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ltán Mága, ViolinBudapest Gypsy Virtuo
금요일 아침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새들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비브라토 소리가 점점 커진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테이블 앞에 앉아 조용히 어제를 돌아볼 시간.
어제도 좋은 공연을 봤지.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Zoltán Mága 공연을 봤는데 전날 유자 왕과 고티에 카퓌송 공연보다 훨씬 더 좋았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곡들이고 연주도 좋아 청중들은 흥이 나서 가끔 박수도 치면서 공연을 봤다. 그런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다.
헝가리 음악 특별 공연을 하니 부다페스트에 여행 간 추억도 떠올리면서 감상했다. 아름다운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꿈같은 시간이었지.
브람스 헝가리 무곡, 쇼스타코비치 왈츠,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제 음악, 바흐의 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을 감상했어. 정말 감미로운 시간이었다.
유튜브에서 쉰들러 리스트 주제를 이작 펄만 연주로 들었는데 어느 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이작 펄만 제자 공연 보는데 맨 뒤에 휠체어에 앉은 분이 계신데 그분이 이작 펄만이란 것을 유튜브에서 들은 목소리와 같아서 알아챘다. 생각보다 훨씬 더 건강이 좋아 보이는 이작 펄만.
좋은 공연은 세상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천상 같아. 이틀 연속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니 피곤이 밀려와 후반부 공연은 거의 안 보고 집에 돌아와도 꽤 늦은 시간이었다. 어제 공연은 일부만 봐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연주가 좋아 카네기 홀에 간 보람이 있었다. 특별 할인 티켓을 구입했지만 좌석도 중앙이라 좋았어. 객석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나 말고 아시아인은 없었다. 헝가리 음악가 공연을 하면 헝가리 이민자들이 많이 온다.
어제 오후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엠마누엘 엑스의 제자 한인 남학생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도 봤다.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와 포레의 곡을 들려주었다. 축복받은 시간이었어. 어제 줄리아드 학교에서 쉐릴 할머니 만나기로 했는데 메조소프라노 공연이 취소되었고 할머니는 만날 수 없었다. 아주 특별한 경우 학생 공연이 취소되기도 한다.
맨해튼 거리거리에 붉은색 튤립과 노란 수선화 꽃이 예쁘게 핀 4월. 어제도 5번가를 거닐다 타임스퀘어도 지나치고 언제나 여행객들 많아 복잡한 타임스퀘어. 뮤지컬 할인 티켓 사려는 사람들도 많고.
어제 아침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아름다운 4월의 빛에 행복이 밀려왔어. 스타 매그놀리아 꽃과 화사한 분홍빛 꽃과 노란 수선화 꽃과 노란 개나리 꽃을 보며 걸었어. 호수에 도착하니 기러기와 청둥오리가 산책하고 있었다. 수양 버드나무는 연녹색으로 변해가 생명의 푸르름을 느꼈다.
점점 더 신록이 짙어가겠다. 작년보다 더 빨리 나무에서 연녹색 이파리들이 돋아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노란 은행나무잎 보며 늦가을의 정취를 사랑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봄이 사랑스러워진다.
해마다 4월이 되면 T.S. Eliot 황무지 시가 떠올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살려주었다.
...
어제 토론토에 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오랜만에 안부를 남겼다. 점점 레슨이 많아져 점점 더 바빠져 간다고. 토론토에 눈이 내린다고 하니 놀랐어. 토론토도 변덕이 심하다고. 뉴욕 날씨도 변덕이 심하다. 어제도 더 화사한 빛이었다면 꽃 사진이 훨씬 더 화사한 빛이었을 텐데 하늘이 흐려 내 기대를 만족시키지 않은 사진들이었다. 오늘도 하늘은 흐리다. 오후 비가 온다나.
힘을 내자.
열심히 살자.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어딘가에 있을 생명의 우물을 찾아야지.
축복의 시간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야.
4. 12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