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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01. 2019

4월의 아침

카네기 홀에서 수잔 할머니 만났어. 

3월도 가고 말았어. 3월도 기쁜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았지. 4월의 첫날 아침 창가로 햇살 비추나 아침 기온 3도라 아직 겨울이 남아있다. 어제 오전 비가 내리다 그쳤다. 슬픈 일은 왜 이리 많아. 하늘에서 슬픔이 뚝뚝 떨어져 이제 슬픔은 저 멀리 사라져 갔나. 캘리포니아 Angels Camp에서 낯선 전화가 걸려오고. 가끔씩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온다. 받으면 끊는 전화도 있고 가끔은 "거기 뉴욕대 병원인가요?"라고 하면 웃는다. 인터넷 수신 요금이 너무너무 비싼 스펙트럼 취소해 기분이 좋았는데 어제 우편물 열어보니 엄청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 무슨 날벼락. 미리 다음 달 사용료 지불한 거니 환불해준다고 들었는데 거꾸로 돈을 내라고 하고. 아, 바쁜데 전화를 걸어야 하나 봐. 복잡한 일은 질색인데 귀찮게 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스펙트럼에서 온 우편물 열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여니 반가운 뉴스가 아니야. 전화를 걸면 자동 응답기가 돌아가고 직원이 연결되기까지 오래오래 걸리는 미국 시스템 누가 반갑겠어. 만우절 아침이라 스펙트럼에 전화하지 않은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스펙트럼 마지막까지 날 힘들게 하는구나.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해. 어제 뉴욕 타임스에 뉴욕 명성 높은 아트 딜러 Mary Boone(67세)이 30개월 형을 받고 감옥에 간다는 기사가 올려져 깜짝 놀랐다. 첼시와 5번가 루이뷔통 매장 옆에 매리 분 갤러리가 있고 가끔씩 방문해 전시회를 보곤 했다. 매리 분이 이집트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네. 어릴 적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하고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다고. '이민자'라고 하면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은 안다. 그 의미가 뭔지. 엉터리 세금 보고가 문제였다고. 엄청 많은 수익을 왜 숨겼을까. 


그제는 프랑스 여류 감독 아그네스 바르다 별세 소식이 있었다. 난 그녀 영화를 본 적이 없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으니 영화를 자주 볼 기회는 없었다. 특히 결혼 후 극장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만큼 힘들었지. 하루 왕복 4-5시간 통근하며 직장 생활하는데 무슨 영화란 말인가. 나중 두 아이 출산하니 삶은 더 복잡해졌고 자녀 교육으로 갈수록 바쁘니 영화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어. 지금은 영화 볼 시간은 있는데 영화 상영요금이 너무너무 비싸니 거의 안 보게 된다. 15불 이상하는 티켓이라면 메트 오페라 보겠어. 언제 형편이 좋아지면 바르다 영화는 꼭 보고 싶어. 


















어제 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에 가서 공연을 봤다. 주말 7호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평소 5분 정도 걸리는 Mets - Willets Point 지하철역까지 시내버스로 가는데 40분이나 걸렸다. 지하철 보수 공사로 지하철이 정상 운행하지 않아 시내버스 타고 한 정거장 가라고 하는데 그리 많이 걸리면 어떡해.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 도착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하는데 지하철에서 악취가 나고 너무너무 더러운데 어쩔 수 없는 상황. 요즘 갈수록 지하철이 불결해지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카네기 홀에 도착했는데 로비에서 우연히 수잔 할머니를 만났다. 수잔 할머니 아들이 연주할 거라 하면서 무료 티켓 남아 내게 주신다고 하나 난 미리 티켓을 구매해버렸어. 미리 알았다면 어제 공짜로 공연을 봤을 텐데.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수잔 할머니는 유대인이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뮤지컬이 할머니 가족사 같다고 말씀하신 분. 유대인들은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 되니 미국에 왔다고 하는데 뉴욕에 오기 전 유대인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다. 어릴 적 탈무드만 읽은 기억이 나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곡은 고등학교 시절 주제 멜로디를 자주 들었고 대학시절 클래식 기타로 가끔씩 혼자 멜로디를 연주해봤어. 고등학교 시절은 영화 음악을 많이 들었지. 아들과 오래전 '지붕 위의 바이올린' 뮤지컬 공연을 봤다.




수잔 할머니를 자주 만나게 되니 어느 날 할머니 개인사를 말씀하셨다. 치과의사 남편과 25년 결혼 생활은 악몽이었다고. 그래서 이혼했고 맨해튼 음대 졸업한 플루리스트 조나단과 친구 관계로 20년 이상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고. 두 분은 어느 날 공연 보러 가서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음악을 좋아하니 친하게 되었다고. 어제 메트 오페라 오디션이 열려서 오페라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에게 메트 오디션 보러 가지 않았냐고 몯자 아들 공연이 더 중요하니 카네기 홀에 왔다고 하셨다. 할머니 아들은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지만 음악가 생활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니 발레 강사를 하는 며느리 수입으로 산다고. 미국에서 태어나 박사 학위가 있어도 생활이 힘들다고 하니 미국도 어려운 가정이 너무나 많은 듯 짐작이 된다. 수잔 할머니 여동생은 서부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바이올린에 재능이 많아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했지만 수잔 할머니 동생 스스로 예비학교 다니기 싫다고 했다고. 수잔 할머니 연세는 기억에 73세 정도인데 작년 말부터 건강이 악화된 듯 보여 가슴이 아프다. 



사진 왼쪽 바리톤 김수찬 









어제 카네기 홀에서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공연 보는데 한국 출신 김수찬 바리톤이 무대에 오르니 반가웠다. 잘 모른 바리톤이지만 한국 사람이 무대에 오르면 반갑지. 잘 모른 합창곡과 포레의 레퀴엠을 듣고 얼른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 역시 지하철이 플러싱 종점역까지 오지 않아 불편했고 늦은 오후 바람이 거세게 부니 마치 겨울처럼 추워 혼이 났어. 


날씨가 너무 추워 오랜만에 플러싱 삼원각에 가서 아들과 함께 탕수육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일요일 저녁 시간 삼원각에 손님이 아주 많아서 복잡했다. 가족 모임이나 단체 모임으로 식당에 온 분이 아주 많아 보였다. 짬뽕, 탕수육, 짜장면 등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치 한국 같은 분위기였다.



플러싱에 핀 홍매화꽃 




제비꽃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홍매화꽃과 수선화 꽃과 제비꽃도 보았어. 아름다운 꽃 피는 계절 봄은 오고 있어. 



산들바람 부는 봄 곧 온갖 꽃이 만개하겠지. 잊지 않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 제전 보러 가야지. 


날 위로하는 첼로 선율이 들려오는구나. 자클린 뒤프레 첼리스트는 다니엘 바렌보임 남편을 사랑하고 바렌보임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자클린 뒤프레는 사랑받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지. 하늘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으려나. 아, 쓸쓸한 인생!



4. 1 만우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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