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경매장, 줄리아드 학교, 북 카페
아름다운 4월의 첫날 맨해튼에 가려고 집을 나섰지만 시내버스는 제 시각에 오지 않아서 터벅터벅 걷다 화사한 봄빛으로 무르익어가는 플러싱의 봄을 온몸에 느끼며 파란 하늘 보니 행복이 밀려왔다. 이웃집 화단에 황금빛 수선화 꽃과 보랏빛 제비꽃도 피는 시기. 새들도 정답게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이 찾아왔어.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역 근처에 내려 로컬 7호선을 타고 카네기 홀에 갔다. 수요일 저녁 무료 공연 티켓을 달라고 하니 매진이라고 말하는 직원. 작은 일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장 받아서 나눠주려고 했는데 김칫국부터 마셨어. 매진이라는데 얼른 포기해야지. 마음 비우기를 잘해야 행복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진전 보러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다. 피아노 음악이 흐르는 갤러리에서 링컨 센터에서 자주 만난 할머니도 보았어. 벽에 걸린 흑백 사진들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와 그래타 가르보, 무용수 누레예프, 화가 조지아 오키프, 무용가 이사도라 던칸 사진 등을 보았어. 어빙 펜이 담은 양귀비꽃과 장미꽃도 보며 브롱스 웨이브 힐도 그리웠어. 봄이 왔으니 언제 찾아가 봐야지.
백장미 향을 맡으며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사진전을 보고 나와 북 카페에 가서 잠깐 휴식을 하며 책을 읽었지. 평소와 달리 조용해서 좋았고 빈자리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서점에서 나와 타임 스퀘어 근처를 지나 지하철을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첼로 리사이틀 공연을 봤다. 원래 맨해튼 음대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보려고 계획했는데 그만 에너지가 낮은지 가기 싫어서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렸다. 아름다운 첼로 선율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저녁 7시 반 New Juilliard Ensemble 공연을 보러 앨리스 툴리 홀에 갔다.
미리 무료 공연 티켓을 받아두었고 가방 검사를 맡고 홀에 들어갔는데 컨템퍼러리 음악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객석이 비어 있었다. 하필 박스 오피스에서 받은 티켓은 홀 중앙이라 불편한데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중앙이라 좋다고 하면서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으니 직원이 와서 할머니에게 "여기서 식사하면 안 돼요."라고 하니 얼른 도시락을 가방에 담으셨다. 백발이 된 할머니도 도시락을 싸들고 공연 보러 다니는 뉴욕 문화.
밤늦게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도 다녀왔지. 기러기떼와 백조는 어디로 사라져 호수가 너무 조용하니 아들이 무섭다고 해 웃었어.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없고 집에 돌아오는 길 동네 고양이 몇 마리 보았지. 일본 모자 디자이너는 내일 일본으로 떠나겠구나. 몇 달은 일본에 몇 달은 뉴욕에 머무는 디자이너에게 아들이 고양이 사랑한다고 하니 그럼 그녀가 일본에 간 동안 고양이 키워 줄 거냐 물어서 싫다고 말했지. 만약 고양이가 아프면 어떡해. 남의 고양이 키우다 사고 날까 봐 걱정이 돼서 거절을 했어.
4월이 찾아오니 맨해튼 거리 화단에는 황금빛 수선화 꽃과 튤립 꽃과 팬지꽃이 피어 아름답다. 라일락 꽃도 필 테고 맨해튼 여기저기에 벚꽃도 필 테고 아름다운 4월이 찾아왔어. 아름다운 4 월아 오래 머물다 가려무나. 행복한 일 가득한 4월이 되면 좋겠어. 예쁜 스타 매그놀리아 꽃 제전이 기다려진다. 내 마음에도 봄 봄 봄이 오면 좋겠어. 슬픔은 물러가고 기쁜 일 가득한 4월이 되길 바라본다.
4. 2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