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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11. 2019

영화 같은 날/ 폴란드 저널리스트 만나다

카네기 홀 고티에 카퓌송과 유자 왕 공연 아들과 함께 보다 

브루클린 식물원에 라일락 꽃과 튤립 꽃이 피었을까. 지난주 금요일 딸이 뉴욕에 온 날 스타 매그놀리아 꽃을 보러 다녀왔는데 벌써 1주일이 흐르고 말았어. 정말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새들의 비브라토 합창을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 노란 유자차 끓여 테이블로 가져왔다. 



Gautier Capuçon, CelloYuja Wang, Piano









어제 수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고티에 카퓌송과 유자 왕 공연이 열려 아들과 함께 갔다. 프랑스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의 첼로 선율을 많이 기대하고 갔는데 쇼팽곡을 제외하고 첼로 선율이 가슴 적시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는 연주였다. 세자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첼로로 편곡해 연주했지만 첼로 선율이 너무 작고 홀에 울려 퍼지지 않았어. 줄리아드 학교에서 가끔씩 듣는 바이올린 곡이고 차츰차츰 정들어 가는 예쁜 곡. 




쇼팽곡은 첼로와 피아노 호흡도 좋고 아름답게 선율이 울려 퍼져 듣기 좋았어.






 


하지만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정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곡이 끝난 후 객석에서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라고 외치는 청중도 있으니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 걸까. 세계적인 프로 음악가라고 할지라도 연습이 조금만 부족하면 카네기홀처럼 큰 무대는 떨리게 마련임을 지난번 안네 소피 무터 공연에서도 느꼈다. 40년 이상의 음악가 생활임에도 함께 연주할 음악가의 취소 스케줄로 갑자기 변동이 되니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지만 죽어가는 바이올린 활 느낌이 들어서 아들은 일부러 그런 활을 연주한다고 말했지만 난 아들과 생각이 달랐다. 연주를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만 부족해도 무대에서는 아주 크게 나타난다고 생각해. 음악가에게 연습 연습 연습이 중요하다. 


Gautier Capuçon, CelloYuja Wang, Piano


베이징에서 탄생하고 커티스 음악원 졸업한 유자 왕 피아노 선율은 좋았어.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인사는 마치 유치원생 같았어.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의 패션 감각을 사랑하는 음악 팬들도 많은 듯 짐작이 된다.


프랑스 고티에 카퓌송 첼리스트와 유자 왕을 사랑하는 중국 시니어 벤자민 부부도 어제 만났다. 아들과 내 옆자리에 앉아 공연이 어떤지 이야기를 했고 난 솔직하게 쇼팽곡만 듣기 좋다고 말했어.


카네기 홀은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 보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 낯선 사람들 만나 이야기 나눈 것도 정말이지 좋아. 어제도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온 90세 저널리스트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하면서. 




폴란드에서 온 저널리스트 안나 



어제 카네기 홀에서 만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온 90세 저널리스트 



폴란드 쇼팽 공원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소금 광산 등 꽤 많은 곳에 방문했다고 하니 놀라는 그녀. 어떻게 90세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지 그녀의 건강은 축복 같았어. 90세 아니라도 80세까지만이라도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뉴욕 퀸즈에 사는 친구 집에서 2주 동안 머물면서 매일 공연과 전시회 본다고 하니 우리의 취향이 서로 비슷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도 몰라. 모마에 3회 방문했고 메트, 누 갤러리, 프릭 컬렉션, 메트 브로이어 뮤지엄에도 방문. 최근 4월 초 오픈한 허드슨 야드 빌딩도 너무너무 멋지다고 하면서 "뉴욕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던 그녀. 20년 전에 뉴욕에 처음으로 방문했고 이번 여행은 두 번째 방문이라고. 서부 로스앤젤레스에 수차례 방문했고 워싱턴 DC와 시카고 등에 여행했다고. 


그녀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하니 항상 데드라인에 쫓기는 일상생활이고 하루 몇 시간 정도 일하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일이 끝날 때까지'라고 말하며 스트레스가 많아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비단 클래식 음악만 듣는 것은 아니고 재즈와 록 음악도 즐긴다고 하는 그녀. 그동안 카네기 홀에서 만난 여행객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해. 90세 고령에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사랑하는 공연과 전시회를 매일 본다는 점이 축복처럼 느껴져서. 메트 오페라 너무 좋고 뉴욕필 공연도 좋고 뮤지컬 공연도 너무 좋다고 하면서 어제는 고티에 카퓌송과 유자 왕 공연 보러 카네기 홀에 왔어. 그녀랑 함께 카네기 홀 옆 마트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저널리스트. 저널리스트라고 보여주면 세계 어느 나라 뮤지엄도 무료 방문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듣고 놀랐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알 게 된 소식이라.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 만나 새로운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어. 내 휴대폰에 담긴 로스트로포비치와 요요마와 예후디 메뉴인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는 그들과 친분이 있었다고 하니 더 놀랐지. 



사진 왼쪽 어두운 색 아파트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살던 오스본 아파트/ 미국 국립 사적지




레너드 번스타인이 카네기 홀 근처 오스본 아파트에 살았다고 하니 그녀가 놀라면서 미국 국립 사적지 아파트를 사진에 담았어. 이번 주 토요일 뉴욕을 떠나기 전 카네기 홀에서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마스터 클래스도 보고 뉴욕필 마티네 공연도 볼 예정이라고. 그녀에게 스케줄이 맞는다면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공연도 보라고 말했어. 그녀는 내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우린 헤어졌다. 




 베트남 아티스트 Le Pho







그녀랑 헤어지고 나서 미드 타운 갤러리를 방문해 전시회를 보았다. 파리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공부한 베트남 작가 작품이 따뜻해 정말 좋았어. 사랑과 행복이 느껴지는 작품이 난 좋아. 마음을 평화롭게 하니 더 좋고. 어제 늦은 밤 그가 프랑스 파리 에꼴 데 보자르에서 공부했던 사실을 알았어. 그러니 전시회 볼 때는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냥 봤어. 그의 그림처럼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꼭 그래야 하지. 얼마나 오랫동안 어둠 속을 달려온 거야. 정말이지 내 대학 시절 꿈꾸던 세상이 존재한지도 몰랐지. 





타임 스퀘어에 이글스 투어 광고가 보여. 





타임 스퀘어 



어제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가다 대학 시절 자주 들은 The Eagles 투어 광고도 보았어. 믿어지지 않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10월 초 이글스 공연이 열린다고. 물론 티켓값이 비쌀 거야. 뉴욕에 오기 전 두 자녀 어린 시절 영어 회화 수업받으러 다녔는데 그곳에서 어느 날 한의사 부인이 초대를 해서 그녀 별장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녀가 이글스 노래를 들려주었어. 그때 만난 지인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40대 대학원 영문과에 진학했다는 몇몇 사람들 소식도 들었는데 소식이 끊긴 지 정말 오래되어간다. 


갈수록 복잡한 현대사회라 스트레스도 많지만 갈수록 건강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건강하게 90세까지 살면서 세계 여행하면 얼마나 좋아. 대학 시절 꿈꾸던 세상을 먼 훗날 만나게 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내가 대학 시절 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 믿지 않았어.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냐고.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는 내가 꿈꾸는 세상이 열리고 있어. 힘들고 슬프고 아픈 시절 견디고 견디고 지내면서 얼마나 많은 위기를 위기를 위기를 넘고 넘고 넘어서 뉴욕에 왔는지 몰라. 물론 뉴욕에 와서 그냥 저절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게 아니지. 친구들 지인들 행복하게 여유롭게 지낼 생의 중반 난 어린 두 자녀와 매일 지옥 열차를 탔지. 40대 중반 낯선 언어로 대학원 과정 공부하는 게 누가 쉽다고 하겠어. 만약 영문학 전공하고 영어 교사로 일하다 뉴욕에 왔다면 그래도 백만 배 더 좋았겠지만 난 학교에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어린 두 자녀 교육하며 지냈는데.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 때는 상상도 못 할 고통을 지불해야 했지. 




오늘 저녁 8시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비콘 시어터에서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 부부 특별 이벤트가 열린다. 물론 티켓을 사야지. 뉴욕은 정말 다양한 이벤트도 많이 열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라 늘 걱정이 되고 잘 지내는지 소식이 궁금했는데 

라틴 아메리카 베네수엘라에서 사는 블로그 친구가 어제 소식을 전해주었어.

"사막에서 물 찾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어요."라고.


난 평생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누가 삶이 쉽다고 하겠어.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세상은 갈수록 빨리 변하고.

뉴욕에 오는 것도 우주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힘들었다. 

미래가 어디로 흐른지 몰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어제 만난 90세 저널리스트 할머니. 어제는 마치 영화 같았어.


4. 11 목요일 아침 

노란 유자차 마시며 메모하다. 



폴란드 저널리스트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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