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식
어제저녁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나서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화재는 저녁 6시 50분 즈음 성당 첨탑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불길이 거세어 성당 첨탑이 붕괴된 소식을 카네기 홀에 도착해 만난 중국인 시니어 벤저민이 말해주어 알게 되었다. 성당 화재가 발생했던 시각 난 지하철 안에 있어서 잘 몰랐다. 어제 카네기 홀에서 열린 Yiddish Music and Culture 특별 공연을 보러 갔는데 우연히 벤저민이 내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그분도 어제는 부인이 오지 않고 나 역시 아들이 피곤하다고 하니 혼자 공연을 보러 갔다. 벤저민도 오래전 파리에 가서 노트르담 성당에 갔다고 나 역시 약 20여 년 전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성당에서 사진을 찍는데 하필 비가 내린 기억이 떠오른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꼽추>로 유명한 성당. 파리 역시 세계적인 문화 도시라 여행객이 많고 많은 여행객이 방문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나서 충격에 빠졌어. 지난 3월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사고로 충격을 받았는데 왜 자주 이해하기 힘든 슬픈 소식들이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동유럽 이민자들이 사용하는 이디시(Yiddish). 어제 이디시어를 구사하는 수잔 할머니를 만나지 못해 섭섭했다. 작년부터 건강이 악화된 수잔 카네기 홀에 가면 자주 뵈었는데 점점 그분 얼굴을 뵐 수 없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뮤지컬이 그분 가족사 같다고 하니 놀랐다. 고등학교 시절 그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고 주제음악을 들었고,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로 주제 음악 선율을 혼자 켜봤고, 수 십 년 세월이 흐른 후 뉴욕에 와서 아들과 함께 뮤지컬을 봤다. 벤저민 역시 수잔 할머니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어제 이디시 문화와 음악 특별 공연에 길 샤함 바이올리니스트와 키신 피아니스트가 참가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갔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몰랐다. 오래전 뉴욕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동유럽 이민자들이 많이 와서 살면서 이디시 시어터를 많이 봤다고 책에서 읽었고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열린 공연에 가면 오래전 로어 이스트사이드에서 이디시 시어터를 거의 매일 봤다는 노인도 만났다. 언어가 낯선 나라에 이민을 와서 힘든 이민 생활을 하니 육체노동을 하면서 번 수입의 절반을 매일 공연을 보는데 지출했다는 내용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뉴욕. 한국에서 누가 수입의 절반을 문화생활하는데 지출하겠어. 돈 많이 있는 상류층만이 문화생활한다고 착각하는 한국사람들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뉴욕은 세계적인 공연 예술의 도시고 오래전부터 공연예술이 발달했던 도시란 것도 뉴욕에 와서 살면서 알게 되었다. 뉴욕에 오기 전 뉴욕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왔으니 무얼 알리가 있나.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벤저민은 내게 길 샤함과 키신 연주가 어떤지 물었다. 많은 연습을 한 느낌이 든 길 샤함 바이올린 공연. 초반과 후반 연주는 아주 좋았지만 중간 화음 부분 음정은 약간 아쉬움이 남았고 키신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았지만 낯선 작곡가 곡이 내 취향이 아니라 그리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키신 공연은 대체적으로 아주 좋은 편이고 무대 공연 전 연습을 정말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다.
April 15, 2019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어제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해 밤늦게 막이 내릴 거 같아 벤저민과 난 휴식 시간 지나고 키신 공연 보고 잠시 후 홀에서 빠져나왔다. 만약 맨해튼에 산다면 전부 보고 싶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늦게 공연이 끝날 거 같아서 홀에 머무를 수 없었다. 마지막 곡은 오래전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슈퍼볼 스포츠 볼 때 들려왔던 음악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This Land is Your Land. 꼭 듣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떠났다. 뉴욕에 와서 듣게 된 우디 거스리. 노벨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 기타 하나 들고 뉴욕에 처음 와서 그리니치 빌리지 카페 화에 가서 우디 거스리 노래를 불렀다고. 당시 우디 거스리 노래가 유행이었다고 하고. 무명의 밥 딜런이 전설적인 가수가 되어버렸어.
어제 공연은 전체적으로 힘든 이민 생활을 하는 애잔한 슬픔이 노래에 묻어서 좋았다. 노래 가사 가운데 "시가 불타고 있어요..."라는 내용도 있고. 우연의 일치로 어제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일어났고 화재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지.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에 온 유대인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 아픈가. 자유의 땅이라 일컫는 미국에 와서 이민 심사를 통과하고 힘든 이민 생활을 하기 시작했지만 언어도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고 사는 것은 말처럼 영화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끝없는 고통을 지불해야 하는 이민자들의 삶. 어제 벤저민에게 중국인 이민자들 삶은 어때요?라고 물었다. 벤저민의 대답 "이민자 삶이 어찌 쉬워요. 정말이지 힘들지요."라고.
벤저민은 중국 상하이 출신이고 상하이에서 영문과 교수로 지내다 뉴욕에 30년 전에 이민을 와서 특수학교 교사를 하다 정년퇴직하고 문화생활을 하는 분. 늘 뉴욕 타임스와 뉴요커 잡지를 읽고 계신다. 벤저민의 외동딸은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런던 근처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은 나도 알고 있다. 이민자들 삶은 비단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민족도 마찬가지로 힘들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와서 기회와 꿈을 찾는다는 게 어찌 쉬워. 아들과 대학교에서 처참한 중국 이민자들 삶에 대해 배웠다고 가끔 말했다.
이디시 특별 공연을 보면서 오래전 폴란드에 여행 가서 봤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떠올랐다. 정말이지 처참한 역사적인 기록을 보관하는 곳. 또 영화 <쉰들러 리스트>도 기억나고. 또 기억나는 헝가리 출신 앤드류 그로브. 홀로코스트를 피해 친척의 소개로 뉴욕에 와서 뉴욕 시립 대학에서 공부하고 전설적인 CEO가 된 앤드류 그로브( Andrew S. Grove) 자서전을 오래전 한국에서 읽었는데 2016년 봄 그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읽었다.
인간은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 사람도 있고 죽음 같은 환경 속에서도 꿈을 만들어 간 소수 사람들도 있다. 꿈과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달려가면서 세상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면 누구든 외롭고 힘들고 슬플 때가 많다. 잠시의 고통을 잊으려다 나중 인생을 통째로 불태울 수도 있다. 뉴욕시 지하철에도 중독증으로 치료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광고도 보여. 홀로코스트를 당해보지 않은 우리가 그 슬픔을 어찌 알겠어. 영화와 책을 통해 접하지만 얼마나 무서운 공포인지 우린 알기 힘들 것이다. 힘든 역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말이지 위대해. 어제 카네기 홀에서 이디시 특별 공연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는 가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슬픔은 보내고 기쁜 일 가득한 하루를 만들자꾸나. 누가 생이 쉽다고 하겠어. 열심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천천히 걷노라면 언젠가 자유의 땅에 도달하겠지. 내가 원하는 길을 천천히 걷고 싶구나. 세상의 소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제 내린 비에 센트럴파크 벚꽃이 다 졌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1년 365일 가운데 1주일 내지 10일 정도 화사한 벚꽃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귀한가. 기회는 항상 오지 않아.
4. 16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