 않고 홀을 떠났다.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7호선에 환승했는데 몇 정거장 지나 우연히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났다. 그녀는 맨해튼에서 일하고 퇴근해 집에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만나 기뻤다. 지난번 만났을 때 내게 '뉴욕은 위를 바라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바라봐도 끝이 없다고' 뉴요커의 삶을 표현한 분. 그분은 매일 정오 무렵 집에서 나와 밤 11시가 지나 집에 돌아가니 여가를 즐길 틈이 없다. 그분에게 한국은 진달래꽃도 피고 목련꽃도 피었다고 하면서 어릴 적 진달래꽃이 예쁜지 몰랐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예쁘다고 하니 그녀도 한국 티브이 보다 산이 비치면 예쁘다고 하니 외국에 사니 멀리서 한국 풍경만 봐도 멋지게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어. 다음에 만나 짜장면이라도 함께 먹자고 말하고 그녀는 시내버스를 타러 떠났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만난 것도 쉽지 않은데 인연이 뭘까. 가끔씩 사람들 만나 사는 이야기 들어도 좋다. 


어제 날씨도 정말 추웠다. 수년 전 베를린에서 온 여자 교수가 봄에 뉴욕에 방문했는데 너무 추워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도 떠오르고 여행 가방에 봄 옷만 가득 담고 왔는데 너무 춥다고. 3월인데 아직 겨울 날씨. 지옥 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았다. 그런다고 다시 집에 돌아가기도 힘들고 어쩔 수 없이 맨해튼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난방이 잘 되고 조용한 카페를 찾다 오랜만에 타임 스퀘어 근처 스타벅스 카페에 갔는데 빈자리 찾기도 너무 힘들었고 창가 코너 자리가 비어 얼른 가방을 두고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전에 몇 차례 방문했던 스타벅스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어제 애써 찾아갔지만 손님이 많아 복잡했다. 맨해튼에서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 찾기는 쉽지 않은 듯. 혹시 커피 가격이 비싸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는지 모르나 난 커피 가격이 5불 이상하면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든다. 3불 가까이하는 커피값도 결코 싼 게 아니다. 





타임 스퀘어 스타벅스 언제나 복잡해.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갔지만 핫 커피 들고 창가 테이블로 돌아왔지만 잠시 후 옆 자리에 앉은 흑인 아가씨에게 악취가 나니 다시 빈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특별한 경우 흑인에게 심한 냄새가 나면 아주 힘들다.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흑인이 악취가 심하냐고 물으니 엄마 인종 차별하면 안 돼요,라고 답변이 오고 흑인마다 다르다고. 


뉴욕은 인종차별이 아주 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멀리 호주에 사는 간호사는 인종차별이 너무 심하다고 하니 놀랐어. 이탈리아 피렌체에 사는 분 역시 인종 차별도 심하고 이민자에 대한 정부 정책도 없고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사는 경우도 이탈리아 삶이 힘들다고 하니 놀랐어. 그럼 국제결혼도 안 한 경우는 얼마나 힘들겠어. 국제결혼하면 신분 문제도 해결되니 좋지. 일단 외국에 살 때는 신분 문제가 너무너무 커. 


 애초 계획은 조용한 카페에서 책 읽기 하려고 했지만 계획은 물거품으로 변했다. 사람들의 행복은 입에서 나온 지 여기저기서 이야기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뉴욕에서 태어나지 않은 내가 뉴욕에 대해 좀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은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데 책 읽기 좋은 공간 찾기도 너무 힘든 맨해튼. 























타임 스퀘어 언제나 복잡해. 한국 농심 신라면 광보가 보인 투어 버스 보면 해외여행 추억이 떠올라. 외국에 가면 컵라면도 너무 비싸 트렁크에 컵라면 몇 개 담고 다녔지. 



할 수 없이 책을 덮고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으로 가다 인증숏 찍으며 행복한 여행객도 보고 할인 티켓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보고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도 보고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 역에 내려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학교 박스 오피스에서 내가 보고 싶은 공연 날짜에 대해 말하며 공연 티켓 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 보는 아가씨가 일이 너무 서툴러 내게 몇 번인가 같은 말을 물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면 쉽지 않은가 봐. 


오후 4시와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이 열렸고 4시 피아노 공연(Piano Performance Forum Recital)은 티켓이 필요 없고 6시 공연 Sonatenabend는 티켓이 필요한 공연. 6시 공연은 첼로 리사이틀이었지만 어제는 피아노 연주가 첼로 공연보다 훨씬 더 좋았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 보고 카네기 홀에서 아들을 만나 엄마를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면서 아들에게 줄리아드 학교 공연이 좋을 때는 달빛 아래서 산책하고 바닷가를 거닌 느낌이 들었지만 음악이 느껴지지 않을 때는 딱딱하게 굳은 바케트가 떠올랐다고 하니 아들이 웃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바케트. 


이제 설거지를 하고 브런치를 준비할 시간. 시간은 날개를 달렸나. 정말 빨리 흘러간다. 어느새 3월의 마지막 목요일. 3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아 섭섭하다. 뉴욕은 언제 목련꽃이 피려나.


3. 28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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