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메트 뮤지엄, 맨해튼 음대, 콜럼비아대, 줄리아드 학교, 산책
4월 25일 목요일 저녁 카네기 홀에서 이작 펄만과 에프게니 키신 연주가 열렸는데 아쉽게 공연 티켓을 사지 못해 볼 수 없었다. 정말 보고 싶은 공연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러시아 피아니스트 키신을 사랑하는 팬들이 정말 많고 이작 펄만과 키신 모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아 일찍 매진이 되었다.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한 나탸사 할머니는 분명 키신 공연 보러 카네기 홀에 갔을 거야. 난 카네기 홀에 가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어제 연주했던 곡을 들어보자. 꿩 대신 닭.
긴긴 하루를 보냈던 어제. 아침 일찍 맨해튼 5번가 북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서점 선물 코너에 '웃자'라고 적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어야지. 매일매일. 웃자 웃자 웃자.
집중력이 떨어질 무렵 서점에서 나와 은행에 들려 세탁하기 위해 동전을 교환하고 메디슨 애비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트 뮤지엄에 방문했다. 텅텅 빈 시내버스 빈자리에 앉으며 기분이 좋았는데 금세 노인들이 들어와 자리를 양보하면서 맨해튼에 노인들이 꽤 많이 사나 보다 짐작을 했다. 실은 빈자리에 앉아 자리를 양보하게 될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어. 좀 편하게 가려는데 백발노인들이 들어오니 양보해야지. 점점 나도 늙어가는데 나 보다 더 늙은 노인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아직 젊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아 있는 날들이 많다면 노후 대책도 없는데 얼마나 걱정인지 두 가지 생각이 겹쳤다.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거리 화단에 핀 붉은색 튤립 꽃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예쁘지요." 하면서 날 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메트 뮤지엄. 얼마 전 메트 루프 가든 오픈했다고 메트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꾸 미루다 방문했어. 입구에서 수위에게 가방 검사를 맡고 The Great Hall에 들어가니 화사한 벚꽃이 보여 기분이 좋았어. 분홍빛 색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싱싱한 벚꽃이라 더 기분이 좋았어.
엘리베이터 타고 루프 가든에 도착 맨해튼 전망을 바라보았지. 뉴요커가 사랑하는 루프 가든. 아름다운 센트럴파크 전망도 비추고 맨해튼의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높고 높은 빌딩들도 정말 많은데 우리가 살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하면서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고 루프 가든에 설치된 조각도 보았다. 방문자들은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보였다. 루프 가든에서 나가려는데 날 붙잡은 보랏빛 등나무 꽃. 올해 처음으로 보니 더 반가웠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랑 등나무 꽃구경하러 간 추억도 떠올랐어.
루프 가든에서 내려와 몇몇 전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작품을 모사하는 화가들도 보고 메트를 떠났다.
오후 4시 맨해튼 음대에서 보컬 공연이 열려 누 갤러리 맞은편에서 시내버스 86번을 기다리는데 친절한 기사는 시내버스에서 내려 승객에게 친절하게 티켓 받는 것을 설명하니 깜짝 놀랐다. 뉴욕시에서 운행하는 셀렉트 버스는 승강장 기기에서 메트로 카드를 넣고 종이 티켓을 받아야 탑승할 수 있다. 퀸즈 플러싱의 경우 내가 카드를 넣고 종이 티켓을 받는 것을 기사가 보는 경우도 그냥 문 닫고 떠난 경우가 더 많다. 나의 경험으로 맨해튼 시내버스 기사가 플러싱 보다 더 친절한 듯.
잠시 후 시내버스에 올라온 부부는 파리에서 온 여행객.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랑 이야기를 하는데 뉴욕에서 11일 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뉴욕이 너무 사랑스러워요,라고 하니 뉴요커 할머니는 파리도 정말 사랑스럽지요,라고 대꾸를 하셨다. 뉴요커는 파리와 런던을 사랑하고 런더너와 파리지엔느는 뉴욕을 사랑하고. 파리는 6월은 여행하기 좋고 7월과 8월은 여행객이 넘쳐 여행하기 아주 좋은 시기는 아니라고 하고. 시내버스는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어퍼 웨스트사이드 쪽으로 달리고 난 브로드웨이 86번가에서 내려 로컬 1호선에 탑승해서 콜럼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내려 맨해튼 음대를 향해 걸었다.
4시가 되기 전 도착해 소파에 앉아 학생들 공연을 기다리고 5월 초 열리는 공연이 생각나 박스 오피스에 가서 티켓 달라고 부탁하니 이미 매진이라고. 인기 많은 공연은 빨리 매진이 되어버려. 4시 10분 전 문을 열어줘 홀로 들어가 학생들 공연을 감상했다. 곧 학기가 끝날 무렵이라 학생들은 숨 막히게 바쁜 시기. 한 학기 동안 배운 학생들의 실력을 감상하니 난 기분이 좋아. 쉐릴 할머니도 만나 함께 보컬 공연을 봤다.
할머니는 저녁 6시부터 콜럼비아 대학에서 리셉션이 열리니 함께 가자고 해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등의 공연을 듣다 라일락꽃 향기 맡으며 콜럼비아 대학으로 갔다. 맨해튼 음대에서 나오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으니 비를 맞아야지.
특별 전시회 리셉션이 열리는 빌딩은 전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서 쉽게 빌딩을 찾을 수 있었다. 쉐릴 할머니 덕분에 전시회도 보고 저녁 식사도 했어. 뷔페 식으로 준비했는데 한국 김밥도 보여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김밥을 작은 접시에 담았다. 식사를 하고 콜럼비아 대학 교정을 거닐며 꽃향기를 맡았다. 정말 아름다운 계절 봄 아닌가. 초록 잎새 돋아나고 화사한 분홍빛 꽃이 가슴도 화사하게 해 주니 행복하지.
지하철역에서 쉐릴 할머니랑 헤어지고 난 로컬 1호선을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저녁 8시 피아노 공연을 보기 위해 미리 도착해 나무 계단에 앉아 잠시 휴식을 했다. 저녁 8시 모세 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 조금 보다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 다시 플러싱에 가는 7호선에 환승. 플러싱에 도착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밤늦게 집에 도착해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호수에 떨어진 꽃잎 위를 밟으며 걸으니 무릉도원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신선이라도 된 듯 기분이 좋았어.
5번가 북 카페에 가고, Met에 가고, 맨해튼 음대 공연 보고, 콜럼비아 대학 리셉션 가서 전시회도 보고 식사도 하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피아노 공연 보고, 호수에서 아들과 산책했던 어제도 가고 주말이 찾아왔어.
4. 26 금요일 오후/ 4월 25일 일상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