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식물원 벚꽃 축제 보고 줄리아드 학교 피아니스트 공연 보고
지난 금요일 아침 브루클린 식물원에 갈지 말지 망설였다. 하늘도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하고 플러싱에서 브루클린까지 가깝지도 않고 하늘이 흐리면 화사한 꽃도 볼 수 없어서. 4월 마지막 주말 열리는 벚꽃 축제는 명성 높고 1년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축제. 하지만 티켓값이 너무 비싸 서민에게는 부담이 되니 축제가 열리기 전날 보는 게 형편에 맞다. 다음 주 금요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역시 비가 온다고.
자주 비가 내리면 벚꽃은 질 테고 1년 내내 볼 수 있는 벚꽃도 아니니 마음먹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갔다. 평소보다 상당히 일찍 집에서 출발해 오전 10시경 도착했다. 식물원 바로 옆에 브루클린 뮤지엄이 있고 뮤지엄에도 화사한 왕겹벚꽃이 피어 있었다. 그날 나의 목표는 벚꽃과 튤립 꽃과 라일락꽃을 보고 오는 것. 가장 먼저 벚꽃을 보러 갔는데 하늘이 흐렸지만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가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1년 내내 예쁜 꽃을 보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1년에 꽃이 피는 시기는 7-10일 사이. 금요일 오전만 무료입장하니 그 시간에 맞추기 정말 힘들다. 화사한 벚꽃을 보며 기분도 화사해졌지. 다음으로 라일락꽃 향기 맡으려 가려는데 공사 중이라 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4월 말이라 라일락꽃 향기 맡을 거라 기대치만 잔뜩 높여 방문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튤립 꽃을 보러 갔다.
그날 방문하지 않았다면 튤립 꽃 역시 시들어 버릴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항상 기회가 오지 않아. 3월 중순경에 피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은 이미 지고 아직 수선화 꽃이 피어 있고 잠시 식물원에서 산책하니 천상에 사는 신선이 된 느낌이었다.
그날 딸이 밤늦게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라 마음은 더 바빠서 식물원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얼른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 플러싱 한인 마트에 들려 장을 보았다. 꽃게와 새우와 양파와 소파와 채소와 쌀 등을 구입하고 한인 택시를 불렀는데 하필 기사가 도착할 시간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트렁크 문을 열어주는 기사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얼른 짐을 싣고 집에 돌아오는 길 기사에게 뉴욕 온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으니 20년이 더 지났고 외국 삶이 쉽냐요?라고 말씀하셨지만 다른 분과 달리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했는데 평소 기사와 달리 무거운 쌀가마니를 집 앞까지 운반해주니 팁을 더 주려고 했는데 비는 쏟아지고 지갑에서 얼른 돈을 찾기가 힘들었다. 기사는 내 표정을 보더니 괜찮다고 하시며 그냥 떠나셨다. 그동안 만난 한인 기사분 가운데 가장 말씀이 없고 친절했던 분이다. 도로에서 아파트 문 앞까지 계단을 올라가야 하니 장 보는 것도 늘 마음 무겁게 한다. 아들이 무거운 짐을 옮기지만 그날 아들이 약간 늦게 내려왔다.
점심시간이라 서둘러 식사 준비를 하고 먹고 나서 아파트 지하에 세탁을 하러 갔다. 다행히 빈 세탁기를 발견해 세탁물을 넣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가깝지 않은 브루클린 식물원에 다녀오고 비 오는 날 장도 보고 집에 도착 식사 준비하고 세탁까지 하니 정신없이 바빴다. 약 2시간 정도 걸려 세탁을 마치고 맨해튼에 갔다. 그날 저녁 8시 줄리아드 학교에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갔는데 아티스트 디플로마 한인 남학생 Changyong Shin, Piano연주였다.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30 in E Major, Op. 109
FREDERIC CHOPIN Grande valse brillante in E-flat major, Op. 18
FREDERIC CHOPIN Waltz in A-flat major, Op.34 No.1
FREDERIC CHOPIN Waltz in A-flat major, Op.42 No.5
FREDERIC CHOPIN Barcarolle in F-sharp, Op.60
MAURICE RAVEL Gaspard de la nuit
ENRIQUE GRANADOS Goyescas No.1
최고 연주자 과정 아티스트 디플로마 학위는 입학도 졸업도 정말 어렵다. 그날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연습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재능 많아도 인간이면 연습이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에너지가 낮은 날도 있을 텐데 인간의 모든 욕망을 참고 견디고 오로지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수 십 년 세월을 보냈을 피아니스트에게 찬사를 보냈어. 세계적인 명문 음악 대학에서 최고 학위 졸업 리사이틀을 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그 학생 지도교수님은 내 옆에 앉으셔 제자의 연주를 보면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셨다. 연주를 마치자 피아니스트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누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금요일 저녁이라 휘트니 미술관과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에 갈까 하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지하철을 타고 펜 스테이션 역에 가서 '와사비'에 들려 도시락을 사고 바로 옆에 있는 고디바 카페에 갔다. 고디바 초콜릿은 알지만 카페는 그날 처음 보았다. 그런데 내게 말을 건 남자를 만났어. 카네기 홀에서 가끔 만나는 오페라 지휘자 분. 오랜만에 뵈었는데 월가 직원처럼 멋진 스타일의 옷을 입어 놀랐다. 5월 초 덤보에서 열리는 오페라 보러 오라고. 요즘 오페라 공연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하고.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열린 헨델 오페라 봤다고 하는데 그날 두 자녀와 함께 보러 갔는데 그분을 뵙지 못했다.
그분이 덤보에서 오페라 공연할 예정이라 하니 그제서 덤보 오픈 스튜디오 축제가 생각났다. 정말 꼭 가고 싶은 행사였는데 그만 깜박 잊어버렸다.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가서 허드슨 야드에 가는 7호선에 탑승했는데 밤늦은 시각이라 승객이 많지 않은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시아 남자는 가방에서 마리화나를 꺼내 작은 종이에 넣고 돌돌 말더라. 허드슨 야드에 내려 딸을 기다리고 비는 내리고 갈 곳은 없고 블루 바틀도 일찍 문을 닫고. 버스가 연체되어 밤 11시 반이 지나 딸을 만나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되어갔다. 플러싱에 도착 밤늦은 시가에 버스가 자주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인 택시를 불렀다.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버스로 오니 딸이 피곤할 거 같아서. 택시 기사는 아메리칸드림은 오래전 사라졌지요,라고 말하고.
30분 동안 지난주 금요일 기억을 더듬어 본다.
오늘도 피오니 꽃처럼 예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꾸나.
4. 29일 월요일 11시 반