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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31. 2019

뉴욕 아트 페어, 브루클린 식물원, 줄리아드, 우치다

세상은 소음 가득하고 나만의 천국을 찾아 순례를 하지.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끓여 테이블로 가져왔다. 아침 기온은 11도 최고 기온은 18도라고 하니 드디어 봄이 오나 보다. 도시락 하나 싸들고 맨해튼에 가면 종일 놀 수 있는데 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 쉐릴 할머니는 뉴욕대와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뉴욕대 오페라 공연은 시니어는 5불이지만 일반인은 20불씩이나 하니 메트 오페라 보겠어. 맨해튼 음대 주말이라 종일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 열리고 할머니는 오페라 공연 같이 보자고 했는데. 주말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그런 경우 집에서 맨해튼까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갈수록 새들의 합창은 크레셴도로 변한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카네기 홀 우차다 공연 보는 청중들 

















카네기 홀 우치다 공연 보러 온 사람들 너무너무 많아. 




어제 아침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우치다 피아노 공연을 감상했다. 아들은 피곤하다고 하니 나 혼자 보러 갔다.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일본계 K도 만났다. 전날 카네기 홀에서 Hagen Quartet ( Lukas Hagen, Violin, Rainer Schmidt, Violin, Veronika Hagen, Viola, Clemens Hagen, Cello) 공연을 봤다고 너무너무 좋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쿼텟 멤버가 한 명을 제외하고 가족이라고. 음악을 전공한 그는 여자 친구를 데려왔다. 내 주위에서 일본어가 들려왔다. 일본계 음악가가 연주하면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오고 뉴욕이 재미있는 도시다. 조성진과 정경화 연주하면 당연 한국인들이 많이 오지. 또 줄리아드 학교에서 본 피아니스트도 봤다. 대개 줄리아드 학교 학생 스케줄이 너무 바빠 카네기 홀에 오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오래전 줄리아드 학교 대학원 과정을 하던 아들 친구를 한 번 만난 것 제외하고 카네기 홀에서 줄리아드 학교 학생 만난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모차르트 음악 해석이 뛰어나다는 우치다 피아니스트. 작년 카네기 홀에서 처음으로 그녀 연주를 감상했다. 여린 몸매로 무대에 오른 그녀의 손가락에서 광기가 느껴져 수년 전 뉴욕을 지옥의 바다로 만든 샌디도 생각나고 하늘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자 차츰차츰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우치다는 지휘도 하면서 오케스트라 단원을 보면서 연주하니 청중들에게 그녀의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와 같은 무대 풍경은 아주 드문 경우. 


우치다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 음악 해석으로 명성 높아 약간 고민하다 카네기 홀에 갔다. 말없이 사라진 엄마에게 아들이 메시지를 보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답변을 보냈다. 소음으로 가득한 지구를 떠나고 싶을 때가 많고 그래서 나만의 천국을 찾는다. 우치다 공연을 볼지 말지 망설였으니 아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아서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걱정을 했나 보다. 


우치다 피아노 선율은 고전적인 스타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며칠 전 들은 엠마누엘 엑스 피아노 색채가 훨씬 더 감명 깊고 좋았다. 어제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앤 손스 피아노 인지도 궁금하고 피아노 색채가 달랐지만 발코니 석이라 피아노 브랜드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우치다가 가져온 개인 피아노 인지도 모른다. 


처음 듣는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이 아주 좋았다. 젊은 음악가들의 국적은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스페인과 미국으로 다양했지만 한국인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이 구슬프고 마음에 와 닿았다. 슬픈 모차르트 멜로디를 들으며 슬픈 우리네 인생을 생각했다. 백만 년 사는 것도 아닌데 매일 슬픔의 바다에서 지낸 사람들도 너무나 많지. 















브루클린 식물원



어제 금요일 정오 무렵 브루클린 식물원에 갔다.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구경하러 갔는데 이제 서서히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초 눈폭풍이 찾아와 많이 걱정을 했다. 아마 다음 주면 만개하지 않을까. 


식물원 입장료는 성인 15불씩이나 하니 부담되어 늘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하고 전과 다르게 무료입장 시간이 변경되어 많이 불편하다. 전에는 화요일과 토요일 무료입장시간이라 더 편하고 좋았다. 플러싱 집에서 브루클린 교통도 불편하고 오래 걸린다. 금요일 정오까지 무료입장인데 구글 맵 검색을 하니 도착 시간에 늦을 거 같다고 나오나 약간 고민하다 지하철을 타고 갔다. 몇 차례 환승하고 환승역마다 마라톤 선수처럼 달려서 지하철에 환승했다. 가까스로 브루클린 뮤지엄 종착역에 내려 식물원에 가니 문이 닫혀 있었다. 정오까지 몇 분 남지도 않은 상황에. 아, 한숨이 나올 뻔. 몇 분만 늦으면 15불을 지불해야 할 상황. 브루클린 뮤지엄 앞은 공사 중이라 평소 이용하는 식물원 정문이 닫혀 다른 출구를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읽고 다시 마라톤 선수처럼 달렸다. 정오가 되기 전 식물원에 입장했다. 


꽃은 1년 365일 가운데 불과 7-10일 사이 절정이다. 1년 내내 예쁜 꽃을 보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불과 일주일 정도 머물다 꽃이 지니 너무 슬프다. 우리네 인생도 그러할까. 좋은 날 보다 슬프고 힘든 날이 더 많다.  또 햇살이 좋은 날 화사한 꽃을 볼 수 있다. 어제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할 경우 절정의 꽃을 보는 것도 행운이다. 항상 햇살 좋은 날은 아니기에. 그러하듯 꽃 사진 담기는 무척 힘들다. 지난 3월 초 눈폭풍이 찾아왔는데 꽃이 피기 시작하니 스타 매그놀리아 꽃을 닮고 싶었다. 역경을 극복하고 멋진 삶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원 벤치에 앉아 책 읽은 젊은 뉴요커도 보고 유모차 끄는 젊은 아빠도 보고 가족끼리 찾아온 사람도 많고 연인끼리 찾아온 경우도 보였다. 또 기다란 망원렌즈로 꽃 사진을 담는 카메라맨들도 봤다. 4월이면 서서히 라일락꽃도 피기 시작할 테고 뉴욕에 봄이 오나 보다. 


브루클린 식물원은 전에 장미정원 구경하고 브루클린 인어 공주 축제 보러 가다 사랑하는 나의 재킷을 분실했던 식물원. 지하철역에 도착해 그제서 재킷을 분실한 것을 알고 식물원에 돌아갔지만 내가 가장 아끼던 재킷은 사라져 버렸다. 


식물원에서 커피 한 잔 차분히 마실 여유는 없었다. 얼른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돌아왔다. 5번가 미드 타운 북 카페에 가서 잠시 휴식을 했다. 책을 펴 놓고 잠깐 읽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오후 4시 트럼펫 연주 보러 갔는데 폴 홀 문이 열려서 궁금해 프로그램 보니 베토벤 첼로 소나타 연주할 예정이라 하니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첼로 소나타를 감상했다. 대개 현악은 아시아 학생들이 많은데 어제 흑인 학생이 연주했고 첼로 선율이 좋았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학생은 어릴 적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나중 첼로로 바꿨다고. 주위 친구들 바이올린 소리가 더 예쁘니 하기 싫은 마음에 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첼리스트 엄마가 합창 지휘자였다고 하니 어릴 적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나의 목적은 트럼펫 연주 감상. 그래서 얼른 모세 홀로 내려갔는데 공연이 취소되어 놀랐다. 미리 웹사이트에 말도 없이 취소가 된 경우. 아름다운 재즈 선율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다시 폴 홀로 올라와 피아노 음악을 들었다. 어제 고전적인 스타일로  베토벤, 프로코피에프, 브람스 곡을 연주했다. 












뉴욕 첼시에서 열린 Affordable Art Fair




어제저녁 첼시에 Affordable Art Fair를 보러 갔다. 3월 28-31일 사이 열리는데 티켓은 10불에서 70불 사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아트 딜러들이 작품을 판매하고 작품 가격은 100불-1만 불 사이라 경제적인 형편이 된다면 구매하기 좋은 시기다. 뉴욕은 세계적인 아트 행사가 많이 열리고 어제저녁 6-8 사이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온 젊은 뉴요커도 있고 와인이나 칵테일 마시면서 작품 구경한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온 딜러들도 보였다. 예쁘고 고운 한복을 입은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니 한국이 그리워졌다. 마음에 드는 이탈리아 화가 작품도 보고 사랑하는 바다를 담은 그림을 보며 초록빛 바다를 보며 고독을 씹으며 바닷가 산책했던 사이판도 떠올랐다. 




대학 시절 만나 결혼한 남자를 떠난 결정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린 얼마나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가.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3년도 10년도 아니고 20년도 훨씬 더 지난 세월을 보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으로 소문이 났지. 가장 아름다운 내 청춘을 함께 보냈던 남자와 인연은 하얀 백목련꽃처럼 지고 말았어. 세상도 모르고 사랑도 모르고 남자도 모른 난 바보 아닌가. 어느 날 슬픈 운명을 알고 몰래 가출했다. 변호사 만나 서류 건네주면 재판이 끝날 줄 알던 난 바보 아닌가. 온갖 허위 서류가 돌고 도는 재판. 혼자서 재판하는 게 지옥처럼 힘들었다. 1 달이면 재판이 막이 내릴 줄 알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심지어 정신병 환자라고 세상에 소문이 나니 정말 미칠 거 같았지. 소문이 무섭지. 세상 사람들 모두  날 피해. 정말 고독했다. 재판은 길어지고 서울 국립 정신 병원 근처 개인 병원에 하얀 눈 내리는 날 아들과 함께 찾아가 상담하고 며칠 계속 정신과 전문의 만나 상담하고 검사를 받았다. 물론 정상이었어. 정상이 아닌 경우 뉴욕에 와서 어찌 살겠어. 정신과 진단서 법원에 제출하니 드디어 합의하자고 연락이 왔다. 1년 사이 통장에 든 돈은 홀쭉해졌다. 법정 재판을 계속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시기였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에 갔다. 조용한 바닷가 거닐며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했었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수십 년 세월은 아픈 상처로 남았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재판은 막이 내렸고 그 후 서점에 달려가 토플책 사서 유학 준비해 뉴욕에 왔다.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단 한 가지도 쉬운 게 없더라. 무에서 시작해 내가 원하는 길을 걷는 게 누가 쉽다고 하겠는가. 


아트 페어 전시장 구경하다 미국 35대 대통령 J.F. Kennedy에 대해 적힌 글을 보고 웃었다. 케네디 대통령 여자 관계도 아주 복잡했다고 오래전 뉴욕 타임스에서 읽었다. 한국에서 몰랐던 내용. 심지어 백악관에 여자들을 초대해 정사를 했다고 하니 재클린 영부인 기분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된다. 케네디 대통령 생일잔치에 섹스 심벌의 상징 마릴린 먼로를 초대했다지. 그녀가 노래도 부르고 말할 것도 없이 파티가 끝나고 화려한 정사를 했다지.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가고시안 갤러리 맞은편 The Carlyle hotel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몰래 정사를 했다고 소문이 났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 진실은 모른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저격당해 죽고 말았어. 남편의 바람기에 외롭던 미망인 재클린 여사는 남편이 죽자 선박의 왕 오나시스와 결혼을 했어. 푸치니 오페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아리아를 부른 마리아 칼라스와 오나시스와 사랑했다지. 그런데 마리아 칼라스의 연인 오나시스가 재클린과 결혼하니 칼라스의 슬픔은 어떠했을지. 망연자실했겠지. 선박의 왕이라 거부인 오나시스와 데이트할 때도 마리아 칼라스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칼라스가 너무너무 사랑한 오나시스는 떠나고 말았어. 칼라스가 그 많은 사랑을 줬는데 왜 오나시스는 떠났을까. 









링컨 센터에서 본 유럽에서 온 가수는 "사랑은 담뱃불 같아"라고 하던데 사랑이 끝나고 나면 재만 남아서 그런가. 누군 "사랑만큼 정확한 계산이 어디에 있나요"라고 하니 사랑해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산 사람들 생각은 역시 달라. 사랑을 하거든 사랑에 행복한 사람에게 물어라. 사랑에 실패한 난 사랑도 모르고 인생도 모르고 아는 게 없는 바보처럼 살지. 그냥 하루하루 산다. 내가 좋아하는 천국을 찾아서 순례를 하지. 


오랜만에 아트 페어 가서 전시회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하니 좋았지만 저녁 우치다 공연 봐야 하니 얼른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에 갔다. 


토요일 늦잠을 자버려 오전 9시가 지나 깨어나고 말았어.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글쓰기도 마쳤으면 좋으련만 새벽에 집에 돌아와 잠이 오지 않아 뒤척뒤척거리다 늦게 잠들었더니 늦잠을 자고 말았다. 맨해튼 호텔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아. 교통 시간도 들지 않고 식사는 레스토랑에서 하고. 그럼 시간이 넉넉할 텐데 매일 집에서 맨해튼까지 왕복 교통 시간도 많이 들고 지하철은 악취와 소음으로 가득하고 요즘 갈수록 심각한 뉴욕 홈리스들. 지하철을 타면 똥으로 그려진 예술 작품을 보니 뉴욕이라 가능한 일인지. 지난 목요일 밤도 악취에 토할 거 같았는데 어제도 악취에 죽는 줄 알았어. 그뿐 만이 아냐. 카네기 홀에서 우치다 공연 보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데 홈리스가 날 치면서 돈을 달라고 하지 않은가. 아침에 맨해튼에 갈 때는 피리를 부는 아시아인에게 흑인과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돈을 주던데. 매일 지하철에서 얼마나 많은 홈리스들을 만나는 것인지 몰라. 삶이 뭘까. 왜 홈리스가 되었을까.


아, 브런치 준비할 시간. 



3. 30 토요일 아침 


카네기 홀 우차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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