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by 김지수

아름다운 4월의 마지막 날 하늘은 흐리고, 이웃집 목련꽃은 다 떨어지고, 화사한 왕겹벚꽃은 서서히 빚이 바래가고, 하늘에서 곧 비가 뚝뚝 떨어질 거 같아. 세상의 모든 슬픔이 비가 되어 뚝뚝 떨어지면 좋겠다. 슬픔이여 안녕! 하고 마법의 주문을 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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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 풍경




어제 오전 밀린 글쓰기 두 편을 하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호수 한가운데서 일광욕을 하는 거북이들 보고,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초록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는 동네 사람들 보며 호수를 몇 바퀴 돌며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집에 돌아오며 이웃집 뜰에 핀 튤립 꽃과 제비꽃과 노란 민들레꽃과 철쭉꽃과 도그우드 꽃을 보았다. 산책을 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져. 햇살을 온몸에 받고 걷는 행복함이란.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대중교통은 언제나 복잡하고 불편하지. 요즘은 출퇴근 시간 아닌 경우도 시내버스는 늘 만원. 그래도 항상 감사함으로 이용한다. 플러싱에도 노인들이 많이 사는지 시내버스를 타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자주 만난다. 어제 오전 글쓰기 하고 산책하고 식사 준비하고 맨해튼에 가는 길이라 피곤이 밀려와 지하철에서는 눈을 감았다. 잠시 휴식하면 좋아. 휴식도 일만큼 중요하지.


아름다운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내려 5번가 북 카페를 찾아갔어. 원래 줄리아드 학교 오후 4시 공연을 보려다 마음이 변해 북카페에서 잠시 책을 읽다 타임 스퀘어 역 근처에서 1호선을 타고 링컨 센터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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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갈라 50주년 행사 4월 29일 월요일




어제저녁 링컨 센터에서 필름 소사이어티 갈라 50주년 행사가 열려 보랏빛 조명으로 빛나는 앨리스 툴리 홀에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모이고 영화계 사람들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고. 갈라 티켓을 구입하면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나 나와 거리가 너무나 멀지. 앨리스 툴리 홀 앞 갈라 행사 포스터에 로빈 윌리암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등의 사진이 보이더라. 하늘로 떠난 로빈 윌리암스는 잘 지낼까.


잠시 후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행복했어. 일본계 학생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이었는데 피아노 반주를 했던 한인 남학생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웠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 졸업하고 Rice University in Houston, Texas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Jun Cho. 요즘 어느 분야나 어렵지만 음악의 길도 어렵지. 가끔씩 그 학생 피아노 반주를 듣는데 어제는 바이올린 선율보다 피아노 선율이 더 좋았어. 일본계 여학생은 베토벤, 라벨, 브람스 곡 등을 연주했다.


텍사스 주 휴스턴 하니 대학 동창도 생각난다. 의대 교수 남편 따라 미국 휴스턴에 와서 잠시 살다 한국에 돌아간 친구.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중고차가 불이 나서 대소동을 피웠다는 이야기 하며 나 혼자 뉴욕에 가니 중고차 사지 말고 새 차 구입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친구. 항상 아끼는 타입의 친구인데 미국 생활비가 꽤 많이 들더라고 하면서 내가 뉴욕에 간다고 하니 유대인 남자 조심하라고 해서 웃었다. 뉴욕에 오기 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대학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했었지. 어쩌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 하는 거야 하면서 웃었어. 대학 친구들은 내가 뉴욕에 간다고 하니 모두 충격을 받았지. 친구들에게 우리 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이었지. 어느 날 슬픈 이야기 하니 모두 놀라며 세상에 하면서 믿지 않더라. 누가 알겠어. 생이 언제 어찌 될지.


대학 졸업 후 동창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믿어지지 않았지. 정말 예쁘고 멋쟁이 대학 동창은 부잣집 출신인데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대학 출신의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하니 모두 충격을 받았는데 어느 날 세상을 뜨고 말았어. 또 어느 날 대학 동창 남편이 침대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충격을 받았어.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연락이 와서 책도 구입했다. 또, 어느 날 30대 아들이 뇌졸중에 걸려 너무너무 힘들게 지낸 집도 있다고 하고. 어느 날 뇌종양 선고를 받고 우는 집도 있고.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를 그리고 나서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하듯이 "생이 생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참 많아.


40f6926f1334d737b71b36d401b177b3.jpg 구글에서 이미지 가져옴


친구들 지인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뉴욕에 와서 휴대폰도 없이 지내다 아들이 학교에서 교수님이 준 숙제를 하려는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함께 수업받는 학생들 가운데 아들만 휴대폰이 없다고 하고. 뉴욕에 와서 오래오래 휴대폰도 없이 지냈다. 늦게 늦게 휴대폰을 구입해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어간다.



4월을 보내며 오페라 한 편 보지도 않아서 슬프네. 매주 오페라 보려고 했는데 그만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어. 이제 곧 오페라 시즌이 막이 내리는데 얼마 전 다음 시즌 오페라 갈라가 9월 23일 열린다고 티켓 구입하라고 소식 보내왔어. 비록 오페라는 보지 않았지만 자주 북 카페에 가서 책 읽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 가서 자주 공연 보고, 가끔 카네기 홀에 가서 공연 보고, 센트럴파크와 브라이언트 파크에도 가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고, 메트 뮤지엄과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에도 가고 매일매일 꿀 따러 여기저기 움직였어. 4월 카네기 홀에서 이작 펄만과 키신의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조금 슬프지만 어떡해. 티켓을 구입하지 못해 공연을 놓쳤어. 할 수 없어. 사랑하는 딸이 뉴욕에 와서 함께 행복한 시간도 보냈지.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기도도 하고 아름다운 허드슨 야드 빌딩도 보고 블루 바틀 커피도 마시며 딸과 이야기도 했어. 사랑하는 아들과 호수에서 산책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매일 고생도 많이 했지. 출퇴근 시간 지하철 타면 죽어라 고생도 하고 빈자리는 물론 없고 서서 몇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지. 하루 최소 1만 보 이상 가끔은 2만 보 걷는지 몰라. 또 매일매일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차츰차츰 사라져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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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내내 아름다운 꽃향기 맡으며 행복을 찾아 헤맸지. 스스로 찾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도 없이 고통만 받지. 내가 행복을 찾지 않으면 누가 내게 행복을 줄까. 생은 고통만 받다 하늘로 가기는 정말 짧아.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으리. 오늘도 마음속 보물 행복을 찾으러 떠나자. 오래오래 전 들은 '해바라기'의 '마음속의 보물상자' 노래와 '사랑으로' 노래가 떠올라.






아파트 뜰에는 아이리스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보랏빛 아이리스 꽃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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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뜰에 핀 아이리스 꽃




빛이 사라진 아침이라 전등이라도 켜야겠어. 왜 세상이 이리 캄캄한 거야. 냉장고에서 사과 꺼내 먹고 아침 글쓰기 마쳤어. 오늘도 행복 행복을 찾자꾸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들려오는 화요일 아침. 초록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구나.


4. 30 화요일

아침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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